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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멀쩡하게 생긴 이 형, 왜 이래? ′섭이는 못말려′ 조회수 : 20976

매일 오후 5시 또는 9시가 되면 페이스북에는 수십만 명이 기다리던 영상이 업데이트된다. 달걀로 탱탱볼 만들기부터 고데기로 고기 굽기까지 못 말리는 실험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전해주는 '섭이는 못 말려'가 바로 그 주인공! 실소든 박장대소든 “내가 웃고 다른 사람이 웃으면 행복하다”는 ‘실속형 또라이’ 조섭의 이야기. 






SNS 인기 영상 ‘섭이는 못 말려’의 주인공 조 섭(25). 그는 영상의 기획자이자 제작·연출·출연까지 모든 역할을 맡은 1인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 조섭의 역사는 그의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상으로 자신만의 실록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시작. 밥 먹을 때, 친구들과 장난칠 때 어딘가에 카메라를 장착해두고 한 장면, 한 장면을 남겼다.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어서인지 혼자 있을 때면 카메라를 켜두고 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웠다고.


영상을 찍는 데 그치지 않고 ‘만드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은 휴대폰을 손에 쥐면서부터. 하지만 미술을 공부하고, 패션을 전공하는 그에게 영상은 취미생활일 뿐이었다. 


"예술중·고교에서 미술을 전공했는데, 대학교에 진학할 때가 돼서 미술을 계속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겨 평소 관심이 많았던 패션 분야로 전공을 선택했어요. 그때까지도 영상은 우울할 때 꺼내놓는 취미였지 일은 아니었어요. 영상작업이 일이 된 것은 패션 관련 분야가 저와 영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예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보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2012년 7월, 유튜브에 대망의 '섭이는 못 말려' 페이지를 오픈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3년, 페이스북 페이지를 오픈하며 본격적인 섭이만의 영상 업로드를 시작했다. 


 지금은 ‘못 말리는 실험실’이라는 주제가 정해져 있지만, 처음에는 ‘알보칠 체험기’ ‘어머니와의 대화’ 등 일상의 재밌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하지만 '재밌는 모습'을 담아야 하는 유머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주위에서 우려를 가미한 '디스'도 엄청났다.

 



“‘왜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 ‘패션 한다는 사람의 이미지가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욕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많은 분이 공감하고 도와주시더라고요. 처음 올린 영상이 과제 하다 정신 나간 콘셉트의 영상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놀랐어요. 아무런 내용도 없는 영상인데 조회 수 5000건을 넘어가니 신기하기도 했고요."



섭이가 알려주는 콘돔 사용법 

춤과 노래, 엉뚱한 짓 등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업데이트하며 꾸준히 구독자를 늘려가던 그가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올린 ‘콘돔 사용법’ 덕분! 콘돔을 입으로 불거나 머리에 쓰며 말 그대로 콘돔을 쓰는 다양한 방법을 찍은 영상이다. 무려 8만 개의 공유. 페이스북 ‘좋아요’ 수도 순식간에 늘었다. 특히 외국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대만의 뉴스에 등장했을 정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이름 뒤에 '콘돔'이 따라다니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박이 날 줄은 몰랐어요. 거의 모든 영상이 그래요. 대박이겠다 싶어 올린 영상은 반응이 없고, 아무 생각 없이 찍은 영상은 반응이 폭발적일 때가 있거든요.”


‘편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때부터였다. 단지 좋아서, 즐겁기 위해 만든 영상이어서 편집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시리즈를 원하고, 또 요청이 많아지면서 표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편집하지 않으면 자신이 의도했던 생각을 나타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영상 제작과 관련해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어요. 영상 콘텐츠를 올리면서 기초강좌부터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배워 지금은 하루에 한두 개의 영상을 편집하는데, 다른 분들의 영상편집 작업시간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죠. 그날 찍은 영상을 그 날 편집하지 않으면 답답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편집만큼은 자신도 있고요.”

  

 실제로 그가 초기에 올린 영상과 최근 영상을 비교해보면 편집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관심종자' 아닌 1인 콘텐츠 제작자 

콘텐츠 제작자로서 여건을 하나씩 갖춰 나가던 그는 지난해부터 1인 미디어 제작자 네트워크인 ‘비디오빌리지’ 소속 크리에이터로 일한다. 말하자면 비디오빌리지는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의 소속사인 셈. 그가 비디오빌리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인데, 사실 그는 ‘소속’ 크리에이터라기보다 개국공신에 가깝다. 


비디오 빌리지의 조윤하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그의 영상을 보고 함께 창작자들의 놀이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 조 대표의 제안에 그는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 그 역시 크리에이터로서 느끼는 고민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기 때문. 


'섭이는 못말려'의 수 많은 영상 중 하나만 봐야 한다면 꼭 봐야할 영상. 멀쩡하게 생긴 이 형이 왜이러는지 알 수 있다. 


“영상을 보면 만들기가 쉬워 보이잖아요. 하지만 막상 영상을 찍어 편집하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믈 거예요. ‘열심히 하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요. 매일 영상을 업데이트하는 만큼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요. 새벽까지 편집하고, 낮에 일어나 기획하고, 찍고 또 편집하고. 쓸데없는 짓처럼 보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이런 영상을 찍어 돈을 벌기도 하고요.”


유머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점점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스스로 선을 설정해 놓고 천천히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해주는 소재로 실험하는 ‘못 말리는 실험’을 시작한 이후 괴로울 때도 적지 않다. 


시청자 연령층이 어리다 보니 간혹 ‘10층에서 떨어져 봐라’ ‘변을 먹어 달라’는 등 무리한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의견을 십분 반영하려고 노력하지만, 선을 벗어나는 것은 가볍게 지나친다.  


 “페이스북을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영상들이 떠돌아다녀요. 겨드랑이털에 밥을 비벼 먹는다거나 변기에 라면을 담가 먹는다거나 하는. 선을 넘은 것들이죠. 순전히 이슈를 만들기 위한 것들요. 얼마 전 그런 영상들을 저격했는데, 피드백이 매섭게 돌아오더라고요. 똑같은 ‘관종(관심종자)’ 아니냐, 콘돔 영상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 무슨 자격이 있어 그러느냐고요. 속상하지만, 저희가 넘어야 할 벽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페이스북은 ‘좋아요’ 수만 많으면 스타라는 말을 쓰고, ‘관종’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거든요. 어쩔 수 없죠. 아직 1인 제작자라는 개념이 생소하니까요.” 


 온라인에서 유명인사가 된 그에게 방송 제의도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1인 제작 콘텐츠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반면, 방송은 상업성이 짙고 ‘조 섭’이라는 캐릭터를 잃는 위험이 도사린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방송에 나가 작업할 자신도 없다. 혼자 카메라와 대화하는 것은 좋지만, 카메라가 3대 이상 놓이면 부담스러워 한마디도 못하겠다는 것이 그의 변. 통편집의 두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


 “성공의 기준은 이런 직업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것, 그리고 제 영상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것이죠.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니까요. 지금은 확신할 수 없지만, 나중에는 무시하지 못할 직업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대신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해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수가 많다거나 유튜브 구독자 수가 많다고 해서 연예인이나 스타는 아니니까요. 옆집 문을 열면 있는 섭이. 딱 그 정도!” 






섭이는 못말려 INFO 



매일 오후 5시 또는 9시 업데이트 

유튜브 bit.ly/whtjq007 

인스타그램 instagram.com/josubsub 

페이스북 www.facebook.com/ChoSeop


글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사진 제공 섭이는 못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