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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오로지 치킨만 먹기 위해 모인 ‘프리한 유럽식’ 동아리 조회수 : 5759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친목은 전혀 관심이 없으며 프리하게 유럽식으로 운영되는 치킨 연구 동아리’. 연세대 치킨 동아리 ‘피닉스’의 등장은 화려했다. 웃음을 자아내는 모집 공고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한 회원 면접 내용이 온라인에 공개되며 화제가 됐고, 가입 신청자는 무려 200명을 넘어섰다. 먹음직스러운 ‘치느님’을 모시고 자칭 ‘치믈리에’라고 소개하는 피닉스 회원들과 마주 앉았다.




“치킨을 싫어하는 자, 이 페이지를 넘겨도 좋다.”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까지 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무궁무진한 맛의 세계, 언제 어디서나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 간식 ‘치킨’. 이렇게 치킨을 예찬하는 이들이 오직 치킨을 먹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모임이 치킨 동아리 ‘피닉스(PHOENIX)’다. 치킨 동아리와 ‘불사조’ 피닉스의 조합이 어색하다고 말하자 이들은 “조류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불사조의 이미지를 치킨과 연결하는 역설적 개그 코드를 담은 심오한 작명”이었다고 설명한다.

피닉스는 올해 3월, 기존 동아리에 회의감을 느낀 이들이 모여 만든 신설 동아리다.

“개강을 했으니 동아리라도 들어볼까 해서 찾아다녔어요. 하지만 교내 동아리라는 것이 일단 조직적으로 탄탄하게 구성돼 있고 경직된 상태로 운영되더라고요. 그런 분위기가 싫어 ‘차라리 우리가 자유롭게 만들어보자’란 생각을 했죠. 소재도 형태도 모두 자유로운 것으로요.”

동아리를 처음 만드는 데 일조한 권순우(경제 09) 씨가 동아리 창립(?) 계기를 설명하자 친구 권순환(경영 09) 씨가 거들었다.

“스마트폰 단체 채팅방에서 순우가 치킨을 먹고 나면 꼭 음성메시지로 평점을 남겼어요. 튀김옷의 정도나 육질, 냄새 등에 대해 가감 없이요. 그걸 보면서 ‘누구나 좋아하는 치킨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동아리 가입은 스마트폰 메신저, OT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

뜻이 맞는 친구 몇 명이 모였고, 본격적인 모집에 나섰다. 동아리 부스도 없었고 모집 행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단지 스마트폰 메신저 아이디가 기재된 현수막 하나 걸어두었을 뿐이다.

‘저희는 신촌 치킨집들의 치킨을 연구하는 동아리입니다. 친목은 전혀 관심이 없으며 프리하게 유럽식으로 운영되오니 치킨 좋아하시는 분들 부담 없이 연락 부탁드려요.’

“모집할 때 얼마나 올까 예상을 해봤는데, 30명 정도만 와도 정말 많다고 생각했어요. 순우가 50~70명은 올 것 같다고 해서 다들 미쳤다고 했죠.(웃음) 그런데 200명 이상이 가입을 했어요. 엄청났죠.”(권순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학생이 모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느냐 물었더니 “답답한 대학 생활에서 해방구가 되었을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요즘 동아리들을 보면 진지한 것만 추구하고 있잖아요. 스펙에 도움되는 것들만 좇으면서요. 그런 것 다 배제하고 그냥 좋아하는 치킨 먹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자는 것에 많이 끌린 것 같아요.”(권순우)

현수막을 보고 친구와 함께 가입을 한 신입생 유재은(행정 13) 씨도 덧붙였다.

“동아리에 들어가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다른 동아리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는 사람만 뽑더라고요. 그런데 여기는 누구에게나 오픈돼 있었죠.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고,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교내에서의 인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이루어진 신입 회원 면접 대화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더 큰 파장을 몰고 온 것. 대화창에는 ‘치느님’ ‘치멘’ ‘치렐루야’ 등 치킨을 찬양하는 멘트가 가득해 웃음을 자아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온라인 뉴스에까지 기사가 도배됐고, 그 덕분에 방송 섭외 전화도 여러 차례 받았다.





“공개된 내용은 신입 회원 신청을 받으며 나눴던 대화의 일부예요. 면접이라고 하니 부담스럽더라고요. 다 같이 즐겁게 모이자는 취지였는데 면접으로 누굴 뽑고 누굴 떨어뜨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신청한 분들은 모두 회원으로 받았어요. 이슈화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못했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죠.”(권순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다 보니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치킨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 연세대에 입학하겠다’는 고등학생들도 있고, ‘신선하다’ ‘재미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간혹 ‘할 일 없냐’ ‘열심히 공부해 대학 가서 기껏 치킨이냐’는 악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반응 정도는 악플로 취급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OT 때 얘기했거든요. ‘민간인인 척하지 말자’ ‘정상인 코스프레 하지 말자’고요.(웃음) 누구나 내재하고 있는 똘끼는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동아리는 그런 부분을 다 오픈하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거죠.”(권순환)

OT 얘기가 나오자 문득 궁금해졌다. 200명의 회원이 있는 동아리 OT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 역시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신입 회원의 OT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진행됐다. 정해진 날짜, 시간에 각자 회원들은 자신의 컴퓨터 앞에 치킨을 들고 앉아 창립멤버 7인의 ‘치킨 먹방’을 실시간 시청했다. PPT를 통해 동아리 소개도 했고 운영계획도 밝혔다. 속속 올라오는 회원들의 질문에도 답변하는 기상천외한 OT였다.

이후 모임은 스마트폰 그룹 커뮤니케이션 앱을 통해 이뤄졌다. 실시간으로 그때그때 치킨을 먹고 싶은 사람이 글을 올리고 모임을 잡아 함께 치킨집 탐방에 나서는 형태다. 따로 모임을 공지하는 운영진은 없다. 이들이 말하는 ‘프리한 유럽식 운영’이다.

“저희 동아리는 강압적인 요구가 없거든요. 따로 회장이나 임원도 없고 정기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의무도 없죠. 기존의 수직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었어요. 자발적인 참여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회장이나 임원이 따로 정해져 있으면 그게 좀 힘들잖아요. 상하 관계, 권위적인 분위기가 없는 동아리를 만들고 있는 거죠.”(이주라·경영 10)



피닉스는 계속해서 치킨집 탐방을 이어갈 계획이다. 탐방을 다니면서 직접 만든 ‘테이스팅 노트’를 통해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는 일도 잊지 않는다. 나중에는 맛 평가를 토대로 치킨 매거진을 발행하는 것이 이들의 작은 목표이기 때문. 그 전에 치킨 관련 분야의 교수들을 초빙해 강연도 진행하고, 어린이 공부방에 치킨을 보내주는 ‘치킨 기부’도 계획 중이다.

“치킨은 혼자서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없잖아요. 누군가와 함께해야죠. 치킨으로 하나될 수 있어요. 치킨은 음식이 아닙니다. 문화입니다!”


글 박해나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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