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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잡지라고 꼭 종교 이야기만 담겨있진 않아요″ 영화 한 편으로 기자가 된 정민호 ′복음과 상황′ 신입기자 조회수 : 1476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하민 대학생 기자] 현대 사회 속 우리는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청년들 역시 자기 앞에 놓인 취업부터 성공, 명예,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간다. 이런 시대에 자신이 아닌 타인의 행복을 좇는 사람이 있다. 기독교 전문 잡지 ‘복음과 상황’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정민호(숭실대 언론홍보학, 28) 씨의 이야기다. 정 씨는 대학 시절부터 끊임없이 사회 문제의 현장을 찾아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2년 전 유튜브 채널 보도보도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지난 8월부터는 기독교 전문 잡지에 입사했다. 정 씨는 “사회적 약자의 삶을 쫓아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자가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포부를 전했다.



기독교 전문 매체 ‘복음과 상황’ 신입 기자 정민호(28) 씨.



일반적으로 기독교 잡지는 종교 관련 이야기로 가득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복음과 상황은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 같다.

“‘복음과 상황’은 이름처럼 종교적인 논의에 머물지 않고 사회 현실 속에서 기독교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야기하는 잡지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에 접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투 운동이 벌어졌을 때 우리도 교회 내에서의 미투를 조명했다. 그 동안 교회 안에서 성폭력에 대한 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 관련 전문기관을 취재하거나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굵직한 이슈에 기독교인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 많다. 우리는 그 부분을 공략한다.”


기독교가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 건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기독교인은 이 세상과 우리 주변의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나와 무관할 수 없다. 주변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복음과 상황에 입사하면서 다시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취재하면서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나.

“요즘 기독교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논의가 페미니즘인 것 같다. ‘성서한국’이라는 기독교 대회의 참가자들과 ‘페미니즘과 복음의 접점’에 대해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 내가 공감했던 교회의 이야기들이 분명히 있었다. 교회의 낮아짐을 주장하기에 앞서 교회 내 권력자들이 먼저 권위에서 내려와 마주 보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세상 앞에서 겸손해질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잡지 기자와 어울리지 않게 입학 전공은 물리학과였다. 이 전공을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고등학교 시절 이과였고 당시에는 물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잘못 생각했다. 대학교에 와보니 업으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2학년 때 깨달았다. 우리 과의 강의 시간 모습은 매우 독특했는데, 강단에 교수님이 계시면 바로 앞에 한두 명이 앉아있고 나머지는 거의 맨 뒤 벽에 자로 붙어서 수업을 들었다. 집중해서 수업 듣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웃음) 나 역시 맨 뒤에 앉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유난히 교수님과의 거리가 멀게 느껴졌고 그렇게 이 전공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정 씨는 1인 미디어 ‘미디어 몽구’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숨겨져 있던 취재 열정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언론홍보학과로 전과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미디어 몽구’라는 1인 뉴스 미디어가 큰 영향을 미쳤다. 2016년 탄핵 정국이 시작되던 때, 나는 그 이전에도 촛불 집회가 있는 줄 몰랐다. 공중파에 그런 뉴스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미디어 몽구의 영상을 보니 사람들이 집회 현장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열렬히 내고 있었다. 내겐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볼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미디어 몽구를 만나 그가 취재하는 곳을 직접 따라다녔다. 그때부터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고 동시에 미디어 몽구처럼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때 언론홍보학과 전과를 결심했다.”


전공과는 다른 분야라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우선 언론홍보학과에서 어떤 성취를 이루는 것보다, 언론이라는 학문을 접할 기회라 생각해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전과를 했다. 다행히 새로운 학문은 나와 잘 맞았다. 몇 번의 짜릿했던 경험이 있는데, 교수님이 강의하시는 내용이 나의 취미나 개인적인 경험과 일치되는 순간이 있었다. 한 예로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들을 당시 카드 뉴스를 제작하는 활동을 했었다. 이때 교수님의 수업 내용을 피드백 삼아 내 콘텐츠를 실험하기도 했다. 물론, 전과하고 처음 중간고사를 치렀을 땐 깜짝 놀랐다. 이전에 보던 시험은 수식을 써서 한 장안에 끝나는 방식이었는데, 언론홍보학과 학생들은 두 장씩 글자로 꽉 채워서 내더라. 이에 반해 나는 절반도 못 채워서 시험지를 냈다. 그날 충격을 받은 채 집에 돌아왔다. ‘아 이렇게 하는 게 아니구나’.(웃음)” 


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

“영화 ‘군함도’를 보고 군함도에 직접 간 적이 있다. 원래 취재까지 할 생각은 없었으나 군함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궁금해 일본인을 대상으로 계획에 없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제노역에 대해서 알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거의 다 모른다고 대답했다.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취재 기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물어보고 알아내려는 성향이 내 안에 있다는 걸 발견한 순간이었다.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향이 기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 직업을 선택했다.”


유튜브 ‘보도보도’ 채널을 운영한 게 흥미롭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선 채널 이름은 ‘보도를 보도하다’라는 의미다. 채널을 만들 당시 주위에 뉴스를 잘 안 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뉴스를 골라 쉽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을 활용해 매일 있었던 뉴스 중 3개를 선별하고 카드 뉴스를 제작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니 곧 힘에 부치는 상황이 왔다. 콘텐츠를 단순히 선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제작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 끝에 카드 뉴스를 접고 영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내가 그때그때 관심이 가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방식대로 콘텐츠를 만들었던 것 같다.”



4.3 사건을 겪은 강재문(83) 씨가 그날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튜브 보도보도 채널 ‘만수르의 할아버지’ 캡처.



보도보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만수르의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관광지로서 제주도의 아름다움과 역사적으로 4.3 사건을 겪은 아픔을 조화롭게 담아낸 일종의 다큐멘터리다. 제주 4.3 사건을 조명할 땐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함부로 외부인이 이 사건에 대해 정리하거나 발언을 이끌어나가선 안 된다고 보았다.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 얽혀있기 때문에 반드시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4.3을 겪은 제주도민의 삶을 자연스럽고 소탈하게 담아낸 영상이 나왔다. 지금까지 만든 영상 중에 지향하는 방향이 가장 잘 드러났다.” 


대학 시절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일을 많이 한 것 같다. 이런 경험을 통해 얻은 수확이 있나.

“사회문제를 드러냈다기보다는 쫓아다녔다고 생각한다. 내가 워낙 사회를 잘 모르고 대학생이 된 것 같아 세상을 알 수 있는 현장이나 장소가 있으면 쫓아가려고 노력했다. 세상은 넓고 모르는 것은 많았다. 그 모르는 부분들을 점차 채워갔던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한 번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총수 일가를 규탄하는 시위에 찾아갔었다. 시위 현장을 영상으로 찍고 있는데, 직원 측 사람이 “너 누구냐, 왜 여기 와서 촬영하느냐, 학생증 보여달라”면서 경계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는 분명 이분들의 목소리를 응원하고 더 알리기 위해 영상을 찍고 있는데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니까 많이 서럽기도 했다. 이처럼 기자라는 직함이 없다 보니 취재 과정에서 제지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땐 정말 힘이 빠졌다. 그러나 이 일을 내려놓을 순 없었다.“ 


이제 정말 ‘기자’가 됐다. 특별히 기독교 매체 기자로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가. 

“성경에서 예수는 병자, 과부 등 억압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 또한 사회적으로 조명되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들의 삶을 드러내는 기자가 되고 싶다. 기자로서 할 수 있는 멋진 일이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한마디 해 달라.

“무슨 말을 하기가 참 조심스럽다. 각자의 경험과 인생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방황의 순간은 올 수 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만나기까지 기다림의 과정이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기보다는 그냥 한 번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청년이라는 시기 자체가 시도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같이 열심히 살아보자.” 


min503@hankyung.com

[사진=이하민 대학생 기자/유튜브 채널 보도보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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