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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11년째 재학 중인 서울대 꼴찌 이성빈 조회수 : 30808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였다는 서울대. 그 안에도 꼴찌가 있을까? 물론이다. 서울대의 이단아, 서울대의 또라이, 서울대 만년 꼴찌 이성빈 씨가 바로 그 주인공. 무려 11년째 학교를 다니며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공부 빼고는 모두 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괴짜 중의 괴짜다.


이성빈 씨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04학번이다. 11년째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그야말로 서울대의 화석 같은 존재. 동기들은 모두 졸업했고, 이제는 안면 있는 후배도 몇 명 없다.

“얼마 전에 학교를 갔더니 학과생들 사진과 이름이 게시판에 붙어 있더라고요. 09학번 이상은 한데 묶여 있었는데 제가 가장 위였어요. 그 뒤가 07학번이니 제가 압도적인 거죠.”

이제 재학 연한 8년 중 남은 기간은 단 3년뿐. 그 기간 내에 70학점을 채워야 졸업이 가능하다. 이번 학기까지의 휴학을 마치면 다음 학기에는 아무래도 복학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졸업 학점인 2.4학점까지 성적을 올리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며.

“남들은 아마 졸업 학점이 있는 줄도 모를 거예요.(웃음) 저는 그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말이죠. 공부를 해도 점수가 안 나와요. 전역 후에는 수업도 꼬박꼬박 들어가고 있거든요. 제가 원래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스타일인데 그렇게 해서는 좋은 성적을 절대 받을 수 없어요. 꼭 졸업을 해야 하나요? 그냥 수료만 하려고요.”


타임머신 만들러 간 서울대 재료공학부
서울대생은 유치원 때부터 인수분해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고 3때까지 그리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단다. 성적은 반에서 15등 정도였고 매일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도망쳐 야단맞는 것이 일상인 학생이었다.

“한 번은 친구들과 야간자율학습을 안 하고 영화를 보러갔어요. 그때 본 영화가 ‘타임머신’이었죠. 영화를 보고 나니 타임머신이 너무 타보고 싶어졌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발명될 것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당장 실전에 돌입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 일단 타임머신에 대한 꿈은 마음속 어딘가에 품어둔 채 그는 다시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에 몰두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선생님이 교무실로 저를 부르셨어요. 친구들과 야간자율학습 땡땡이를 부린 게 걸렸거든요. 교무실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우연히 과학 잡지를 보게 됐는데 타임머신에 대한 내용이 특집 기사로 실려있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었는데 결론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저는 그런 내용은 개의치 않았어요. 타임머신에 관한 이야기를 쓴 교수님을 찾아가면 타임머신에 대해 배울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으니까요. 찾아보니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님이 쓴 글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는 학업 의지를 불태우며 공부했고, 결국 재수를 해 꿈에 그리던 서울대 재료공학부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료공학부와 타임머신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꿈이 산산조각나자 학교, 공부에 대한 흥미도 잃었다. 방황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제가 원래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아니었잖아요. 공부 말고 다른 재밌는 것이 얼마나 많아요. 그런 것들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죠.”



그는 SBS ‘스타킹’,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에 출연하며 ‘서울대 꼴찌’로 이름을 알렸고 케이블 방송 소개팅 프로그램에는 ‘허당 서울대생’으로, 명절특집프로그램에는 ‘고스톱 타짜’로 출연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내 교지와 대외활동 모델로도 활동하고 롯데자이언츠 팬클럽을 창설해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멘사 가입, 우주인 지원, 댄스대회·복싱대회 우승 등 화려한 이색 경력도 쌓았다. 하지만 서울대 내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쟤는 왜 저렇게 살지’라는 눈빛으로 그를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은 그가 서울대 총학 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확실한 결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 역사적인 선거였죠. 보통 총학 회장 선거는 운동권 대 비운동권의 싸움이거든요. 당시 선거에 총 4팀이 나갔는데 저희 팀을 뺀 3팀이 운동권이었어요. 유일한 비 운동권 팀이었기 때문에 ‘이건 완전 우리의 승리’라고 생각했는데, 저희가 꼴찌를 했어요.”(웃음)


어린 후배들에게 얕보이기 싫어 결심한 창업
학교 안팎에서 신나게 놀던 그는 해외로도 진출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외국가정에서 유모생활을 하고, 리조트에서 근무하며 신나게 놀았다.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막막해지더라고요.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가면 뭘 해야 하나 싶어서요. 제일 걱정되는 건 저보다 한참 어린 후배들이랑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었죠. 아무것도 없이 학교로 돌아가면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볼까를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창업을 하자고 마음먹었죠.”

‘저 선배는 왜 아직도 학교에 있어?’라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창업이었다. 창업이라도 하면 그냥 학생 신분과는 다르니, 학교를 오래 다닌 것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법했다. 그렇게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교내 동아리 활동으로 강원도 정선의 아이들을 멘토링 해준 적이 있는데 그 아이들과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지냈어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멘토링을 해주면서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됐죠.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교육 사업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됐어요.”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던 창업이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지해졌고, 삶의 방향성도 확고해졌다. 이제 그는 멘토링 플랫폼 ‘체인지(CHAIN G)’라는 회사의 대표로서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중학교에 강연을 가게 되면 꼭 하는 말이 있어요. 꿈을 갖지 말라는 거죠. 꿈은 허상일 뿐이에요. 명확한 목표를 가져야죠. 멘토링을 통해 아이들이 명확한 목표를 갖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저의 목표요? 대한민국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거요. 그러기 위해 대통령이 되고, 그 이후에는 전 인류의 염원인 우주여행을 개척할 거예요. 정말 그렇게 할 거예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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