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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학식 먹을래 3화. ″IBK 기업은행, 꼭 합격해서 연락드릴게요″ 조회수 : 18404

성균관대학교. “혜화역에서 셔틀 타고 오시면 돼요!” 친절한 문자 덕분에 오르막길 걷느라 다리에 알 서는 불상사는 없었다. 심지어 셔틀버스 승차요금이 300원인데 거스름돈을 안 준다는 고급 정보까지. 덕분에 학생식당 ‘금잔디’까지 무탈하게 도착했다.


학식이 정말 맛없다며 걱정하길래 한 마디 했다. “전국 맛없는 학식 리스트에 성대는 없던데? OO대학교가 1위던데. 거기 가면 라면 먹으려고.” 


그렇게 우리는 고정 출연 급인 돈까스와 매운 볶음우동을 주문했다. 내가 먹은 매운 볶음우동은 고추장에 생생우동을 넣은 맛이 났다.

 

l 성균관대 금잔디 돈까스와 매운 볶음우동(각 3,500원, 4,000원)


학식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아 물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

“스터디 사람들?”



“스터디만 3개, 놀 만큼 놀았으니 이제 본격 준비해야죠.”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로맨틱유생(*크리스마스를 뉴욕에서 보내야지, 직장 들어가서도 야구 동호회 하면서 살아야지 등등 로맨틱한 버킷리스트를 가진 성균관 유생)군은 취업과 관련된 스터디만 3개나 하고 있다. 


어제도 스터디 친구들과 은행권 취업설명회에 다녀왔다. 시중은행 5개 인사담당자가 중앙대에 모여 채용 이야기를 해주는 자리였는데 언뜻 봐도 800명 넘는 사람들에 압도됐다고.



은행권 경쟁률이 높은 건 알고 있었지만 피부로 느낀 건 처음이라는 로맨틱유생에게 상반기 기업은행 공채 경쟁률이 110대 1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면 지레 겁먹을 것 같아 이야기를 돌렸다.


“은행에 취업하고 싶은 이유가 따로 있어?”



“캐나다에서 처음 방문 영업을 했는데 1달러도 못 벌었어요.”


보통 은행권 취업을 희망하는 친구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은행이 안정적이고…” 우리 로맨틱유생은 달랐다. “영업이 저랑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영업 해봤어요!” 이 신선한 대답은 뭐지? 정말 영업직무가 좋은 건가?


로맨틱유생군은 1년간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워홀)를 다녀왔다. “워홀 가서 영업을 했다고 하면 오~ 영어 좀 했나 보네? 하시겠지만 정말 영어를 1정도만 했어요. 2도 아니고 1…” 영어를 1만 한다는 로맨틱유생군은 방문판매 영업을 했다. 집집마다 똑똑하고 들어가 인터넷과 TV, 홈폰 서비스 소개하고 파는 식이었다. 기본급여가 없는 100% 커미션 영업이었기 때문에 영어를 1밖에 못해도 포기할 수 없었다. 


비행깃값 120만 원 포함 300만 원 들고 떠난 워홀이었다. 처음 한 달은 여행 겸 노느라 쓰기만 한 탓에 당장 다음 달 집세 낼 돈이 없었다. “첫 달에는 1센트도 못 벌어서 잔디를 깎거나 병원 청소를 할까 생각했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보디랭귀지든 뭐든 동원해서 계속했죠. 2개월 차에 700~800달러, 3-4개월 차에는 1000달러~1200달러까지 벌었어요.”


그때 로맨틱유생군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설득’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특히 영업이 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 다는걸. 또 하나 외국에서 영업을 한다고 영어가 느는 건 아니라는 것까지도…




“기업 이미지가 좋았어요.”


신나게 한참을 듣고 있다가 의문이 들었다. “근데 왜 은행권 영업을 지원해? 은행 영업은 종일 앉아서 고객 상대하는 거고 캐나다에서 했던 방문판매는 돌아다니는 건데?”


로맨틱유생군이 하는 여러 개의 스터디 중에 현업에 있는 3~4년 차 선배들과 상담하는(?) 스터디가 있다. 매주 다양한 기업, 직군에 있는 실무자들을 만나는 데 그날따라 유독 빛이 나는 사람이 있었다. 다니고 있는 회사와 직무, 복지나 기업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주는데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쳤다. 아무리 애사심이 강해도 현업에 4년 이상 있으면 지칠 텐데 그런 기색이 없었다. 그때부터 로맨틱유생군은 IBK, IBK 외치고 다니게 됐다고.


“처음에는 무조건 연봉 높은 회사에 가야지 했는데(물론 IBK도 많이 주겠죠), 실제로 현업에 계신 분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당장 1,2년이 아니라 3,4년이 지나도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회사를 가야겠다는 쪽으로 어느 순간 바뀌었어요.”



“사실 인턴 준비 중이에요. 4학년 1학기거든요”


고추장 맛 볶음 우동면이 불어터지기 시작했다. 듣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먹는데 집중할 양으로 질문 공세를 펼쳤다. “어? 그럼 이번 IBK 기업은행 공채 쓰겠네? 200명 뽑는다던데. 자기PR대회 갈 거야? 주제는 뭘로? 자기소개서 항목이랑 어떻게 쓸 건지 말해봐. 내가 최소 1년 이상 선배니까 자기소개서 팁을 전수해주도록 하지.”


“저 이번에 4학년 1학기라 자격이 안 될텐데… 겨울방학 때 인턴 지원하려고요.” 


내일 당장 면접 볼 사람처럼 1시간 넘도록 이야기 해놓고 이제 와서 인턴 지원 이라니. 당황했지만 한 편으로는 그래서 이렇게 자신감이 넘쳤구나 싶었다.


당연히 이번에 공채 지원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라며. 어쩐지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과 다르게 파이팅 넘친다 싶더라고 이야기 했다. 주제는 자연스레 자존감으로 넘어갔다. 10여 분 동안 치열하게 자존감에 대한 토론을 하고 슬슬 마무리 지었다. 셔틀버스 요금 300원 때문에 잔돈 바꾸느라 샀던 츄파춥스를 건네주며 우리는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졌다.


로맨틱유생군의 속풀이타임

요즘 스터디를 하면서 부쩍 느끼는 건데 취업 준비생이나 취업재수생(졸업 후 6개월~12개월 이상 지난 친구들을 보통 취업재수생이라고 부름)들을 만나면 다들 자신감이 없어 보여요. ‘자존감’이 낮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네요. ‘남자는 자신감!’ 하면서 살아왔는데… 


지금 저는 고등학생이 수능 전에 대학교 알아보는 기분이에요. 어떤 회사가 있는지, 영업 직무가 회사마다 같은 건지, 야구 동호회 같은 복지혜택이 있는지, 지금 학점이나 영어점수 면 갈 수 있는지 그런 것들만 알아보고 있어서 자존감이 낮아지기 보다 설레고 기대되는 게 더 커요.


막상 10번 20번 넘게 서류, 면접에서 탈락하거나 졸업식 때 미취업자면 달라지겠죠? 그때도 지금처럼 히죽거리며 졸업식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때 가서 걱정해도 되지 않느냐고 주변에서 말하긴 하는데, 지금부터 컨트롤할 수 있어야 진짜 상황이 닥쳐도 지금처럼 자신감 있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책에서 봤는데 자존감이 낮아질수록 역경에 직면했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회복탄력성이 약해진데요. 그리고 자존감이라는 건 평소에 관리를 해야한대요. 그래서 저는 야구를 하려고요. 야구를 진짜 좋아해서 다음 학기에 취업 준비하면서도 운동은 거르지 않고 할 생각이에요. 아니면 버킷리스트를 몇 개 더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힘들 때마다 버킷리스트 하나씩 실천하면 좀 도움 되지 않을까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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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학식 먹을래 2화. ″공대생은 광고/마케팅 공모전 하면 안 되나요″


기획·글 캠퍼스 잡앤조이 nyr486@hankyung.com
그림 BOXI(웹툰 '여대생의 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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