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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대한민국 또라이 다 모여! 경희궁에서 열린 또라이 과거시험 조회수 : 14929

[꼴Q열전] 또라이 과거시험

최게바라 기획사, 경희궁에서 ‘제1회 또라이 과거시험’ 열어


“2014년 또라이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지난 9월27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에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는 인물들이 모여들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또라이’를 선발하는 ‘또라이 과거시험’이 열렸기 때문. 이날 모인 스물 네 명의 예비 또라이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누가 더 또라이 같은지를 진지하게 겨루며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정한 또라이는 이 요상한 시험을 위해 굳이 경희궁까지 빌려가며 애쓴 ‘최게바라 기획사’가 아닐까 싶다.

최게바라 기획사(대표 최윤현)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남북청년토크’, ‘남북청년 페스티벌’, ‘참웨딩’ 등이 이들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또라이 과거시험’은 최게바라 기획사에서 최근 심혈을 기울여 나름 진지하고 세심하게 준비한 행사다. 행사를 기획한 허경(27) 씨와 최게바라 기획사의 숨은 실세 정소진(25) 씨를 만나 그 뒷얘기를 들었다.

최게바라 기획사에서는 올해 1월부터 월 1회씩 ‘또라이 포럼’을 열고 있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유쾌한 청년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허경 씨는 이러한 또라이 포럼을 좀 더 확대한 ‘또라이 과거시험’을 기획했다.

“가을도 왔으니 궁으로 나가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왕 하는 거 한복입고 과거시험까지 본다면 더욱 재밌을 것 같은 거예요. 사실 그때는 궁 담당자와 협의도 안 된 상태였는데 말이죠.”

문화유산인 궁을 대여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준비해야 할 서류와 과정이 상당히 복잡했다. 이들은 최대한 교양 있는 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해 서류를 몇 번씩이나 수정하고 또 수정해 제출했고, 결국 경희궁 대여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라이 과거시험’을 본다며 이들이 궁을 대여했다는 소식이 매스컴을 타게 됐고, 도대체 그게 뭐 길래 궁까지 빌리냐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궁까지 빌려서 하는데, 단순히 미친 사람들 모여서 놀자는 자리는 만들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더 많이 준비하고 신경 써서 준비했어요.”


문과, 무과, 똘과로 나눠 과거시험 진행





결전의 날, 9월 27일. 경희궁에는 과거시험에 지원한 24명의 또라이들이 모여들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옷차림도 남달랐다. 새롭게 디자인한 한복, 유관순 복장, 뺑덕어멈 한복 등등 모두들 가지각색의 한복 차림이었다. “‘한복을 입고 오면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이 있었거든요. 다들 재미있는 차림으로 왔더라고요. 부산에서부터 무사복에 칼을 차고 올라온 사람들도 있었어요.” 

시험은 문과, 무과, 똘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문과에서는 실제 조선시대 과거시험 기출문제를 출제했다. ‘섣달 그믐달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가 첫 번째 문제였다. 응시생들은 문제에 대한 답을 10자 이내로 써서 발표하도록 했다. 평소에도 한복을 입고 다닌다는 스무 살의 청년이 ‘오직 달만이 벗이로다’라는 답을 발표해 박수를 받았다.

두 번째 문제는 ‘또라이 과거시험’을 위한 맞춤형 문제. ‘2014년 또라이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시생들은 ‘또라이는 손가락질을 받지만, 그 손가락은 엄지’, ‘또라이는 시대를 따라가지 않는다, 시대가 또라이를 따라갈 뿐’ 등의 재치 있는 답변을 쏟아냈다.




무과는 마상활쏘기 경연으로 진행됐다. 마음은 멋진 백마를 준비하고 싶었으나, 현실과 타협해 아담한 사이즈가 돋보이는 장난감 말을 준비했다. 응시생들은 장난감을 말을 타고 달려 동물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스탭을 활로 쏘며 사냥에 나섰다. 다 큰 성인들이 장난감 말을 타고 어찌나 열심히 달리는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매우 흥미진진한 경기력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얼마나 또라이 같은지를 대 놓고 보여줄 수 있는 ‘똘과’를 준비했다. 응시생은 음악이 크게 나오는 헤드폰을 쓴 채 홀로 춤을 추다가, 즉흥 질문에 답변을 해야 했다. 혼자 헤드폰을 쓰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음악에 취해 춤만 추면 다소 민망할 수 있으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피커로도 음악이 나와 모두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내년에는 ‘월드 또라이 페스티벌’ 열고 싶어



“굉장히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연이었어요. 그래도 만장일치로 장원이 탄생했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님이었는데,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장원급제를 한 예신님은 풍물패를 거느리고 장난감 말에 올라타 신촌 한 바퀴 돌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엄청난 상품, 라스베이거스 항공권도 선물로 받았다.

“장원급제 선물로는 항공권을 기획했죠. 우리나라 최고의 통신사로 또라이 기질을 만국에 알리라는 뜻에서요. 야스쿠니 신사, 중국, 동남아 등을 고민하다가, 어차피 보내주는 거 제대로 하기로 했죠. ‘과거시험’과는 상반된 느낌의 가장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곳, 라스베이거스로요.”

‘또라이 과거시험’ 곳곳에서는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이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스텝들은 포졸, 문관, 무관, 왕, 무수리 등의 의상을 입었어요. 문과에서 시제를 제시하는 두루마리에 쓴 글씨도 얼마나 신경 썼는데요. 붓글씨를 써야 하는데,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컴퓨터로 궁서체를 인쇄한 뒤 글자를 파서 그걸 대고 썼을 정도예요.”

‘이 짓을 이렇게까지 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게 바로 이들이 원하는 것이다. 남들이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이 시대의 또라이 정신! “내년에는 월또페(월드 또라이 페스티벌)를 생각하고 있어요. 좀 특별한 곳에서 전 세계 또라이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면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요? 물론 좀 더 구체화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요.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과거 시험은 우열을 가리는 자리였다면, 월또페는 다 함께 즐기는 글로벌 행사를 표방하는 거죠.”

글 박해나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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