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합격 비결은요

132번 도전 끝에 직장 찾은 취업준비생의 ′피말린 2년′ 조회수 : 33735


취준생들은 보통 몇 번의 입사지원서를 쓸까. 아니, 어느정도의 각오를 해야 취업절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일까. 무려 132번의 도전 끝에 올해 6월, 한 그룹의 계열사에 취업한 비(非)이공계 취준생의 이야기이다.



정구용(28·가명)씨는 “입사지원서 100번은 써야 합격통지서를 한 번 받을까 말까하다”는 선배들의 자조적인 이야기를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흘려들었었다.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100번씩이나 입사원서를 쓰나’ 싶었다.


‘그 선배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설마…’ 하는 생각으로 4학년 2학기 때인 2013년 하반기에 당당하게 입사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듬해 초에는 말끔한 양복을 입고 출근길에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삼성 등 내로라하는 기업 30여곳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성적표는 처참했다. 삼성은 삼성직무적성검사라는 1차 관문을 넘지 못해 면접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다른 회사에 지원한 결과도 마찬가지. 서류전형에서 거의 다 미끄러졌다. 이랜드리테일과 코오롱글로벌, 단 두 곳에서만 서류전형 합격통보를 받았다.


코오롱글로벌도 괜찮은 회사라는 주변의 평가와 해외영업맨으로서 꿈을 제대로 펼쳐보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안고 면접준비를 했으나 임원면접은커녕 1차 면접에서 보기좋게 탈락했다. 그나마 이랜드리테일은 코오롱글로벌과 날짜가 겹쳐 인적성 시험장에 나가지도 못했다.


면접시험을 한 번 경험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구직전쟁, 취업절벽 같은 말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당시의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그 흔한 자격증 한 장 없이, 심지어는 토익점수도 없이 입사지원서를 냈으나 정신나간 회사 아니면 누가 뽑아주겠는가. 그런 스펙으로 각종 자격증을 확보하고 취업 동아리에 들어가 연일 그룹스터디를 하는 친구들과 경쟁하겠다고 했으나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두 곳이나마 서류통과를 한 게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한 시즌의 취업전쟁을 치르고 나니 머리가 띵했다. ‘광탈’ 뒤에 찾아온 허탈감, 좌절감, 세상에 대한 원망 그런 것들로 머릿 속이 뒤범벅이 돼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가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집안 식구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친구들을 만나 서로 떨어진 이야기나 하며 세상을 향해 욕질을 해대는 것도 싫었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었다. 해외여행이나 갔다 오자고 마음 먹었다. 졸업학점은 다 따놓은 상태라 학교에는 나가지 않아도 됐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열심히 돈을 모았다. 싱가포르 등 여러나라를 돌았다. 머릿 속이 조금씩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취업에 필요한 기본 스펙은 갖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토익시험을 치르고 오픽공부도 했다. 토익점수가 없다보니 원서를 접수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회사가 많았다. 그다지 훌륭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입사지원서의 빈칸은 채울 수 있었다.


2라운드 전적은 의외로 괜찮았다. 22곳에 지원서를 내 CJ제일제당, 이랜드월드, 삼양그룹, 매일유업, SKC, LF 등 8곳으로부터 서류전형 통과 연락을 받았다.


토익점수와 오픽 등급을 추가한 것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인 점과 내 성격에 맞는 직무분야를 선택한 게 주요했던 것 같다.



2013년 하반기에는 내가 하고자하는 일이 뭔지에 대한 확신 없이, 나 자신의 강점이 뭔지에 대한 자기분석도 없이 마구잡이로 자소서를 썼다.

나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냉철한 분석에 들어갔다. 학업 성취도, 동아리 활동, 해외 여행, 인턴 등의 경험에 비춰볼 때 ‘나는 영업이 적성에 맞고 영업을 하면 누구보다도 잘 할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영업직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인관계와 시장분석 능력, 이 두 가지가 영업직의 핵심역량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 기초해 자소서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기업들은 자소서에 성장과정,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등에 대해 쓰도록 한다. 지원동기를 적을 때 가능한 한 해당 회사에 대한 내용은 최소화했다. 대신 직무(영업)에 대한 이야기를 소상히 쓰려 노력했다. 입사 후 포부도 마찬가지로 영업 직무에 맞춰 구체적으로 적었다. 때로는 해당회사의 영업방식을 바꿔보겠다는 ‘겁 없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례로 매일유업 입사지원서의 자소서에서는 편의점에 대한 유제품 판매 확대방안과 PC방 공략 전략을 제시했다. 매일유업의 판매전문가들이 볼 때 어린애 장난 같은 이야기로 보였을지 몰라도 적어도 해당 직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친구라는 평가는 받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 자소서와 그에 기반한 면접전략이 먹혔는지 매일유업에 최종 합격했다.


취업준비 중이라면?

취업준비는 이렇게 하자! 정구용씨가 전하는 취업팁



예기치 못한 또 하나의 장벽


매일유업으로부터 최종합격 통보를 받은 날이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도대체 얼마나 고대했던 합격통지였던가. 가족과 둘러앉아 축하파티하고, 친구들에게 한 턱씩 쏘고. 그런 뒤 남부럽지 않게 매일유업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수도중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부딪혔다. 앞으로 업무를 위해서는 차량을 구매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2번의 입사지원 끝에 어렵게, 정말 어렵게 들어간 회사였지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선배, 동기들과 정이 들었지만 연수도중 입사를 포기하고 다시 아득한 취준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2014년 하반기에는 가장 많은 입사지원서를 썼다. 거의 하루에 한 회사 꼴로 원서를 냈다. 문득, 이공계 전공자들이 부러워졌다. 주변의 이공계 동기들은 아무리 취업이 힘들다고 해도 이렇게 2년 가까이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다.


농협, 유니클로, BGF, KTIS 등 무려 35곳에 지원했다. 이중 6곳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는 연락이 왔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서류전형에서 평균 3~4배수를 뽑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3곳은 최종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인적성검사도 몇 번 치러보니 요령이 생겨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 이름은 달라도 인적성시험은 비슷한 데가 많았다. 


그리고 BGF리테일과 KTIS, 아워홈, 애경유화의 인적성전형에 합격했고 네 곳 모두 1차면접까지 통과했다. BGF리테일의 1차면접은 PT와 롤플레잉, 토론면접으로 구성됐는데 직무관련 이야기를 자신있게 할 수 있어 좋았다.


최종적으로 BGF리테일의 영업관리에 합격해 인턴생활을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중국어를 공부한 뒤 해외진출에 욕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해외영업을 위주로 하는 곳을 찾고 싶었다.


어렵게 합격했고 동기 간의 분위기도 좋았지만 더욱 하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BGF리테일 인턴 도중 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2015년 봄까지 기다리며 다시 취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정말 힘들었다. 대부분의 비이공계 전공자들이 그랬을 것이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2014년 상반기 보다도 훨씬 적었다.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는 적어졌는데 자소서 항목은 더 많아졌다. 자소서를 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이른바 문·사·철(문학·역사·철학과)이라 불리는 인문대생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대에서 그나마 채용인원이 많다는 경영학과도 이렇게 넣을 곳이 없는데….


게다가 상반기 지원자의 스펙은 하반기 지원자보다 높은 것 같았다. 대부분 하반기 신규채용 때 첫 지원을 하기 때문에 경험자들이 내공을 쌓아 재도전하는 상반기에는 경쟁이 더 심해 취업시험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미리 원서를 접수시켜 놓았다. 수시채용 회사까지 포함해 아주산업, 한국MSD, 다이소아성산업 등 8곳의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최종 합격한 회사는 두 곳. 이중 한 회사에 들어가 현재 영업기획부에서 일하고 있다.


# 다음으로 정구용씨 합격팁이 이어집니다.


[취업신조어] ① 광탈절


청년취업시장의 3대 신조어가 있다. ‘광탈절(서류 및 면접전형에서 광속으로 탈락하는 날)’·‘화석선배(취업을 위해 화석처럼 학교에 머물며 공부하는 선배)’·이케아세대(뛰어난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다. 


<캠퍼스 잡앤조이>는 더욱 많은 이들이 요즘의 청년 취업시장을 심도 있게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세 개 신조어 각각에 해당하는 실제 현황을 시리즈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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