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라이프

[꼴Q열전] 세 청춘의 좌충우돌 귀농 프로젝트 ‘삼시세끼’ 조회수 : 9032




지난 8월 2일, 한강 둔치에 손맛이 물씬 느껴지는 수상한 플래카드가 걸렸다.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는 ‘삼시세끼 무전여행’. 한창 인기인 TV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촬영을 나온 걸까?

아니었다. ‘삼삼오오 찾아간 시골에서 세상을 듣고 끼니를 때운’ 청춘들이 무전여행의 ‘쫑’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무전여행 ‘쫑파티’의 주인공 양애진(23), 주별(22), 임연준(23)씨. 세 주인공을 제외하고도 파티에는 많은 이가 함께했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28일까지 4주간의 여행일지를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맺은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무전으로 떠나는 시골여행. 무모하지만 개성 가득한 이 여행의 계획은 간단했다.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서 이들의 여행계획 공지를 보고 “와달라”고 요청하면 그곳을 찾아가 일하는 방식! ‘한 달간의 농활’이라고나 할까? 


“무전여행이라면 자신을 극한 상황에 내던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도움을 받기도, 주기도 하면서 느끼는 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공정여행에 가까운 여행을 계획했죠.” 


여행을 함께할 게스트도 그때그때 초대했다. 미리 페이지에 다음 목적지를 공개하고 세 여행자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여행 중 오롯이 셋이 함께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보은·강진·노화도 어디든 간다! 

 “저(애진)와 별이는 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는 ‘여행대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어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여행대학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친해졌죠.”


 한 학기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양애진 씨가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때문이었다. 뭔가 특별한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텔레비전을 보고 ‘느리게 살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자취하며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렇게 야심차게 삼시세끼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친구들에게 발표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 왜 하는 거야?"라는 질문이었다. 


그러다 “같이 하자”며 격하게 반기는 별 씨를 만나게 됐다. 별 씨는 학교에 다니며 농사를 배운 경험 덕분에 애진 씨의 제안이 반갑기만 했다. 


 “둘이 농사를 지어볼 수 있는 곳을 찾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청소년텃밭학교’라는 NGO를 알게 됐어요.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노동’을 시작했죠. TV 프로그램처럼 밥을 직접 지어 먹는 것이 아닌 농사를 짓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사실 힘들어 밥도 못 해먹겠더라고요.”(웃음)


청년텃밭학교에서 이들이 맡은 임무는 쪽파 뽑기, 시금치 캐기, 이랑·고랑 만들기 등. 어느 정도 내공이 쌓였을 즈음 활동영역을 넓혀 조별 씨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귀농하셨다는 경주를 찾았다. 


그렇게 충북 보은, 전남 강진 등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농사를 돕고, 미대생인 조별 씨의 재능을 한껏 살려 벽화작업도 하며 모두 6곳 정도를 거쳤다. 


 “지치고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가는 곳마다 특색이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즐거웠어요. 계속 다니고 싶었는데, 서울에서 오가려니 시간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여행을 계획했죠. 차라리 ‘릴레이’로 다니자고. 그러다 전남 노화도에 게스트로 참여한 연준 씨와도 뜻이 맞아 결국 셋이 여행을 시작하게 됐어요.”  



농사부터 장사까지… 672시간 동안 배운 것은 

 첫 여행지는 ‘농가 모집’ 공지를 보고 가장 먼저 연락을 준 경기도 가평의 한 토마토농장. 양파 밭 잡초 제거부터 토양의 수분 유지와 온도 조절을 위해 덮어놓은 비닐 제거, 토마토 수확까지 여러 작업들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일하고 얻은 것은 살, 살, 살! 훈훈한 인심 덕분에 무사히, 아니 과하게 삼시세끼를 해결했던 까닭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토마토를 직접 판매하기도 했어요. 농장에서 토마토를 따 가도 좋다고 허락해주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죠. 혹시 몰라 챙겨둔 비상금으로 일회용 컵을 사서 토마토를 담아 남이섬으로 향했어요. 학교 축제 때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입 떼기가 왜 그렇게 힘들던지…." 


하지만 시작이 반! 농장 이모의 도움으로 장사하는 법을 터득한 이들은 다음 행선지인 횡성의 포도농장에서는 와인을 받아 똑같은 방법으로 여비를 마련했다. 여행 중 종종 찾아온 이런 기회는 농사의 중요성과 더불어 판매하는 방법까지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저(별)로서는 정말 큰 도전이었어요. 느낀 게 많았죠. 토마토는 어떤 크기를 담아야 하는지, 마트에 내놓는 토마토는 어느 정도 익혀야 하는지, 소비자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야말로 살아있는 수업이었어요.” 



횡성의 포도농장을 거쳐 찾은 곳은 대구. 이곳에서는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바로 ‘애자생파’!양애진 씨의 생일 파티를 빙자해 게스트를 모집하는 이벤트였다. 



가평·횡성에서 가져온 토마토와 와인, 그림엽서 등을 판매하는 플리마켓, 포틀럭 파티, 애자의 돌잡이까지 버라이어티한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날 생파에는 대구를 비롯해 심지어 전날 미국·영국에서 귀국한 이들까지 참여해 의도치 않게 성대한(?) 파티가 펼쳐졌다. 덕분에 다음 목적지에서는 든든한 게스트들이 함께했다. 





“더위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장마였어요. 장마 때는 농가들이 일을 쉬어 대구에서 이동할 때쯤에는 어떤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거든요. 갈 곳이 없었죠. 그러다 지난 여행 때 만났던 스님이 불현듯 생각나 연락드렸더니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찾는 대구 팔공산 근처의 지장암. 쿨~한 스님의 보호(?) 아래 지장암에서 맘껏 휴식을 취하며 여독을 풀었다. 그 후 밀양, 부산, 제주도, 경주, 보령으로 이어진 여행은 출발지였던 가평으로 돌아와 마무리됐다. 꼬박 28일 동안 여행하며 이들이 얻은 것은 토마토도, 블루베리도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었다. 




 “편견을 많이 깨고 돌아왔어요. 20여 년 동안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며 농촌이나 시골에 대한 편견이 있었거든요. 지루하다, 어떻게 농사만 지으며 살까 같은….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스스로 일한 만큼 그 결과가 그대로 눈에 보이는 정직한 일이 농사이고, 땅과 결부된 일이라는 점에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 인연을 맺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 누구나 아픔을 겪지만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달라지는 삶의 질,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도요.” 



 쉽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2015년 여름을 보낸 세 청춘의 여행은 끝났다. 그동안 만났던 이모·삼촌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가을이 오면 여름을 함께 보낸 농가를 다시 찾아가 안부를 물으며 무전여행의 긴 여운을 즐길 계획이다. 





글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사진 삼시세끼 제공 








나의 생각 Good Bad

기사에 대한 의견 (0개)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