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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취업준비생에게 영업 전략을 묻다…구직자에겐 ‘부담’ 조회수 : 7224


지난 2014년 10월, 한 대기업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인적성검사 응시생들이 시험을 치른 뒤 고사장을 나오고 있다. 한경DB



입사 지원서의 자기소개서 문항이 바뀌고 있다. 과거 지원동기, 성장과정 등 지원자 개인에 대해 묻던 것에서 최근에는 회사의 신제품에 대한 의견이나 마케팅 전략 등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그룹이다. 지난해까지 그룹 공통 질문을 던졌던 삼성은 올 상반기 들어 자소서 항목을 계열사별로 분리하고 경영 전략, 마케팅 포인트 등을 물었다. CJ그룹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계열사가 자체적인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대체로 “아무런 대가 없이 학생들의 순수한 아이디어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다. 안그래도 최근 입사전형이 다변화 돼 준비해야 할 게 많은데 기업의 영업 전략까지 짜야하니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삼성・CJ에 최근엔 공공기관까지 가세


삼성은 지난해까지 모든 계열사가 에세이(자소서)에서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등 공통질문을 던졌으나 이번 상반기 들어 제출 일정을 앞당김과 동시에 문항도 대대적으로 손을 봤다.


삼성전자 CE/IM부문은 직무별로 문항을 다르게 만들었다. DS부문도 영업마케팅 지원자에는 ‘삼성SSD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기존의 HDD사용자에게 SSD로 교체하도록 하는 마케팅 포인트’를, 경영지원 지원자에게는 ‘최근 미 달러 환율 변동과 관련해 전자 DS부문의 손익 영향과 이를 헷지할 수 있는 전략’을 각각 제시하도록 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삼성전자판매 등도 사업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도록 했다. 


CJ그룹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열사별로 자소서 문항을 차별화했다. 맞춤 인재를 효율적으로 선발하기 위해서다. 문제도 과거 일반적인 것에서 지원 직무 맞춤으로 구체화했다. 


이 같은 경향은 공공기관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확대해 운영키로 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안전보건공단 등이 자소서 항목을 예년에 비해 한층 구체화했다.


자소서,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 방안 되나


이같은 자소서의 변화를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 방안’이라고 분석한다. 안팎으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구직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활로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곽창근 삼성증권 PB는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폐쇄적인 내부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것보다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외부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찾는 게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소개서 역시 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성훈 삼성증권 대리 역시 “요즘 기업들은 현재의 고민거리를 자기소개서에 적극 녹이고 있다”며 “앞으로 구직자들은 기업의 현재 위치가 아닌 미래 신사업에 대해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컨설턴트들도 이 같은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박서윤 CDC취업컨설팅 대표는 “최근 이런 경향은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며 “예를 들어 통신사의 경우 질문을 헬스, ICT 등 통신과 관련된 모든 사업분야로 확장시키는 추세”라고 말했다. 


구직자들 “부담된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대체로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탈스펙 열풍으로 가시적인 점수 대신 차별화된 경험 등 심층적인 역량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기에 사업 전략까지 추가되면서  부담도 가중된다는 것이다.


서울소재 한 대학 법학과에 재학 중인 김씨(28)는 “기업들이 자소서라는 이름 하에 아무런 보상 없이 지원자의 아이디어만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보다는 지원자에 대한 질문을 구체화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김지은씨(가명)도 “자기소개서의 뜻은 자기를 소개한다는 것인데 왜 사업 전략을 묻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며 “전략 등 아이디어는 역량면접에서 묻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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