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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청정한식밥집 ‘소녀방앗간’의 소녀 사장 김민영 조회수 : 55075


청정한식밥집 ‘소녀방앗간’의 소녀 사장 김민영

“밥 무러 왓니껴?” 


서울 성수동 서울숲에 방앗간이 문을 열었다. 방앗간이야 전국 어디든 생길 수 있지만,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은 조금 특별한 방앗간이다. 방앗간임에도 떡은커녕 쌀가루도 찾아보기 힘들며, 대신 소박하게 차린 밥상이 손님을 맞는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 밥상을 차리는 이가 ‘이모’라고 부르기에는 과하게 앳된 ‘소녀’ 김민영(성균관대 휴학, 24)씨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소녀방앗간 김민영 대표 


‘청정한식밥집’을 슬로건으로 내건 ‘소녀방앗간’은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은 물론 발효청·잡곡 같은 상품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재료를 판매하는 식당’이라는 방식이 ‘방앗간’을, 음식을 대접하는 사람의 설레는 마음과 김 대표의 웃는 모습이 ‘소녀’를 닮아 지은 이름이 소녀방앗간이다. 


소녀의 마음이 잘 전달된 것인지 소녀방앗간은 문을 연 지 5개월 만인 지난 4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건국대학교 팝업 컨테이너 쇼핑몰인 커먼 그라운드에 2호점을 입점시켜 승승장구하고 있다. 


 “휴학하고 2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회사에서 알게 된 분이 함께 창업하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저는 중대한 선택을 할 때면 가장 어려운 보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창업이 제게는 그런 일이어서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취업이나 복학보다 창업이 훨씬 어렵다고 생각했고, 제게 또 다른 모험의 시작이 될 것 같았죠.” 




소녀가 모텔을 전전한 애달픈 사연 

 갑자기 창업하겠노라 선언한 김 대표에게 함께 일하던 이들은 모두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나중에 회사가 커지면 채용해달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은 달랐다. 강경하게 반대했다. 회사 일을 마무리하고 복학하겠다며 수강신청까지 끝내놓고 다시 휴학하겠다고 하니, 그것도 창업하겠다고 나섰으니 그럴 수밖에. 


 “아버지가 숟가락으로 식탁을 세게 내리치시더라고요. 2년 동안 휴학하고 또 휴학한다고 하니 저라도 열불이 났을 거예요. ‘미친 것 아니냐’며 화를 내시기도 하고, 걱정도 하셨죠.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졸업 후에 하면 안 되겠느냐’며 타이르기도 하시고요.” 


도전을 즐기고 모험을 사랑하는 스물넷 여대생은 강력한 반대세력을 뒤로 한 채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메뉴 개발이며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해야 할 일이 태산이었다. 매일 저녁 귀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무려 두 달 동안 모텔을 전전하거나 가게에서 쪽잠을 자야 했다.





소녀방앗간 매장 (출처 : 소녀방앗간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sobanglife)



우여곡절 끝에 소녀방앗간 1호점이 문을 열었고, 김 대표의 항해가 시작됐다. ‘장사는 목이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김 대표가 1호점의 둥지로 택한 곳은 인적 드물다고 소문난 서울숲이었다. 


 “소셜 벤처들을 지원하는 ‘서울숲 프로젝트’의 제안을 받았어요. 입지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적어도 빚을 지고 시작하고 싶지는 않아서 냉큼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욕심을 부리지 않은 덕분에 지금까지 유지하는 듯하고요.” 


독특한 방앗간에 사람들은 주목했고, 5개월 만에 2호점을 개점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장사 수완도 좋은 편이지만, 김 대표는 “아직 모든 것이 불안하다”고 말한다. 재무관리, 인력관리,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소녀 장사꾼에게는 매 순간이 새로운 과제인 까닭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세기보다 잘한 일을 세는 것이 빠를 정도란다. 


하지만 ‘장사 좀 해봤다’는 사람들도 성공하기 힘든 창업시장에서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데는 “어제보다 오늘이 나으면 됐다”는 경영 마인드가 큰 몫을 했다. 




함께 소녀방앗간을 꾸려나가고 있는 조하나 씨·김민영 대표·김광민 씨


“누구나 어려움을 겪겠지만, 매일 반복되면 지치게 마련이거든요. 빨리 포기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당장 성과가 나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일도 스스로 해야 하고, 또 그것을 자신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죠.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어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듯해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면, 자신의 한계라고 보고, 그 이상은 자신이 하지 못할 부분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점차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소박한 밥상으로 키워가는 원대한 꿈 

 ‘장아찌 불고기밥-김주리 할머니 수제 무장아찌와 진보정미소 도정 30일 이내 햇쌀’ ‘삼색잡곡전-청송 신기리 장순분 어르신 팥, 화천 잡곡마을 쥐눈이콩’




출처 : 소녀방앗간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sobanglife)


소녀방앗간은 ‘솔직한 재료’와 ‘담백한 조리법’, 그리고 ‘소박한 사람들’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재료의 원산지 정보는 재배한 ‘어르신’들의 이름까지 꾸밈없이 공개하고, 양념은 최소한으로 줄여 재료의 맛을 살린다. 


또 하나, 김 대표는 함께 가게를 꾸릴 사람들이 ‘그저 손님들이 밥 한 끼 잘 먹고 갔으면 됐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박한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많은 돈을 벌거나 칭찬받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가게를 찾은 사람들이 ‘하루 한 끼는 제대로 먹었다’고 생각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해요.”


2호점까지 낸 지금, 김민영 씨 이름 뒤 붙는 ‘대표’라는 호칭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들린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표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담스럽다며 손을 내젓는 김 대표. 목표 역시 수수한 모습만큼이나 소박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그의 꿈은 누구보다도 크다.


“제 인생의 꿈은 ‘소녀방앗간을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제가 그만둔 뒤에도 소녀방앗간이 계속 남았으면 하는 거예요. 그 공간이 계속 유지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소녀방앗간을 미국 뉴욕으로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요. 뉴욕에서 소녀방앗간이 과연 오래 갈 수 있는 브랜드인지 세상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김 대표를 포함해 할머니나 어머니도, 여자라면 누구나 소녀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여자친구에게 식사를 차려줬다면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는지 궁금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시무룩해질 터다. 이처럼 요리를 대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모두 ‘소녀’ 같은 설렘이 있고, 그래서 소녀방앗간은 설렘이 가득한 곳이다.  


“가게 엽서에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모두의 마음에는 소녀가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어서인지, 대부분의 손님이 소녀를 먼저 찾으시더라고요. 소녀는 어디 있느냐며.”(웃음) 







INFO 소녀방앗간 

성수점 -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5길 9-16, 02-6268-0778

커먼그라운드점 -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192, 02-2122-1261






글 강진주 대학생기자(성균관대 영상 4)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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