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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무일푼 잉여들, 유럽을 올킬하다! 조회수 : 5432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2009년 9월. 낮잠과 게임으로 시간 보내는 것이 일상인 영화과 4인방이 여행을 떠났다.
1년간 유럽여행을 하겠다는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이들이 가져간 여행 경비는 겨우 80만 원?! 그런데 이 남자들 진짜 1년간 스펙터클한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왔고, 그 이야기를 영화로까지 만들어 개봉했다.


“학과의 특성상 팀별로 진행하는 영상 작업이 많았어요. 저희 4명은 친구들이 선호하는 팀원이 아니었죠. 늘 지각하고, 수업 빼먹고, 그러다 보니 다른 학생들보다 실력이 약간 떨어졌거든요. 결국 4명이 함께 팀을 만들 때가 많았고, 어쩔 수 없이 친해진 거죠. (웃음)”

서울종합예술학교 영화과에서 소문난 잉여 4인방 이호재(29), 이현학(25), 하비(본명 하승엽·27), 김휘(25).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우정을 쌓은 이들은 작업실에 모여 빈둥거리고 낮잠 자고 게임을 하는 등 ‘잉여짓’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해 여름방학, ‘등록금을 벌겠다’는 목표로 4인방은 영상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의 그 의지가 사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의 작업실에는 다시금 특유의 잉여로움이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했다.

“다들 일은 안 하고 빈둥거렸어요. 원래대로라면 등록금을 마련하고도 남을 돈이 모였어야 했는데, 자느라고 마감 날짜도 못 지키고 일의 절반을 날렸죠. 오죽하면 영상 작업을 의뢰한 분이 가둬 놓고 일을 시켰는데도 마감을 못 지켰겠어요.(웃음) 저희가 부지런한 편이 못 돼요.”

그렇게 여름방학이 끝나갈 때까지 그들이 번 돈은 800만 원. 등록금으로 내기엔 턱도 없는 금액인지라 이들은 방에 누워 어떻게 돈을 쓸까 고민했다. 그러다 ‘유럽 여행이나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유럽여행을 가기에도 부족한 비용이었다. 항공권을 사고 나면 남는 돈이 겨우 80만 원 정도였으니까. 그때 현학이 한마디 툭 뱉었다. “여행 가 봤자 우리는 누워 있기만 하고 영상이나 만들겠지.” 그 말이 이 엄청난 프로젝트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유럽아! 영상 만들어 줄게, 숙식 해결해 다오
4인방은 본인들의 특기를 살려 유럽 숙소의 홍보 영상을 만들어 주고,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는 ‘물물교환 여행’을 기획했다. 엄청난 아이디어라며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당장 짐을 쌌다. 돌아올 여지를 두지 않겠다며 4명 모두 학교도 자퇴했다. 이호재 감독은 떠나기 전 파리의 민박집 30여 곳에 메일을 보냈다. ‘홍보영상을 만들어 줄 테니 숙식을 제공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출발 전까지 답장은 한 곳에서도 오지 않았다. ‘왜 답장이 오지 않을까’ 의아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파리에 도착해서야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도 저희를 원하지 않았죠. 홍보 영상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방은 꽉꽉 차 있었거든요. 다행히 메일을 보냈던 곳 중 한 곳에서 지낼 곳이 없으면 찾아오라고 해주셔서 그 민박집 마당에서 2주 정도 버텼어요. 하지만 끝내 아무도 연락을 주지 않더라고요.”


유럽 전역의 호스텔 30여 곳의 홍보 영상을 만들어 주면서 1년간 파리, 이탈리아, 터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를 여행했어요.


무심한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추워졌다. 결국 이들은 짐을 싸서 한 무리의 철새처럼 따뜻한 남쪽 나라로 이동을 시작했다. 바게트 빵 한 개를 사서 4명이서 나눠 먹으며 하루를 버티고 걷고 또 걸었다.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얻어 타고, 밤에는 기차역에서 노숙을 하며 생사의 기로를 오갔다.

“로마에 갔는데 그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죠. 민박집 50곳에 메일을 보냈지만 한 통도 답장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호스텔로 타깃을 바꿨죠. 그랬더니 기적적으로 한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유럽에 도착한 지 한 달 보름 만에 얻은 기회였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영상을 만들었고, 완성된 영상이 호스텔 홈페이지에 올라가자 입소문이 나며 유럽 전역에서 그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 감독과 현학 씨는 호스텔 영상을 만들어준 스토리를 풀어 놓으며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하루에 50통씩 메일이 왔어요. 나중에는 저희 영상을 받기 위해 용돈까지 쥐어준 경우도 있었죠. 그렇게 유럽 전역의 호스텔 30여 곳의 홍보 영상을 만들어 주면서 1년간 파리, 이탈리아, 터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를 여행했어요. 나중에는 영국 록밴드 아르코의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주는 등의 거대한 프로젝트까지 하게 됐죠.”


한결같은 네 남자, 돌아와선 다시 잉여 모드
그렇게 1년을 유럽에서 보고 한국으로 돌아온 4인방. 시차 적응도 하기 전 이들은 이전의 잉여 모드에 완벽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돌아온 후에도 영상 요청이 계속돼 저와 하비만 20일 동안 유럽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돌아왔더니 작업실에서 현학이와 휘가 선물이라며 치킨 쿠폰 20장을 주더라고요. 20일 동안 밖에 한 번도 안 나가고 치킨만 시켜 먹었대요.(웃음) 저는 귀찮아서 영화 작업을 1년간 미루다 태풍으로 작업실이 물에 잠겨 데이터를 다 잃었던 적도 있어요. 겨우 복구를 했지만 10% 정도는 손실됐죠.”

이 감독은 그들의 한결같은 모습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2009년에 촬영한 그들의 여행기가 이제 와서 개봉하는 이유가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지금이라도 개봉하는 것이 다행스럽기까지 했다.

이 감독은 요즘 익숙지 않은 ‘감독님’ 소리를 들으며 영화 프로모션 때문에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6개월 전 제대해 3D학원에 다녔지만 한 달 만에 흥미를 잃고 잉여생활을 하던 현학 씨는 이 감독을 돕고 있다. 하비와 휘는 아직 군복무 중. 하비와 휘가 민간인의 신분으로 돌아오면 이들은 또 한 번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과 함께 문화교류를 하며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요. 멤버들이 악기도 하나씩 배워 음악 여행도 함께 하면 좋겠어요. 많은 친구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고민이 많아요. 날씨가 춥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패딩 하나 살까’ 생각하게 되고 그럼 또 돈을 모아야 하죠. 많이 생각하면 출발이 망설여져요. 일단 떠나면 방법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죠. 단순히 놀러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얻고 싶다면 지금 당장 떠나세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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