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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인생을 즐기고 싶어? 갭이어를 가져봐! 조회수 : 4712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갭이어’는 학업을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봉사, 인턴십, 여행 등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유럽에서는 갭이어를 제도화했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명문대에서는 입학과 동시에 갭이어를 권장하는 서문을 보내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 참가해 가수로 활동 중인 로이킴이나 영화배우 엠마 왓슨,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 등도 갭이어를 가지며 자신의 꿈을 찾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갭이어’는 국내에도 이런 갭이어 문화를 전파하자는 뜻을 가진 이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특히 이곳을 창업한 5명의 청년은 대학 시절 갭이어를 가진 뒤 자신의 진짜 꿈을 찾은 ‘갭이어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한국갭이어의 창업 멤버인 다섯 남자의 이력은 매우 화려하다. 대표 안시준(29) 씨는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서포터즈 대표, 지식경제부 글로벌 캐스터, 백제문화제 관광홍보대사 등을 역임했고, 김남호(30) 씨는 G20세대를 대표하는 6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 ‘new trend G20세대’의 주인공이다. 이성원(29) 씨는 한국 유니세프 대학생회 대표를 맡아 하며 다수의 봉사 관련 상을 수상했고, 박진수(28) 씨는 워킹홀리데이 홍보활동 외교통상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박시용(25) 씨는 인도 유엔협회 전 청년 대표, 서울 모의핵안보정상회의 미국 대표 등을 역임하고 TEDxUNIST 강연 연사로 서기도 했다.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스펙을 가졌지만 이들은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삶을 스스로 거부하고 험난한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실은 굉장히 평범했던 본인들의 일상을 스펙터클하게 만들어준 ‘갭이어’를 알리기 위해서다.



세계일주, 봉사활동, 워킹홀리데이… 갭이어 = 인생의 전환점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 청와대. 20대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청와대 G20세대 정책자문위원으로 참석했던 안시준, 김남호, 이성원, 박진수 씨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들만의 공통분모를 발견했다. 바로 본인들이 가진 ‘갭이어’ 덕분에 그 자리에 모이게 됐다는 사실이다.

“제 경우에는 에너지가 굉장히 많은 편이었는데 그 에너지를 고등학생,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쏟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무전여행, 세계일주를 다니면서 가진 갭이어를 통해 에너지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다녀오면 학교생활에도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세계일주를 하며 세계에서 진행하는 많은 프로젝트를 보고,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의 꿈에 대해 플래닝하는 시간도 갖게 됐죠.”

안 대표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자 다른 이들도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한의사를 꿈꿨지만 재수 후 서울대 농대에 입학하며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게 된 남호 씨는 학점 1.37을 받을 정도로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세계일주 1년, 파라과이 봉사활동 2년 등의 갭이어를 가졌는데, 그 시간 동안 국제활동가라는 자신의 새로운 꿈을 찾게 됐다고 한다. 진수 씨 역시 임상병리학을 전공했지만 병원 실습을 다녀온 뒤 ‘이건 내 적성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갭이어를 갖기 위해 9개월간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았고, 프로그램 기획자라는 진짜 꿈을 찾게 됐다. 공대생이던 성원 씨는 보통 학생들처럼 막연히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며 지냈지만, 갭이어를 통해 생각이 바뀌게 된 케이스다.

“공대생이면 다들 취업 잘한다고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막상 취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제차를 산다고 해도 자동차 커버를 벗겨볼 시간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내가 원하는 삶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1년간 해외 봉사활동을 했어요. 갭이어를 가지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다른 많은 분에게도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죠.”

막내 시용 씨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지만 스스로 인도 유학을 선택해 갭이어를 가지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한국갭이어 창업을 준비하던 이들을 알게 됐고 그 뜻에 공감해 마지막 멤버로 합류했다.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게 된 남호 씨는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세계일주 1년, 파라과이 봉사활동 2년 등의 갭이어를 가졌는데, 그 시간 동안 국제활동가라는 자신의 새로운 꿈을 찾게 됐다


그렇게 뭉친 이들은 ‘한국갭이어’를 창업하고 갭이어 문화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매년 50회 이상 강연도 다니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자체적으로 개발해 갭이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방콕 NGO 봉사활동’, ‘아프리카 케냐 마을공동체 봉사활동’, ‘그리스 마을공동체 인턴’ 등은 한국갭이어 멤버들이 직접 해외에 나가 개발하고 검증한 프로그램이다. 해외뿐만 아니라 장기간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며 일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그곳에서 살고 싶다’ 프로그램도 인기 있다.

국내 프로그램의 경우 프로그램 참가비 없이 무료로 운영되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정 시간 일을 한 뒤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지난해 1월 창업 이후 약 400명이 한국갭이어의 국내외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갭이어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에는 1억 원, 올해 상반기엔 2억 원의 수익을 냈고 이익의 사회환원 의미로 기부 형태의 강연이나, 쓰지 않는 MP3를 모아 시각장애인에게 기부하는 운동도 하고 있다.

“단체에 소속돼서 한 줄의 스펙 만들기용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기획해나가며 자신이 잘하는 것을 발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두 애쓰고 있어요. 조금 더 안정이 되면 센터를 만들 계획도 있죠. 센터 안에서 기본적인 교육도 하고, 갭이어 컨설턴트가 상주하면서 신청자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정해줄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싶어요.”

쉬운 길을 두고 왜 힘들게 돌아가느냐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기업에 다니며 높은 연봉을 받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시간을 거친 뒤 진짜 꿈을 찾아 인생의 참재미를 느끼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귀 기울여볼 만하지 않을까.

“20대 대학생들을 보면 스펙을 위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입사하려는 회사 등에 대한 공부는 참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잘하는지 등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니즈는 공부하지만 정작 본인에 대한 공부는 소홀하죠. 조금 더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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