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업이 궁금하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세요”...온라인 심리상담 메신저 만든 국민대생 조회수 : 14288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국민대 10학번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

“말 못할 고민 많다고요? 걱정말아요 그대”


휴마트컴퍼니의 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 트로스트에는 창업자인 김동현(27) 대표의 전공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에 마케팅 능력 그리고 봉사정신이 모두 녹아있다. ‘재능으로 남을 돕고 싶다’던 김 대표의 꿈이 집약된 결정체인 셈이다.





김동현

1990년생

2010년 국민대 컴퓨터공학 입학

2016년 1월 휴마트컴퍼니 설립


“친구와 싸웠어요.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라고 하지만 제게 큰 상처가 됐거든요. 어떻게 하면 이 상처를 극복하고 친구와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누군가와 갈등한다. 친구 아들과 비교하는 부모님, 연락이 잘 되지 않는 남자친구와 싸우면서 매일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만 그렇다고 심리상담사를 찾기에는 너무 사소한 일인 것 같아 혼자서 끙끙 앓곤 한다. 


이런 모든 ‘평범한 인간’을 위해 국민대 컴퓨터공학과 김동현 대표는 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 ‘트로스트’를 만들었다. 트로스트는 김 대표가 2016년 설립한 휴마트컴퍼니의 온라인 심리상담메신저다. 트로스트만 다운 받으면 누구나 신분 노출 없이 전문가에게 고민상담을 받을 수 있다. 





우울증 치료 후, 심리상담 효과 전파하기로 결심


트로스트는 미국 ‘토크스페이스’를 벤치마킹한 국내 최초 문자 심리상담서비스 앱이다. 누적 이용자는 9000명, 월 평균으로는 1000여명이다. 전문 심리상담사는 총 50명이 활동 중인데 상담사 선발 기준은 자격증, 6~7년 이상의 경력보유여부다. 상담사는 개별신청을 통해 섭외한다. 초기에는 상담소를 매개체로 활용했지만 어느 정도 입지가 쌓이면서 개별 섭외가 가능해졌고 수수료 역시 상담사에게 바로 지급한다. 


김 대표는 대학 때부터 창업만 생각했다. 수평적인 조직구조 때문도, 성공한 CEO를 꿈꿔서도 아니었다. 회사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남을 돕고 싶어서였다. 사회문제의 비즈니스화 즉, 사회문제도 해결하고 수익도 창출한다는 것. 이등병 시절 읽은 신문기사 때문이다. 


“한 식물인간의 사연이었는데 뭐로든 돕고 싶어 10개월간 모은 군 월급 1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환자 측이 부담스럽다며 금전적 지원을 거부했고 순간, 돈이 봉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대신 가진 재능을 활용하기로 결심했죠.”


제대 후 보다 직접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어느 날 문득,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 힘들어질 때쯤 가까운 지인의 자살사고가 겹치면서 김 대표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해결책으로 상담소를 택했고 10개월 뒤 건강을 회복한 그는 주변인에게도 상담을 추천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시큰둥했다. 부정적 인식에 더불어 비싼 비용이 문제였다. 


“모두 마음의 병을 몇 가지씩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담은 꺼렸어요. 상담사를 직접 마주하고 속 이야기를 하기 부담스럽다는 게 공통 이유였죠. 좋은 해결책이 있는데 다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안타까웠고 직접 온라인 상담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지원금 1억 원 유치에 과외알바까지 “사장은 힘들어요”


잠깐 마음의 병을 앓긴 했지만 김 대표는 원래 컴퓨터 프로그래밍 보다는 기획이나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적극적인 청년이다. 대학 총학생회 기획국장 출신으로 축제 기획부터 협찬사를 섭외하러 발로 뛰어다니기도 했다. 


‘남들 다 한다’는 스펙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물으니 “나는 대외활동을 하기보다 만드는 스타일”이라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2014년, 그는 직접 ‘애드벌룬’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현재 20개 대학 학생과 직장인이 모이는 꽤 큰 모임으로 키워 놨다. 


우울증 치료 이듬해인 3학년 1학기, 김 대표는 창업휴학을 신청하고 본격적으로 동업자를 모았다. 마당발인 그에게 멤버 모집은 어렵지 않았다. 지인 중에서 개발자 한 명과 디자이너 한 명을 섭외했다. 자본금은 두 개의 정부지원사업으로 마련했다. 창업진흥원의 ‘창업선도대학 창업아이템사업화 지원사업’과 KDB산업은행의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각 5000만원씩 받았다. 





KDB경진대회에서는 320팀 중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 비결로 김 대표는 “500명에게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가능성을 제시한 것”을 꼽았다. 이 자금으로 그는 2015년 12월 트로스트 베타서비스 출시, 한 달 뒤 휴마트컴퍼니 법인설립까지 일사천리로 이뤄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상담 서비스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담사가 필요했기에 ‘맨땅의 헤딩’격으로 무작정 심리학과 교수들을 찾아 다녔는데 대부분 ‘상담가는 대면 외의 서비스는 꺼릴 것’이라는 부정적인 답만 돌아왔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탐탁치 않아했다.


“지나가다 상담소 비슷한 간판이 보이면 무작정 찾아갔어요. 그런데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전박대도 당하고 심지어 욕도 들었어요. 그래도 계속 설득했고 마침내 20개 센터와 제휴하게 됐죠.”


자금도 문제였다. 창업 4개월 만에 지원금을 인건비와 개발비 등으로 모두 소진하면서 김 대표는 직원 월급 마련을 위해 직접 과외를 뛰었다. 그러다 최근, 다행히 또 다른 정부 R&D지원사업에 선정돼 1억여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만들래요


트로스트의 주 고객층은 대학생과 20~30대 여성 직장인이다. 재외 교포나 유학생도 있다. 상담비용은 방식에 따라 다르다. 30분 단위로 문자메시지는 3만원, 전화는 4만원이다. 오프라인 상담 비용의 딱 절반으로 맞췄다는 것이 김동현 대표의 설명이다. 


본격 매출은 B2B로 발생한다.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과 제휴를 맺고 EAP라는 온라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B2B 영업은 모두 김 대표가 직접 맡는다. “힘들다”며 한숨부터 쉬지만 나름의 성공 노하우도 있다. ‘온라인’ 툴 덕이다. 상담소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대기업과 아웃소싱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중소기업 모두에 트로스트는 나쁘지 않은 선택.





그새 인원도 불었다. 현재는 개발자 3명, 디자인 1명, 운영 1명, 마케팅 1명에 김 대표까지 모두 8명이 함께 한다. 학교 창업보육센터의 지원도 받고 있다. 교내 사무실과 부대 공간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세무나 회계, 법률 조언상담도 무료로 받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생 창업’의 장점으로 일찍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반면 막연히 대학생이라서 신뢰하지 않는 곳들에게는 서운할 때도 많다.


요즘 김 대표는 해외출장이 잦은 항공사 승무원이나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직원에 집중하고 있다. 이중에는 먼저 업무제휴를 요청해 온 대기업도 있다. 





“전문가가 일반인과 가장 다른 점은 좋은 질문을 해준다는 거예요. 내가 나에게 집중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죠. 우울증으로 방황하던 시기, 어머니와 사이가 매우 안 좋았는데 전 어머니와 성격이 달라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달라서가 아니라 너무 똑같아서였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뒤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됐고 사이도 좋아졌어요.” 


새롭게 연구 중인 서비스도 있다. 전문 상담사가 고민 안의 단어 조합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진짜 고민을 찾아주는 감정분석 솔루션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트로스트를 만들었어요. 상담에서 시작해 언젠가 체계적인 진단부터 사회케어까지 종합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창업이든 작게는 과제든 처음부터 거창한 것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더욱 중요한 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바로 알고 조금씩 넓게 해결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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