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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자전거에 집을 달고 떠나고파! 바보둘의 행진 박남혁,석은원 조회수 : 11891


자전거에 집을 달고 떠나고파!

'바보 둘'의 행진, 박남혁·석은원 


1년 전, 갓 전역한 예비역 두 남자 박남혁(24)·석은원(24) 씨는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도리가 없었다. 취업해야겠다는 생각도, 정해둔 꿈도 없었다. 무엇보다 정말 ‘심심’했다. 고민 끝에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찾아 하기 시작했고, ‘하자, 한다, 했다, 그리고 다시’를 반복하다 보니 두 남자는 대구에서 자전거를 만들고 있었다. 






“막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뭐하지?, 뭐할까?’ 하는 질문을 던졌어요. 저희 꿈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경비 아저씨의 꿈이, 서울대 학생들의 꿈이, 친구들의 꿈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우선, 석은원 씨가 당장 하고 싶었던 일은 ‘공연’이었다. 공연을 펼치고, 다른 이들의 꿈을 알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했다. 그는 자신이 사는 동네(서울 봉천동)의 상가 옥상에 빈 컨테이너가 있다는 사실을 번뜩 떠올렸다. 화려한 공연장이 아니어도 됐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좋았다. 



상가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컨테이너를 아지트 삼아 본격적으로 일을 벌였다. 고등학교 때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두 친구가 만든 잉여들의 청춘과 꿈을 펼치는 장, ‘옥상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정말 별것 아닌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다른 사람들도 자극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우리는 정말, 완벽한 잉여거든요.”




꿈은 (옥상에서) 이루어진다!


옥상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린 것은 옥상에서 펼쳐진 ‘제1회 옥상쇼’였다. 



공연과 쇼를 하고 싶었던 석은원 씨가 지인들을 모아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옥상쇼'를 개최했고, 입소문이 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17회에 빛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그동안 옥상쇼를 찾은 관객만 200여 명이 훌쩍 넘는다고. 



옥상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한 박남혁 씨의 키워드 역시 ‘꿈’이었다. 그는 DJ를 자청하고 나서 게스트와 진지한 꿈 이야기를 나누는 라디오, ‘궁꿈라’를 탄생시켰다. 



이외에도 4부작 시트콤 ‘웅꿈해’, 여행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인 ‘지옥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옥상에서 펼쳐놓았다.



“옥상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찾는 공간이에요. 옥상을 찾는 사람들은 포스트잇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써 붙여놓는데, ‘시험 합격’부터 ‘OO이랑 결혼해보고 싶다’는 꿈까지 정말 다양해요. 그렇지만 옥상에도 법칙은 있어요. 절대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질’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다음에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나이잖아요.” 



옥상에서 적는 꿈들이 헛된 것만은 아니다. 두 남자를 비롯해 옥상을 찾는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함께하기 때문에 꿈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패션쇼를 해보고 싶었던 디자이너 지망생에게는 서로 피팅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이를 위해서는 주인공을 자처하기도 한다. 두 남자가 하는 일은 그저 장을 마련해주는 것뿐이었다. 




“옥상에서 저희를 이용해 ‘뽕을 뽑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목표를 이뤄내는 모습’이 잘 전달됐는지, 옥상 프로젝트 페이스북에 들른 사람이 1년 만에 1000여 명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옥상에서 보낸 시간이 1년. 두 남자는 지난 4월 1일 옥상을 떠나 “자전거에 집을 달겠다”며 대구행을 택했다. 스스로 ‘바보 둘’이라고 명명하고 옥상을 떠나왔지만, 사실 이 또한 옥상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면서, 막상 저희가 원하던 여행은 떠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둘 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여행이었거든요. 다른 무엇보다 저희가 무엇인가를 하는 모습을 보면 옥상을 찾는 사람들이 더 큰 영감을 받으리라 생각했어요.” 






떠나고 싶었던 두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든 것은 한 전시회의 전시품이었다. 뒤에 집을 달고 있는 자전거를 보고 떠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기 시작한 것. 게다가 ‘집’을 옵션으로 한 자전거로 말이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두 사람을 극구 만류했다. 집에 자전거를 두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에 집을 ‘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심지어 “그러다 죽는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정말 불가능할까’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 대구에 위치한 ‘DIY 장거살롱(폐자전거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의 전수윤 대표와 연락이 닿았고,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자전거의 그림을 그대로 읊었다. 곧이어 "안 될 것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표님의 답만 믿고 무작정 대구로 내려왔어요. 가게 앞에서 대표님께서 회를 사주시면서 회 두 조각으로 간단히 설명해주시더라고요. 하나가 자전거, 다른 하나가 집이라고 보면, 이 둘을 이어 붙이면 된다고요.”  






그렇게 시작된 자전거 제작 작업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직 실체가 보이지는 않지만, 전문적인 작업을 요하는 것은 물론, 어떤 대가도 받지 않고 진행되는 작업이기에 두 사람은 열심히 자전거의 장인인 전 대표를 부지런히 돕고 있다.




출발도, 도착도 기약 없는 자전거여행 


완성된 자전거를 타고 떠날 날짜도, 돌아올 날짜도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남는 것이 시간”이라고 말하는 두 남자의 속은 편해 보인다. 



코스에 따라, 시간에 쫒겨 다니는 여행이 아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여행을 떠나려는 이유는 인생선배들이 지속적으로 무엇인가를 향해 가고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예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토익 점수를 취득해 취직하는, 뻔히 보이는 길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해서 해온 사람들이요. 한 사람씩 만나 묻고 싶어요. 그렇게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박남혁)





“저는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해 길거리에서 공연하고 소통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지 않으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석은원) 



4월 30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나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전주에 입성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지만, 두 사람 모두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다. 



하지만 ‘하자, 한다, 했다, 그리고 다시’라는 옥상 프로젝트의 모토를 듣고 있노라니 조만간 자전거에 집을 달고 다니는 바보 둘을 어디선가 만날 듯싶다. 







글 김은진 기자 

사진 박남혁·석은원 제공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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