꼴통연구소

[꼴Q열전] ‘좀 놀아본 언니들’의 명랑 청춘상담기 [공모전 멘토컬럼] 조회수 : 12169


사진 = '좀 놀아본 언니들' 제공


인간은 늘 미성숙하다. 대학생이 되면, 취업을 하면, 아니 결혼을 하면 그나마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또 다른 세상 앞에 선 우리는 두려워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 고민을 타인과 나누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쌓여가는 고민들을 나눌 곳이 없다면? 걱정은 붙들어 매고 우선 이들에게 말을 걸어보자. 당신의 모든 고민을 들어주겠다는 좀 놀아본 언니들에게 말이다.

 

고민상담의 시작은, ‘진짜 나를 들여다보기

 

좀 놀아본 언니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청춘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비영리 단체이다. 지금까지 이들이 해결해 준 상담만 무려 2만 여건이 넘는다. 네이버 포스트에서 4만 명의 팔로워가 언니들의 상담 포스트를 구독하고 있다. 이들의 수장인 장재열 대표(31)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제일모직에 수석 입사할 정도로 촉망받는 패션계 인재였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욕심냈던 성공의 이면에는 정작 행복보다는 허무함만 무성했다. 그는 외롭고 우울했다.

 

입사 후 우울증을 앓게 됐는데, 그때 회사를 그만두고 심리 치료를 받았어요. 당시 심리 치료사께서 6개월의 상담을 진행한 후에 말씀하셨죠. 제게 문제에 대한 분석과 통찰력이 충분히 있으니, 스스로의 고민에 객관적으로 답해 보라고요.”


장재열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 


그래서 그는 블로그를 하나 만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였던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블로그에 고민을 쓰고 저녁에는 제가 쓴 고민에 스스로 답을 달며 문제를 객관화시켰어요. 그렇게 꾸준히 블로그에 자문자답을 했는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도 제 상담을 읽고 공감을 하고 제게 메일로 고민을 보내기도 했어요. 그 때 생각했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다른 사람의 고민도 이렇게 해결할 수 있겠구나. 이게 청춘 상담의 시작이 됐어요.”

 

본격적인 청춘상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그에게 필명이 필요했다. 남성인 그가 언니라는 필명을 붙인 데는 자신이 가진 여성성에 기인했다고 한다. 성별을 제외한다면 본인의 삶이 대부분 여성성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 실제로 기자가 만나본 그는 세련된 패션 감각만큼이나 섬세하고 솔직담백한 친정 언니같은 느낌의 멋진 청년이었다. 그렇게 지은 필명과 함께 시작된 언니의 블로그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지난해 추석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본가에 내려가려고 고속버스에 몸을 실고 의자에 기대 잠을 자고 있었어요. 1시간 30분 잤을까요? 그 사이에 제 블로그가 네이버 메인에 걸린 거예요. 그 짧은 사이 400건이 넘는 청춘들의 고민들이 제 이메일과 블로그로 쏟아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할 정도로 행복했던 순간이죠. 거의 뜬 눈으로 모든 사연에 혼자 상담을 해주면서 기쁘기도 했지만, 이걸 저 혼자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이후 운영진을 모으기 시작했고, 현재 10여 명의 운영진이 모여 올해 4월 정식으로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이 탄생했어요.”

 

개성도 사연도 제각각이지만 마음만은 가족

 

규모가 제법 커진 언니들은 단지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메일과 좀 놀아본 언니들카페를 통해 받은 고민을 모두 상담해 줄 뿐만 아니라, 그중 대표 상담사례를 뽑아 네이버 포스트 콘텐츠로 제작해 연재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오프라인 상담으로 템플 스테이와 캘리그래피 상담을 진행한다. 외부 후원을 받아서 참가비는 최소한으로 받고 있다. 상담을 받고자 하는 청년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어서다. 이들에게 상담을 받았던 친구들이 이후 또 다른 좀 놀아본 언니가 돼 함께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닉네임 옆집언니’(25)는 잘나가던 대기업 사원의 길을 마다하고 좀 놀아본 언니의 운영진에 합류했다. 통통 튀는 매력의 그녀는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됐을까. “사실 저도 언니(장 대표)에게 고민 상담을 받았던 일반 직장인이었어요. , 솔직히 엄청 인상에 남는 상담을 받은 건 아니었죠(웃음). 근데 문득 이렇게 내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묘한 안정감과 위로를 받았어요. 그때 저도 이 일을 한 번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사표를 내고 합류하게 됐습니다.”

 

물론 장 대표를 포함해 언니들 대다수는 전문적인 상담자는 아니다. 이들 역시 때로는 각자의 고민거리로 끙끙 앓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언니들이 이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은 고민상담의 본질은 구체적인 답을 내주는 것보다 진심으로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굉장히 황당한 사연들이나 저희가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의 전문상담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의 사연도 와요. 가령, 모태솔로인 분들이 무턱대로 애인을 만들어 달라는 상담도 들어오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사연들도 많죠. 그런 억지 고민은 구태여 해결해 드리진 않아요. 하지만 최소한 모든 고민들을 다 들어보려 노력해요. 그것이 저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이 일을 하게 된 목적이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대부분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도 저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낀대요.”(젤리언니·미닝언니)


 

청춘들, 꼭 특별하지 않아도 돼

 

좀 놀아본 언니들의 향후 목표도 궁금했다. 이견이 없었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소통하겠다는 것. 다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고 한다.

 

김수영 여행 작가님과 유튜브를 통해 고생TV’라는 고민생방송을 매주 일요일에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또 어릴 때부터 꾼 꿈이 있는데, KBS 1TV아침마당에 나오는 연사들처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돼 대중들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상담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언니들이 함께 해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했으면 합니다.”(장 대표)


기자가 만난 좀 놀아 본 언니들은 쾌활했고, 따뜻했다. 그들은 마지막까지도 기자에게 거듭 강조했다. “고민이 있다면 그저 털어놓으라고 말이다.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모든 이들의 고민이 사라진 세상이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각자의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고, 공유하며 위로받는 사회. 그것이 이들이 구축하고 싶은 문화이자 인생이다. 지금 고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독자들이여, 지금 당장 좀 놀아본 언니들의 문을 두드리시라.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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