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합격 비결은요

[신세계 김수민 씨] ″백화점 직원에겐 강철체력+세심한 디테일이 무기″ 조회수 : 12804

▲2012년 초 입사하여 부산 센텀시티점을 자원한 김수민 사원이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포즈를 취했다.

 

백화점 입사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신세계몰·롯데아이몰·현대H몰에서 똑같은 물건을 주문했어요. 그리고 배송기간을 체크하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도 해봤지요. 또한 하루 동안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을 쇼핑하면서 고객 만족도와 직원의 대응태도를 유심히 관찰해 보기도 했답니다. 너무너무 재밌더라고요.”


 1990년생인 22살의 김수민 씨는 앳됐지만 당찼다. 그는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여기저기 원서를 내기보다 백화점을 목표로 집중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입사 비결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김씨는 ‘백화점 빅3’에 지원, 최종 면접날 오전엔 신세계에서 면접 보고 오후엔 현대백화점에서 면접을 보기도 했다. 오후 현대백화점 면접 땐 실수로 ‘신세계백화점은…’이라고 잘못 말하기도 했지만 최종 합격을 통보받을 정도였다. 롯데백화점에도 서류전형은 통과했지만 1차면접이 겹쳐 포기했다. 사실상 백화점 세 곳 모두에서 김씨는 내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진짜 ‘백화점 스타일’의 표본인 신세계백화점 신입사원 김씨를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만났다. 추석 연휴 동안 무척 피곤하고 힘들었을 법도 한데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3시간 동안 자신의 대학 생활과 백화점 생활에 대해 아낌없이 털어놓았다. 함께 인터뷰에 동행한 4명의 후배 취업준비생을 위해 “하나라도 더 말해주고 싶다”며 피곤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씨는 올 1월 입사, 현재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점 아동매장에서 어시스트관리자(ASM)로 일하고 있다. 아무 연고도 없지만 지방근무를 자원했다. “지방근무요? 오히려 세계 최고의 백화점에서 일할 수 있어서 제겐 영광이죠.”


◇오빠에게 배운 배려와 긍정

그의 낙천과 긍정의 에너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오빠 덕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 알림장의 준비물도 오빠 것부터 챙긴 뒤 내 것을 챙겼고, 숙제도 오빠 것을 해놓은 뒤 내 것을 하는 습관을 갖게 됐어요.” 항상 오빠 것을 먼저 챙겨야 하는 어린 김씨에게 불평불만이 왜 없었을까. “한번은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데 부모님이 우산을 오빠에게 갖다주라는 거예요. 정말 나가기 싫었죠. 하지만 나를 기다릴 오빠를 생각하니 또 발걸음은 어느새 학교로 향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오빠를 위한 작은 섬김과 노력들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백화점 일에 밑거름이 됐다는 거죠.” 그녀는 오히려 부담이었을 오빠를 통해 배려의 마음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긍정의 힘은 공부에서도 효과를 나타냈다. 어릴 적부터 친구랑 놀기 좋아해 공부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어머니가 학교 수학 선생님이신데 제가 수학은 영~ 꽝이었어요. 고1 첫 모의고사에서 수학이 18점이었어요. 그런데 학기 말에 40점을 받은 거예요. 그때 ‘어~ 나도 할 수 있네’라고 생각했죠. 하하하.” 여기에 담임선생님의 믿음과 격려는 채찍이 됐다.


 “수민이가 공부를 하면 잘할 거야. 기대가 된다”는 말씀에 힘을 얻어 공부에 욕심을 가졌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100등권에서 놀던 그가 전교 2등으로 뛴 것. 이렇게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에 엄마도 놀라고 자신도 놀랐다. 피그말리온 효과(자기가 만든 여인조각상을 사랑해 여인으로 만든 그리스 신화:간절히 소망하면 꿈을 이룬다는 의미)가 여고생 김수민에게 나타난 것이다. 이런 긍정과 선생님의 격려는 그녀를 서강대 법대에 들어가게 만든 힘이 됐다.


◇대학활동에서 배운 서비스마인드
법대생이었지만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김씨는 일찍부터 고시보다 학교활동에 눈을 돌렸다. 서강대 홍보대사인 ‘하늬가람’에 선발돼 3학년부터 4학년 1학기까지 활동했다. 그는 1년에 약 8000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캠퍼스 투어를 하면서 통솔력과 서비스 마인드를 배웠다. 온종일 학교를 돌아다녀야 했기에 힘은 들었지만 보람도 컸다. 4학년 2학기 한창 입사 준비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투어에 참가했던 어느 여고생의 감사 문자 한 통은 입사 준비에 매진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제가 가이드하면서 한 말에 힘을 얻어 열심히 공부해 서강대에 들어왔다는 거예요. 지금도 누군지 모르지만 일상적으로 무심코 했던 일이 그 누군가에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또한 서강대 교목처 주최의 ‘캄보디아 현장체험’은 그에게 희망과 의지만 있으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주었다. “낮엔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고 밤엔 예술품을 만드는 장애인을 도우면서 깨닫는 게 많았어요. 지속적인 훈련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전문
가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지요.”


 전혀 얼굴도 모르는 외국인 40명과의 두 달간 유럽여행은 낯선 외국 고객을 대할 때 자신감을 심어줬다. “영국의 한 여행사가 주관하는 ‘Top deck’라는 유료 프로그램을 통해 가게 된 유럽여행에서 외국인에게 매일 하루 10분씩 한국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나중엔 한국 음식으로 파티까지 열어줬다니까요.”


◇“유통업은 체력이고 디테일”
‘프레젠테이션이 특기’ 이력서란의 특기가 정말 특이했다. 어떻게 해서 ‘PT의 달인’이 됐는지 묻자 ‘수없는 연습’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하면서 발표 기회가 많았어요. 팀프로젝트가 많았기에 발표를 준비할 땐 팀원의 노력이 나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1주일에 3~4개의 PT를 하다 보니 어느덧 청중이 언제 지루해하고 재밌어하는지까지 감을 잡았다. 이런 노력들은 고스란히 신세계 입사 PT면접에서 빛을 발했다. “PT면접 주제가 ‘신세계의 복원력을 창의-기획-실행성에 맞춰 풀어보라’였어요. 어려운 문제였지만 당시 신세계 온라인몰 기사에 착안, 3D와 신세계몰을 접합시켜야 한다고 PT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세계 우먼’이 된 그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물었다. “백화점의 화려함을 보이려면 누군가 보이지 않는 세밀한 서비스가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우선은  자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해요. 그래야 무한 서비스를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잖아요. 또한 유통업은 디테일이라고 생각돼요. 사소하고 작은 불편함이라도 스스로 발견하고 채워넣을 수 있는 세심함이 요구됩니다. 그럴 때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세계의 이미지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어요.”


 휴학도 없이 졸업과 동시에 입사하니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어른스럽게 대답했다. “뭔가 후회를 하려면 끝이 없어요. 신세계에 몸담은 이상 내 일터를 사랑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안 할 것 같아요.”


 신세계를 사랑하는 이 20대 초반의 김수민 씨가 이루고 싶은 꿈은 과연 뭘까.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김수민 선배에겐 어떤 고민이라도 털어놔도 돼’라는 말이요. 정말 작은 것이라도 함께 고민을 나누고 누구와도 마음을 열어서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은 꿈을 꿉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며 떠오른 생각하나. ‘그녀의 꿈, 참으로 근사하다.’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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