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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주인장 꿈꾸던 그녀, 러시아가 열광하는 유튜버가 되다! 콘텐츠크리에이터 민경하 조회수 : 8282

[꼴Q열전] 


한국에 대한 러시아 사람들의 관심이 후끈하다. ‘K-뷰티’부터 매운 라면 등을 궁금해 하고 직접 한국에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중심에는 민경하(28) 씨가 있다. 러시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그녀는 다양한 콘텐츠로 한국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경하 씨는 2016년 2월부터 유튜브 채널 ‘KYUNGHA MIN’을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 수는 28만 명을 넘어섰고, SNS 팔로워 수는 8만 9천명에 이른다. 입이 떡 벌어지는 팬들의 숫자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에겐 조금 낯선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사람이 상당수다.


“유튜브에는 주 1~2회 정도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느끼는 러시아와 한국 문화의 차이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한국 메이크업을 소개하기도 하죠. 러시아 유명 블로거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거나 러시아 팟캐스트 운영자, 우리나라에서 데뷔한 러시아 아이돌 등을 게스트로 초청하기도 해요.” 


민 씨의 유튜브 콘텐츠는 모두 러시아어로 제작된다. 직접 러시아어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러시아 관련 경험을 들려준다. 러시아어가 아주 완벽하진 않아 간혹 틀리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구독자들은 오히려 그런 모습에 ‘귀엽다’며 열광한다. 우리말을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국내 방송에서 높은 인기를 얻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다. 





공항에서부터 사인 공세, 러시아의 최고 인기 스타 


러시아는 유튜버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 유명 유튜버들이 아이돌급 인기를 얻는 편. 이 때문에 민 씨는 러시아에서 ‘연예인’ 대우를 받는다. 공항에서부터 팬들이 몰리고, 그녀를 만나러 직접 한국으로 찾아오는 팬들도 있을 정도다.


“구독자들과의 모임을 가지면 적게는 70명, 많게는 1000명 이상이 모여요. 10대부터 30대까지 나이대도 다양하고요. 정말 감사하죠. 몇 년 전만해도 이렇게 유튜버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마케도니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말이죠. 러시아에 교환학생을 갔다가 소치올림픽 통역 자원봉사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민 씨는 외국어 능력자다.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스와힐리어(아프리카 토속 언어), 한국어 등 5개 국어가 가능하다. 어릴 적 영국과 필리핀에서 생활하며 영어를 익혔고, 일제강점기 역사를 배운 뒤 일본에 직접 사과를 받겠다며 일어를 배웠다. 대학 때 아프리카로 6개월 봉사활동을 다녀오며 스와힐리어를 익혔고, 대학에서는 러시아어를 전공했다.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집에는 각종 언어에 대한 책이 종류별로 가득해요. 대학 전공도 자연스레 언어 관련된 것으로 정하게 됐는데 사실 노어학과는 성적에 맞추느라 선택한 것이었어요. ‘노어’가 러시아어인줄도 모르고 있었죠.” 



△ 민경하 씨의 유튜브 채널 ‘KYUNGHA MIN’ 캡처 



낯선 언어였지만 민 씨는 금세 러시아어에 흥미를 붙였다. 러시아 교환 학생을 두 차례 다녀오며 실력은 급속도로 늘었고, 우수한 성적 덕에 또 한 번의 교환학생 기회를 얻게 됐다. 그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세 번째 교환학생을 갔고, 소치올림픽 통역 봉사에도 참여하게 됐다. 


통역 봉사는 그녀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분위기를 즐기던 민 씨에게 운명처럼 두 남자가 다가온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커다란 덩치의 낯선 러시아 남자는 길을 걷는 민 씨에게 다가와 대뜸 ‘너는 누구니?’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한창 분위기에 취해 신이 나있던 그녀는 러시아어로 ‘나는 한국인이야!’라고 당차게 외쳤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한국의 초코과자, 도시락, 김치 등에 대해 물었고 민 씨는 서툴지만 열심히 러시아어로 답했다. 


알고 보니 그녀에게 길거리 인터뷰를 건 사람은 러시아의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마약(Mayak)의 MC 세르게이 스틸라빈이었다. 민 씨의 인터뷰는 그의 유튜버 채널에 업로드 됐는데 그 반응이 엄청났다. 댓글로 ‘이 여자는 누구냐’, ‘다시 찾아서 인터뷰를 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민 씨는 이미 한국으로 귀국한 뒤였다. 러시아인들에게 ‘한국의 이름 모를 귀여운 소녀’ 정도로만 기억될 뻔 했지만, 2년 뒤 기적처럼 그녀가 다시 등장했다. 


“한국에서 알고 지낸 고려인 친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 제의를 했어요. 워낙 인기 있는 채널이라 많은 분들이 보셨고, 그 중에는 2년 전 저를 기억한 분들이 있었던 거죠. 그분들이 세르게이 스틸라빈에게 ‘드디어 그 여자를 찾았다’라며 ‘다시 꼭 인터뷰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러시아 라디오 프로그램에 초대를 받았고, 직접 출연도 했어요. 이후 친구의 유튜브 채널에는 ‘경하, 한국여자’라는 제 코너가 생겼고, 나중에는 구독자분들이 ‘따로 채널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해 개인 채널까지 만들게 된 거죠.” 


△ '한국여자들에게 멋진 러시아남자'에 대해 말하는 콘텐츠



구독자가 만들고 구독자가 키운 유튜버


얼떨결에 채널을 만들긴 했지만 결과물은 엉망진창이었다. 촬영도 편집 경험도 전혀 없으니 제대로 된 영상을 업로드하기 힘들었다. 편집을 전혀 하지 못해 무삭제 영상을 그대로 업로드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로 영상을 세로방향으로 촬영해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채널 구독을 포기할 법도 했지만 러시아 팬들의 애정은 남달랐다. ‘우리가 경하를 도와주자’며 뭉쳤고 ‘경하 유튜버 만들기’에 돌입했다. 음향은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지, 편집은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될지 등을 팬들이 직접 코칭 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면 좋을까’라고 민 씨가 물으면 구독자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협업이 이뤄졌다. 


“구독자분들이 저를 키워준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지금도 댓글을 수시로 확인하고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가려고 해요. 최근에는 카자흐스탄의 유명 가수를 인터뷰했는데, 그것도 구독자분들의 요청이 있어서였죠. 가수의 매니저 연락처도 구독자분이 알려줬고, 다 같이 한마음으로 소속사 대표님에게 ‘인터뷰를 해 달라’며 요청해 극적으로 섭외에 성공했어요.”





민 씨는 이제 콘텐츠 제작 뿐 아니라 ‘한국어 학교’, ‘경하 상점’ 등의 비즈니스까지 도전 중이다. ‘한국어 학교’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러시아인을 위한 온라인 언어 강습이다. 인터넷 전화를 활용해 그룹 레슨을 하는 형태로 교재까지 직접 만들었다. ‘경하 상점’은 러시아인들이 관심 갖는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이다. 


“러시아 내에서 페스티벌을 열고 한국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에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낙후된 의료 시설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의료사업도 준비 중이고요. 콘텐츠 제작도 열심히 해야죠. 편집 기술을 배워서 좀 더 퀼리티 높은 영상을 만들어볼래요.”


사진=서범세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