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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꿈과 사랑이 넘쳐흐르는 디스코 뽕짝 코미디물, 록′셔리 조회수 : 24691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지수인 EQ. 그리고 꼴통지수인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 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심심풀이 땅콩을 까먹듯 편하게 볼 수 있는 비정기 코미디물.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약간의 위안과 우쭐함을 느끼게 해줄 휴식 같은 잡지. 이 사람 유치원도 안 나왔나 싶을 정도로 유치한 내용의 향연. 현영석 씨가 펴낸 <록’셔리>란, 바로 이런 것이다. 




럭셔리가 아닌 록’셔리. 2012년 현영석 씨는 반항기 가득한 록(Rock) 스피릿을 담아 고급스러운 럭셔리 문화에 반기를 든 비정기간행물 <록’셔리>를 창간했다.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 당시 입었던 유니폼을 활용해 전면광고를 연출했다.


“대학 시절 매거진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16페이지 안에서 자유롭게 매거진을 하나씩 만들어보는 것이 과제였죠. 서점에 가서 잡지 몇 권을 살펴봤는데 본의 아니게 누군가는 열등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잡지의 디테일이나 광고제품 가격이 굉장히 높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겠다’며 독자들이 웃을 수 있는 잡지를 만들자. 그렇게 <록’셔리>는 세상에 등장했다. 기획부터 글·사진·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했지만 생각보다 즐거운 과정이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화산업에도 잠시 종사했던 터여서 콘텐츠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과제용으로 제작해 교수님의 웃음만 책임지고는 사라질 뻔했던 <록’셔리>는 현영석 씨의 적극적인 의지로 심폐소생돼 비정기간행물로 현재 4호까지 발행되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유팩 모아 욕조 만들기, 폐가에서 삼겹살 구워먹기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재미있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 <록’셔리>의 주요 콘텐츠다.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에서 뛰어놀 듯 흰 눈 소복이 쌓인 동네 뒷산을 200% 활용할 수 있는 방법(눈 속에 귤을 묻어 얼려 먹는 방법, 폐타이어 활용해 운동하는 방법, 비닐로 썰매 타는 방법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우유팩을 모아 욕조를 제작해 직접 사용하는, 약간은 추잡(?)스러운 화보를 담기도 했다. ‘폐가에서 삼겹살을’이라는 꼭지에서는 현영석 씨가 친구와 단 둘이 폐가를 찾아가 긴장감 속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은 스토리를 담았다.



“펜션에 가서 고기를 구워먹으면 맛있잖아요. 펜션 대신 폐가에서 구워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겁이 많은 편이어서 귀신이 나오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마늘과 소금으로 결계를 쳐놓고 구워먹었죠. 무섭기는 했지만 맛은 정말 좋더라고요.”


<록’셔리>에는 유독 먹는 것에 관한 콘텐츠가 많다. 온갖 아이스크림을 혼합해 스무디를 만드는 법, 친구들과 한겨울 작은 골목에서 문을 연 심야식당 이야기, 작은 섬에 들어가 일주일 동안 스파게티만 삶아먹는 ‘만원의 누들로드’ 등. 유독 먹는 것을 좋아하는 현영석 씨의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이 반영된 탓이다. 


“영화를 봐도 먹는 장면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받고,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일드’도 즐겨 봐요. 어릴 때 못 먹고 자란 것도 아닌데…. 그리고 휴식 하면 왠지 먹는 게 연상되잖아요? 회사에서 일할 때도 ‘차나 한 잔 마시자’ ‘밥이나 먹자’는 말은 잠깐 쉬어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요.” 



CDP를 이용해 여가를 즐기는 ‘스트브 좁쌀’의 이야기를 담았다.



깃털처럼 가벼운 잡지 만들려다 깃털처럼 가벼워진 통장 잔고

1호부터 꾸준히 <록’셔리>를 구독해온 독자라면 조금의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3000원에 판매되던 잡지를 2호에는 4500원으로 슬쩍 올리더니, 3호부터는 대놓고 8000원으로 올렸으니 말이다. 


‘장삿속에 물들었네’ ‘록셔리 정신이 변했네’ 하며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 일 아닌가! 



〈록’셔리〉 4호 표지


“처음에 만들 때만 해도 수익은 생각하지도 않았죠. 인쇄비 정도만 회수할 생각으로 3000원으로 정했던 거예요. 잡지를 판매하려고 홍대 앞 한 독립서점을 찾아갔는데 ‘판매가를 얼마로 할 것이냐’고 해서 3000원이라고 했더니 저를 이상하게 보더라고요. 속으로 ‘세게 불렀나’ 하고 걱정했는데 너무 낮은 가격이어서 그랬던 거죠. 꾸준히 <록’셔리>를 발행하려면 일단 가격부터 제대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페이지도 60페이지로 늘렸고요. 그런데 가격을 올리고도 얼마나 마음이 무겁던지요.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현영석 씨는 협찬이나 지원 없이 잡지 제작비를 전액 자비로 충당하는 배포를 가진 남자다. 판매수익으로는 겨우 인쇄비 정도만 맞출 수 있을 정도이니 소품 제작비나 진행비 등이 모두 그의 통장에서 나가는 셈. 그나마 2호를 제작할 때까지는 직장에 재직 중이었지만 얼마 전 퇴사해 ‘프리’한 상태이다 보니 재정적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깃털처럼 가벼운 잡지를 만들려던 처음의 마음과 달리, 가장 먼저 깃털처럼 가벼워진 것은 안타깝게도 그의 통장이었다. 


“갑자기 이 책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야망이 생긴다면 모를까, 앞으로도 수익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어요.”



그는 <록’셔리>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고 답했다.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나오고 여건이 된다면 발행하겠지만, ‘내 한 몸 다 바쳐 <록’셔리>를 끌고 나가겠다’는 식의 확고한 마음은 아니라고. 그럼에도 <록’셔리>를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기쁜 소식은 5호를 곧 만나볼 수 있다는 것! 


“5호를 만들 수 있을 만한 아이디어가 거의 모인 상태예요. 살을 좀 더 붙여 이야기를 만들고 있죠. 제가 재미있게 본 소설 <능력자>에 이런 글이 있더라고요. ‘상황이 아무리 질퍽할지라도 웃음을 잃지 말자. 삶은 어차피 고통과 동행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웃음을 잃는다면 생 자체를 잃는 것이다.’ 언제까지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웃음을 잃지 말았으면 해요. 저의 목표는 SPA 브랜드의 ‘울트라라이트다운’보다 딱 3g 가벼워지는 거예요.”(웃음)                                      

                                                                                                              구제 시장에서 3만 원에 구입한 버버리 

                                                                                                               트렌치 코트를 입고 나타난 현영석 씨.


글 박해나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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