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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 철학에서 역사, 소설까지…2015 공채 대비 통섭(通涉)형 독서 리스트 10선 조회수 : 6830

“머리에 주입된 인문학 말고, 가슴에 물든 인문학을 원한다.”한 유통기업 인사팀 관계자의 말이다. 아무리‘취업 인문학’이 대두된다고 해도 기업이 원하는 것은 인문학적 지식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된 업무 능력이다. 하지만 그런 소양이 하루아침에 길러지기는 어려운 법.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일단 각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독서가 필요하다. 새해, 성공적인 취업을 기원하며 기업체 인사담당자, 취업 컨설턴트 등의 도움을 받아 인문계·이공계별 맞춤형 책을 소개한다.



인문계  - 과학을 통해 사회를 꿰뚫어 보기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흔히 중세·고대는 낭만적으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이 시기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났으며, 가족·마을 등 일상 영역에서도 폭력은 흔했다. 저자는 인류의 본성에 복수심·가학성 등 악마가 내재돼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지만 동시에 자기 통제나 도덕 같은 천사도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천사가 악마를 누를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이 인류의 역사에서 차츰 형성돼 왔다는 것이다.







<숲에서 우주를 보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근처의 오래된 숲을 정처 없이 걷다가 앉기에 적당한 바위가 있는 곳 옆에 지름 1m가 조금 넘는 가상의 원을 그리고 이것을‘만다라’라고 부른다. 그리고 1년 동안 소란 피우지 않고 지켜본다는 규칙을 세웠다. 이 책은 이렇게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작은 숲에서 본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몸도 결국‘수많은 세균이 결혼한 결과물’이라는 저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저성장, 양극화, 인간관계의 단절, 환경 파괴 등의 문제들은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물 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으로‘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오고, 결국 자본주의는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저자의 전망에 선뜻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지금 우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저자가 강조하는‘협력’과 ‘공유’가 유효하게 들리는 이유다.





<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더퀘스트

네이트 실버는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와 롬니의 선거 결과를 50개 주 모두에서 맞혀 영웅이 됐다. 이 책은 자신의 예측방법론을 총정리 해, 데이터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아내인데,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처음 보는 여성 속옷이 당신의 옷장 서랍 속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자. 당신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저자는‘사전 예측 확률’을 계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평소‘남편이 바람을 피울 확률의 초기 추정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 전력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이라는 것이 추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방법을 이용해 정치·경제·스포츠·전쟁·전염병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단속사회> 엄기호 지음. 창비

저자는‘단속(斷續)’을 같고 비슷한 것에는 끊임없이 접속해 있지만 타인의 고통같이 조금이라도 나와 다른 것은 철저히 차단하고 외면하며 이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사회 현상으로 개념화한다.‘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를 부제로 삼고 있는 이 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삶을 뒤흔드는 근본적인 상황의 변화, 즉 소통 불가능에 처한 시대다.








이공계  - 역사와 철학으로 삶 톺아보기


<철학자와 하녀> 고병권 지음. 메디치미디어

철학자 고병권은“철학자라면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철학을 해야 한다.‘하녀’도 철학을 통해서 자기 삶을 다시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하녀’는 권력의 테두리 속에서‘법’없이 사는 것을 자랑삼아온 소시민을 뜻한다.

저자는 철학으로 개인과 사회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담담히 서술한다. “철학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저자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팍팍한 현실에서도 왜 철학이 필요한지 또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없는 것을 지어내거나 사실을 왜곡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로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주어져 있다. 나는 이 권리를 소신껏 행사했다.”정치인의 옷을 벗고 문필업으로 돌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유시민이 밝힌 저술 이유다. 그는 책에 담은 지난 55년(1959~2014)에 대해‘제한적인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역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치심과 분노, 슬픔과 아픔을 느끼게 하는 일”이 여전한 역사라고 말한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부정선거에서부터 4·19 혁명, 5·16 쿠데타, 5·18 광주 민주항쟁, 6월 항쟁을 포함한 1980년대 민주화 투쟁 등 민주화와 산업화를 중심으로 현대사의 이슈들을 촘촘히 훑는다.



<세상 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사계절

세속을 사는 우리들의 삶은 세상의 한 조각이 아니라 세상 전체다. 그렇기에 사회학자는 드높은 상아탑에서 걸어 내려와 개인을 샅샅이 들여다봐야 한다. 저자는 세속으로 걸어 나와 세상살이의 사회학을 얘기한다. 명품·여행·성공·섹스·취미·가정·죽음부터 개인·노동·언론·종교·기업 등 우리 삶을 규정하는 온갖 주제를 망라한다.

지식을 과시하거나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외면한 채 오직 사회학을 위한 사회학에 매몰됐던 기존 연구와 거리를 뒀다.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창비

주인공 만수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사상 문제로 큰 고초를 겪고 시골로 숨어들었고, 아버지는 술에 의지하면서 힘든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부양한다.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난 만수는 부의 독점, 권력 세습, 정경유착, 광신적 테러 등이 만개하는 거친 세상에서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철저히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던 그는 결국 마포대교에서‘투명인간’이 되고 만다.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글항아리

피케티는 3세기에 걸친 20여 개국의 부를 조사해서“자본소득은 항상 노동소득보다 우위에 있다”라고 단언한다. 낙수효과 즉, 성장이 먼저 이루어져야 분배가 자연스럽게 된다는 이론과 규제를 풀어야 경제가 산다는 주장이 여전히 득세하는 한국 사회에 유의미한 논쟁거리를 던지고 있다. 

그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면서 자본과 부가 과도하게 확대되고 이로 인해 부의 불평등이 심해진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그는 대담하게, 그래서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제안을 한다. 바로‘글로벌 부유세’이다. 그의 주장이 공상적이라고 묵살하거나 가볍게 여기기엔 작금의 한국 현실이 냉엄하다.




MINI INTERVIEW

고병권 <철학자와 하녀> 저자·철학자


Q.‘인문학적 소양’이 채용시장의 화두다.

어느 기사를 보니 기업들이 원하는 사람은 ‘이공계 출신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라고 한다. 기업에 인문계 출신들을 좀 더 많이 채용하라고 윽박지를 수는 없다.‘이윤 극대화’목적을 위한 기업 나름대로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공학적인 효율성보다 미학적(인문학적)인 발상의 전환이 고부가가치를 낳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든 판단은 기업의 몫일테다. 문제는 인문학과 대학을 우리 사회가 무엇으로 이해하느냐이다.


하버드대 최초의 여성 총장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는“대학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곳이 아니라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은 인간의 특이성과 존엄에 대한 사유라는 점에서‘밥벌이에 목매는’인문학에 대해 한 번쯤 재고할 필요가 있다.


Q. 이 시대 청년들,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나

돈벌이 측면에서만 본다면 철학은 철저히 무력하다. 철학은 가난한 사람을 결코 부자로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 청년들이 자신들 삶의 고통을 기껏해야 진정제나 마취제가 될 뿐인 위로나 격려의 말들로 은폐하지 않으려 한다면 철학적 경험과 일깨움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철학은 경주마로서 1등이 되게 해주지는 않지만 우리를 경주마로 만드는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해준다.


Q. 어떤 독서를 해야 좋을까?

독서를 습관화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습관화된 독서는 좋지 않다. 이런저런 책을 습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읽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책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좋은 책읽기란 책 바깥의 경험과 관련이 있다. 삶의 어떤 절실함이 있을 때 책읽기도 하나의 사건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전태일이‘근로기준법’이라는 그다지 재미없어 보이는 책에 빠져든 이유는 그 책이 그의 상황,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그가 느낀 절실함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 등이 없는 책읽기는‘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런 책읽기는 그저 자신을 위장하고 가리는 데 쓰이는‘교양 치장’일뿐이다.


Q. 새해를 맞아,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영리한 노예’라는 말이 있다. 노예 중 어떤 이들은 아주 영리해서 노예해방운동 같은 무모한 짓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대신 다른 노예들보다 더 빨리 현실에 적응하고 주인에게 인정받는 노예가 되려고 한다. 그래서 노예들 중에 상위 지위를 차지하려 한다. 그런데 개중에는 ‘바보(일깨움이 없는 바보가 아니라 세상에 영리하게 적응하려 하지 않는) 같은’노예가 있다. 그들은 노예생활을 견딜 수 없을 때, 아무런 대책 없이 도망친다. 미국의 역사학자 두보이스(Du Bois)의 말에 따르면 이‘도망 노예들’이 결국 노예해방을 가져왔다고 한다. ‘영리한 노예’는 그‘영리함’때문에 평생 노예로 산다는 점을 환기해주고 싶다.


박상훈 기자 bra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