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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전주 한옥마을 돌멩이 파는 청년 조회수 : 5222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전주 한옥마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거닐다 보면 한옥마을 외곽에 자리 잡은 작은 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Mr.WORLD i’mpossible factory’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눈에 띄는 이곳은 박세상(29) 씨가 돌멩이를 팔고 있는 ‘불가능공장’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엄청난 포부로 ‘두병’이란 이름을 ‘세상’이라고 개명까지 한 그는 도대체, 왜, 여기서, 돌멩이를 팔고 있는 것일까.




“일 곱 살 때 할아버지께 돌멩이를 선물 받았어요. 어린 마음에 ‘이걸 왜 주나’ 하고 기분 나빠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몇 년 전 짐 정리를 하면서 서랍 속에서 그 돌멩이를 발견했어요. 어릴 적 물건들은 거의 다 사라졌거나 닳아 없어졌는데 돌멩이만큼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더라고요. 돌멩이를 보면서 어릴 적 할아버지와의 추억도 생각났고요. 그래서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은 조약돌을 선물하기 시작했죠. 오래도록 변치 않는 의미 있는 기념품이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처음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의아해하며 돌멩이를 받았지만, 1년 정도 지나니 일부러 돌멩이를 받으러 ‘불가능공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게다가 돌멩이를 받아가며 1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돈을 내는 것이 아닌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만나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돌멩이가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선물이 된 것이다. 이후에 박세상 대표는 근처 돌 공장에서 버려지는 납작한 돌을 가져다가 돌 편지를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람들이 납작한 돌을 구입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편지를 쓰면 그는 그것을 예쁘게 포장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불가능공장에서는 돌 편지 3000원, 문양이 새겨진 작은 조약돌은 패키지와 함께 1만 원에 분양해갈 수 있다. 판매가 아니라 분양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나중에 나눠줬던 돌멩이를 모아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박 대표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스카우트도 거절하고 만든 ‘불가능공장’
돌멩이를 다시 모아 박물관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전주 한옥마을 자체를 하나의 박물관, 도서관처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그가 만든 것이 바로 ‘불가능공장’이다. 2012년 1월문을 연 불가능공장은 전주 한옥마을의 자원과 특색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옥마을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단순히 예쁘게 꾸며진 겉모습만 잠시 보고 떠나기 때문에 ‘볼 게 없다’ ‘할 게 없다’는 관광객들의 불만이 있었다. 또한 한옥마을은 관광지이기 전에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인데 관광지화되면서 이들이 떠나간다는 것이 박 대표는 굉장히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는 한옥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도를 만들고 한옥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혼자 여행하는 내일로(한국철도공사 자유여행 티켓) 여행객끼리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 파티도 열고 있다. 돌멩이를 선물하는 돌멩이 프로젝트도 불가능공장의 활동 중 하나다.

정부 지원금도 없이 불가능공장을 시작해 1년여간 3억 원의 매출을 내고 지역문화 개발의 성공적인 케이스로 주목받다 보니, 박 대표를 찾아와 상담을 하거나 컨설팅을 받는 이가 매달 30명이 넘는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대학, 지자체 등에서 강연 요청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이 같은 그의 모습을 보고 ‘열정적이고 재미있게 산다’고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그에게도 쓰디쓴 실패의 경험이 있다.



“2009년에 재학 중이던 충남대 인근인 대전 궁동의 대학가를 새롭게 바꾸기 위한 사회적 기업 ‘아이엠궁’을 창업했었죠. 죽어 있는 지방 대학가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버스 사업을 실시하고 벽화 그리기, 쿠폰 만들기, 길거리 퍼포먼스, 지역 대학생 모임 등을 진행했죠. 하지만 2012년에 부도가 났어요. 마냥 좋아하는 일로만 하다 보니 하나의 사업이라는 것을 잊었던 거죠.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이 없었고, 직원이 돈을 횡령하는 일까지 겹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렇게 그는 빚더미에 앉아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몇 달 동안 정신없이 빚을 갚고 한숨 돌리니 생각지도 못한 연락이 여기저기서 오기 시작했다. 비록 부도가 나긴 했지만 아이엠궁의 활동이 소문나며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고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도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고향인 전주로 내려왔다. 지역문화 살리기에 다시 한 번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욕심이 생기고 지역문화에 본격적인 관심이 가기 시작했죠.



“사실 아이엠궁을 시작했을 때는 ‘하고 싶은 것 좀 하다가 잘 안 되면 전공 관련 취업 준비를 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대단한 꿈이나 포부를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 그저 오랫동안 갖고 있던 불만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을 뿐이거든요. 하지만 1년쯤 하다 보니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점점 욕심이 생기고 지역문화라는 것에 본격적인 관심이 가기 시작했죠. 그래서 대기업 취업도 마다하고 지역문화를 바꾸는 일에 다시 도전한 거죠.”

박 대표는 지역문화 살리기뿐만 아니라 ‘불가능공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불가능한 도전을 하려는 청년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도 있다.

“불가능한 일을 도전하는 게 당연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불가능공장은 도전하는 청년들을 응원하는 기업이 되고 싶고요. 8월에 홈페이지를 오픈하면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친구들에게 소정의 도전 지원금을 주는 프로젝트도 준비할 계획이에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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