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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문라이즈킹덤 조회수 : 17670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무수히 많은 밤을 두 눈 말똥거리며 지새웠던 잉여로운 올빼미들이여, 축배를 들라. 그대들을 위한 왕국이 세워졌으니! 자정이 되면 스르륵 문이 열리고 해가 뜨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문라이즈킹덤’. 시꺼먼 밤을 새하얗게 불태우고 싶은 자, 이제 문라이즈킹덤으로 오라.  


왼쪽부터 정지혜, 배현경, 유혜선 씨


조용한 새벽 시간, 센티해진 감성에 푹 빠졌던 기억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괜히 어릴 적 일기장을 뒤적이거나, SNS에 되도 않는 글을 쓰거나, 구 남친 또는 여친에게 ‘자니?’라는 문자를 날려본 그런 기억 말이다. 하지만 아침 해가 떠오르고 집 나갔던 이성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밀려드는 후회는 감당하기 어렵다. “나는 왜 잠 안 자고 그런 뻘짓을 했는가!”


잉여 올빼미족의 대표 주자 정지혜(28, 프리랜서 문화 활동가), 유혜선(26, 취준생), 배현경(25, 성균관대 디자인) 씨는 새벽 시간의 수많은 뻘짓이 결코 단순한 뻘짓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9 to 6에는 해야 할 것이 정해져 있잖아요.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심지어 밥을 먹는 것도요. 취향이 뭔지도 모르고 꿈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도 없죠. 하지만 새벽 시간은 달라요.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잉여롭게 보낸 그 새벽 시간이 사실은 그렇게 무의미한 것만은 아닌, ‘순수하게 본인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 그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이들은 지난해 4월 문라이즈킹덤(이하 문킹덤)을 만들었다. 스타트업에서 팀장과 인턴의 관계였던 지혜 씨와 현경 씨가 먼저 손을 잡았고, 현경 씨와 수녀원 기숙사에서 룸메이트로 지냈던 혜선 씨도 활동에 동참했다. 페이스북에 ‘문킹덤’ 페이지(www.facebook.com/moonkingdum)도 만들었다. 올빼미들을 위한 보다 나은 밤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공유하는 것이 이들이 하는 일이다.  



우리는 문킹덤의 안내인이야 

“밤의 시간을 영유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만들자는 의미로 ‘문라이즈킹덤’이라 이름 지었어요. 문킹덤은 가상에서만 존재하는 현실과는 다른 왕국이라고 설정했어요. 저희는 문킹덤 안내인들이죠. 그래서 현실의 이름 대신 닉네임을 사용해요.” 



문킹덤에서 지혜 씨는 ‘정릉동 팜므파탈’, 혜선 씨는 ‘윙크하는 부엉이(윙부)’, 현경 씨는 ‘시골다람쥐(시다)’로 불린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도 본래의 이름대신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이 규칙이다. 나이나 직업 등 개인정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함께 모인 그 시간을 즐기며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새로운 가치를 찾기만 하면 될 뿐이다.  


문킹덤은 지난해 8월 대망의 첫 번째 행사를 진행했다. 킹덤이란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나를 만난다’는 주제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 동대문 신발상가 옥상의 공간을 대여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10여 명의 참가자를 선발했다. 참가비는 받지 않는 대신, 서로 교환할 1000원짜리 선물을 지참할 것을 규칙으로 정했다.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신발상가 앞에서 문킹덤에서 만든 여권을 지급받았다. 여권을 들고 문킹덤 안내인들이 던지는 얼토당토않은 질문(치킨에 커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쓸데없이 멍하게 보내는 나만의 시간이 좋다 등)에 그럴듯한 대답을 해야 입국 심사가 통과됐다. 까다로운 입국 절차를 거쳐 문킹덤에 발을 내딛은 참가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닉네임으로 불리며 아름다운 밤을 즐겼다. 


“새로운 감각을 깨워보자는 의미에서 기획한 다양한 게임을 밤새 진행했죠. 눈을 가리고 후각을 자극해 향이나 음료수를 맞히는 것 등이요. 다 같이 점프샷을 찍기도 하고, 야식도 만들어 먹었어요.” 




새벽 5시가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현실로 복귀 

두 번째 행사는 그로부터 3개월 후인 11월에 진행됐다. 겨울과 어울리는 ‘사랑방’ 콘셉트로 ‘밤샘책방’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 작은 서점에 모여 밤새 책을 읽으며, 라디오 방송도 함께하는 방식이었다. ‘헬로인디북스’라는 독립출판 서점을 섭외하고, 10여 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11월 28일 자정에 모인 이들은 밤새 책을 읽으며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고 음악도 들었다. 이들의 밤샘 책방은 아프리카TV를 통해 방송돼 참석하지 못한 올빼미들도 각자의 공간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밤이 새는지도 모르고 모여 놀던 이들은 새벽 5시, 첫차가 출발하는 시간이 돌아오면 서둘러 문킹덤을 떠나 현실로 복귀한다. 신데렐라가 아쉬운 마음으로 호박마차를 타고 왕자님의 성을 떠나듯, 이들도 주섬주섬 짐을 챙겨 첫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금요일 자정에 만나 토요일 오전 5시에 헤어지기. 문킹덤의 중요한 규칙이다. 


또 하나의 규칙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참가비를 받지 않는 것. 밤을 새는데 돈까지 내면 참가자들에게 부담이 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은 들기 마련. 다행히 올해는 3인 이상이 모인 청년 커뮤니티에 소정의 예산을 지원해주는 서울시 청년일자리 허브 ‘청년참(청년커뮤니티 지원 사업)’에 선정돼 99만 원을 지원받았고, 단돈 10원까지 탈탈 털어 쓰면서 두 번의 행사까지 성공적으로 기획할 수 있었다. 


“자비를 모아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희가 걷을 만한 자비가 없어요.(웃음) 도움이 필요해요. 2015년엔 한 번 더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지원해 볼 계획이에요. 처음부터 수익에 대해 고려하고 시작한 게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앞으로는 영리적인 수익을 배제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의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보려고요. 문킹덤이 계속 지속될 수 있는 그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 재미있게 놀고요!” 



올빼미족 night owl

[명사]

감성이 이성을 지배한다는 새벽 시간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사람들. ‘잉여’라고 불리는 백수과의 인간이 다수를 차지한다. 보통 낮에는 수면상태에 빠져 있으나 해가 지면 서서히 정신이 맑아져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알코올을 섭취하거나 영화, TV 등을 시청하거나 SNS에 오글거리는 글을 쓰는 것이 이들의 주 활동이다. 



글 박해나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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