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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반전 시(詩)로 SNS 평정한 최대호·최고은 남매 조회수 : 27442
격한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 허를 찌르는 반전, 거기에 무심한 듯 시크한 느낌의 ‘악필’이 더해져 완성된 <읽어보시집>. 요즘 SNS에서 가장 핫한 시(詩)집이다. 저자는 올해 초 중앙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최대호 씨. 장난처럼 시를 끼적이다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그는 요즘 ‘반전시인’이라 불리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동생 최고은 씨는 오빠의 시집에 삽화 몇 개를 그려 넣었다는 이유로 인터뷰에 불려 나왔다.



공부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럴 땐 교수님 몰래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노트에 만화를 그리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 그런 것도 지겨워질 때는 색다른 ‘딴짓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시 쓰기 같은 것.

“2012년이었을 거예요. 수업을 듣다가 지루해 자작시를 써봤어요.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재미있어하더라고요. 그래서 3~4개 정도 더 써서 개인 페이스북에 올렸죠. 다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없더라고요.”

평소 시를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시를 써 본 경험도 없던 최대호 씨의 첫 작품은 그렇게 별 의미 없이 탄생했다. 그는 특유의 개그 감각을 살려 반전의 묘미가 있는 짧은 시 몇 편을 뚝딱 만들어냈다. 친구들과 키득거리며 보다가 함께 웃어 보자는 생각으로 자신의 SNS에도 시를 올렸다. 하지만 무반응.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 하지 않았던가. 냉담한 반응에 실망한 그는 절필을 선언하며 다시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그가 다시 ‘시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것은 새로운 SNS 채널이 인기를 끌면서부터였다.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제가 썼던 시를 한 번 더 올려봤죠. 페이스북과 달리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의 사진은 제 지인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고, 특히 여성 사용자들이 많아 인기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기가 높아져 ‘시’ 전용 페이지까지 개설했다. 페이지를 개설한 지 두 달여 만에 벌써 10만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할 수 있듯, ‘좋아요’는 그에게 더 많은 시를 쓰게 했다. 절필 선언을 했던 게 엊그제 같건만 그는 이제 일주일에 2~3편 이상씩 시를 쓰고 있다. 그렇게 쓴 시가 벌써 60편이 넘어섰다.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얼마 전에는 동생 최고은 씨와 함께 <읽어보시집>이라는 이름의 시집도 펴냈다.


개그 감각과 주변 에피소드 더해 ‘반전 시’ 완성
“사람들은 심심할 때 SNS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잖아요. 제가 쓴 시는 그럴 때 가볍게 볼 수 있는 것들이죠. 몇 편 쓰다 보니 진짜 시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었는데, 일부러 배우지는 않으려고요. 제가 정말 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가볍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그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는 심오한 철학이나 난해한 표현 따위는 없다. 대신 많은 이들이 ‘나의 이야기’ 혹은 ‘주변 이야기’라며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남자들은 이해 못하는 여자들의 레인부츠 패션이나, 비싼 옷을 샀지만 알아주지 않는 엄마의 잔소리, 키가 작아 연애하기 힘든 이들의 고충, 준비 안 된 상태일 때만 괜찮은 남자를 만나는 아이러니 등이 대표적인 예. 또한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는 것도 시를 읽는 쏠쏠한 재미다. <평범함의 아름다움>이란 시를 보면 ‘너무 부자여도 불행하고 너무 가난해도 불행합니다. 너무 키가 커도 불편하고 너무 키가 작아도 불편합니다’라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마지막에 ‘너무 몸매 좋고 예쁘면 감사합니다’라고 반전이 나와 웃음을 자아낸다. 동생 최고은 씨는 “오빠가 평소에 언어유희로 개그 하는 것을 잘하는데, 시를 보면 평소 개그를 글로 옮겨 놓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뷰 내내 오빠의 시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던 그녀는 대호 씨가 시를 쓰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조력자다. 시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되어 주기도 하고, 오빠가 인기에 자만하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또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특기를 살려 지난 4월 만든 <읽어보시집>의 그림도 직접 그렸다.

“사실 오빠가 시를 쓴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었거든요. 허파에 바람만 차서 나중에 실망하고 상처받을까 봐요. 그래서 ‘살살하라’며 말리기도 했는데, 잘하고 있는 것을 보니 뿌듯해요.”



“뭐해요? 라는 말은 관심 있다는 뜻
밥 먹었어요? 라는 말은 걱정한다는 뜻
오늘 날씨가 추워요 라는 말은 좋아한다는 뜻
그만 좀 먹어라 라는 말은 그만 좀 먹으라는 뜻 <입술의 말>”



취업 스트레스, 시 쓰기로 풀어
최대호 씨는 얼마 전 모 광고 회사로부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8월 말 열리는 ‘서울 문화의 밤’ 행사에는 강연자로 초청되었다. 지극히 평범했던 그의 일상에 새로운 변화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일단 지금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해 볼 계획이에요. 인기를 얻기 위해 일부러 다작을 하지도 않고, 불안하고 두렵다고 주어진 기회를 차버리지도 않으려고요. 언젠가 인기는 사그라질 테니, 지금을 마음껏 즐겨야죠.”

물론 취업 준비에도 열심히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그가 즐겁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시를 쓰는 동안에는 취업에 대한 고통(?)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 동생 고은 씨 역시 “오빠가 시를 쓰며 취업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영업이나 식품 쪽으로 지원을 했는데 계속 탈락이었어요. 영어점수나 학점도 높지 않고 관련 경험도 없어 자소서에 쓸 내용이 별로 없었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영업 쪽으로 자소서를 쓸 때 ‘소통’과 관련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아졌죠. 시와 관련한 것들을 쓸 수 있게 됐으니까요. 또 그동안은 전공과 관련된 분야로만 진로를 생각했는데, 시를 쓰고 난 뒤 마케팅이나 광고, 홍보 등의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한다는 재미가 무엇인지 느끼게 됐거든요. 많은 채용 담당자님들이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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