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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학점포기제′ 서울권 대학서 부활하나…연세대·한체대 도입으로 물꼬 터 조회수 : 3487

[한경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연세대가 올해 1학기를 재난 학기로 지정하며 ‘학점포기제’를 도입했다. 학점포기제는 교과목 성적이 확정된 이후 학생 스스로 ‘학점을 포기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연세대의 학점포기제 도입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우리 학교도 학점포기제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학점포기제를 원하는 대학생들의 말들.(사진=한국외대 에브리타임)



학점포기제, 왜 사라졌나

학점포기제는 고려대, 건국대, 단국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에서 시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2013년에 시행한 국정감사에서 학생의 원래 성적과 다른 성적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는 문제가 발견됐다. 학점포기제는 낮은 성적이나 F(낙제) 학점을 삭제해 학점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이른바 ‘학점 세탁’ 도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너도나도 낮은 학점을 포기하면서 학점 인플레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 됐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학점포기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각 대학별로 개선방안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당시 학교들은 학사 공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사실상 ‘학점포기제 폐지’를 통보했다. 이에 학생들은 “수강신청에도 학생들의 선택에 큰 제한이 있다. 성적에 대한 ‘최종 선택지’는 학생에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학점포기제 운영 폐지를 반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학점포기제를 폐지하거나 축소 운영하면서 실질적으로 ‘학점 포기’가 가능한 곳은 건국대, 경희대에 그쳤다. 


연세대·한체대 학점포기제 도입…고려대는 논의 중

연세대는 5일 올해 1학기 수강과목 중 1과목에 한해 학점 포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세대에서 학점포기제를 도입한 것은 학교 설립 이후 최초다. 학점포기제를 도입하면 C+이하의 낮은 점수를 포기할 수 있다. 선택적 패스제는 P/F 형식으로 낙제점이 기록되는 반면, 학점포기제는 학점을 아예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 연세대는 학사경고, 성적 불량 제적 처분에는 원래 성적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한체대 역시 지난달 6일, 1학기에 한해 학점포기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체대는 C+ 이하인 수강과목에서 최대 6학점까지 삭제할 수 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고려대는 현재 학점포기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세종대 학사 공지에 나와 있는 수강 철회 안내.(사진=세종대 홈페이지 캡처)



학점포기제 운영 어떻게 변했나…유연한 ‘드랍 제도’로 변경

학점포기제를 운영하고 있던 대학들은 해당 제도를 폐지하고 재수강 제도를 개편하는 등 대처방안을 세웠다. 경희대와 건국대는 이후 학점포기제의 운영 방향을 바꿨다. 경희대는 전 학기까지 이수한 과목 중 폐지된 이수 과목(재수강 불가), 국내·외 대학교와 학점교류 형태로 취득한 학점 등에 대한 학점 포기가 가능하도록 운영 중이다. 건국대 역시 ‘취득학점 포기’라는 이름으로 학점 관리를 돕는다. 동일, 유사 과목의 증가에 따라 수강신청의 혼란을 막는 것이 해당 제도의 취지로, 5학기 이상, 8학기 이상 재학생에 한해 해당 학기 수료 학점 이상만 포기가 가능하다. 취득 학점 중 C+ 이하 교과목 중 학점을 포기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개강 3~4주 차에 수강 철회를 할 수 있는 일명 ‘드랍’ 기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 세종대는 코로나19로 불이익을 받은 학생들을 위해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 수강 변경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또한 13주 차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수강 철회할 수 있었던 것을 확대해 전 학생을 대상으로 12주 차에 수강 철회 기회를 제공했다. 


연세대의 학점포기제 도입을 통해 해당 제도에 대해 알게 된 학생들은 올해라도 한시적으로 학점포기제를 운영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외대 이 모(24)씨는 “현재 일부 강의에 대한 만족도가 대면 강의 때보다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학사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이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이다. 학점포기제를 한시적으로라도 운영해 피해입은 과목을 복구할 수 있게 조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 모(22)씨 역시 “1학기보다는 2학기가 더 걱정”이라며 “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수업과 온라인 수업 간의 혼란이 예상된다. 학생 간의 수업 환경 자체도 각각 다른 상황에서 받은 학점을 그대로 안고 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학점을 포기할 수 있도록 유동적으로 운영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점포기제,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서울권 사립대의 모 교수는 “학점포기제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시기로 조정하면 될 것 같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온 학생들이 대규모로 강의를 취소하는 경우에는 강의 운영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기존에 운영하던 대로 3~4주 차에 1차 포기 기회를 주고, 성적이 모두 나온 마지막 주에는 졸업예정자, 수강 과목이 개편됐거나 사라져 재수강을 할 수 없는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점을 포기할 기회를 주면 다시 도입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미 ‘수강 철회’를 운영 중인 세종대는 “코로나19로 인해 감소된 학습효과를 보상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수강 철회 범위를 확대했다. 평소 수강 철회 제도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제도”라며 “추후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코로나19 변경사항이 없다면 이대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재수강, 성적 관리 등은 각 대학에서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며 운영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학점포기제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칙을 개정해 금지하거나 수정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subinn@hankyung.com

[사진=getty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