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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정말 스펙이 아닌 직무역량을 볼까? 조회수 : 16165




삼성이 이번 하반기 신입공채서 직무적합성평가를 도입한 것을 두고 ‘서류전형 부활’ 논란이 거세다.


하지만 삼성은 소위 말하는 ‘스펙’을 보려는 게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이준 팀장은 “직무적합성평가를 통해 직무별로 그 사람이 얼마나 노력을 했고 경험했는지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도 ‘삼성의 이번 시도야말로 유행처럼 번지는 직무중심 채용 트렌드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비슷한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 생기지 않겠냐는 예측도 나온다.  


열린 채용을 도입한 지 약 20년 만에 채용전형에 대대적으로 손을 댄 삼성, 정말 스펙이 아닌 '직무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까.


비중 커진 ‘이수교과목’ 란


삼성은 지난해 말, 올 하반기부터 이공계열에 한해 직무적합성평가를 도입하고 전공이수학점, 전공과목 점수 등을 보겠다고 밝혔다.


이 직무적합성평가의 실체는 지난 7일 열린 삼성의 채용공고에서 드러났다. 총 6개 항목 중 ‘이수교과목’ 란에서 4년간 수강한 과목 전부의 취득학점과 점수 재수강여부 심지어 수강시기가 정규학기인지 계절학기인지까지 표시하도록 했다.





‘이수교과목’ 란이 이번에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에도 이공계열에 한해 수강과목 내역을 적도록 했고 그 전에도 수차례 ‘있다 없다’를 반복하며 유지돼왔다.


하지만 최근 여론이 ‘논란’이라는 단어까지 거론하며 들썩이는 것은 올 하반기에는 지원서접수 단계(삼성은 늘 서류전형 대신 지원서접수라고 부른다)에서 탈락자가 대거 발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탈락자 비율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일부 매체가 삼성 고위관계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5분의 4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적지 않은 규모다.


1차전형서 무엇을 볼까?


그렇다면 삼성은 ‘지원서접수’ 단계에서 무엇을 평가할까. 


현재 이력서 기입란은 총 6가지로 구성돼 있다. 개인정보를 적는 기본인적사항 란을 시작으로 학력사항, 이수교과목, 경력사항, 외국어/기타, 에세이 등이다.


여기에서 평가 기준이 될 만한 요소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기본정보를 내는 인적사항 란은 제외하고, 다음단계인 학력사항에는 학교 정보와 함께 학업 외 활동을 100자 이내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수교과목은 앞서 언급한 수강내역 란이자 ‘직무적합성평가’다. 삼성은 지난해 채용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때부터 수차례 이공계열에 한해 직무적합성평가에서 수강과목의 난이도, 전공과목 개수 등을 통해 전공역량을 보겠다고 설명했다. 




인문계열은 직무에세이를 보겠다고 했다. 삼성 측은 “직군과 관련된 경험을 위주로 평가한다”라며 “만약 영업이라면 리더십과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관련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경험을 얼마나 했는지를 본다”고 설명했다. 


바로 4번째 경력사항이 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회사 근무경력 또는 인턴과 대내외활동 경험을 각각 100자 이내로 적도록 하고 있다. 


5번째 외국어/기타는 필수 영어회화를 포함해 다양한 외국어 성적을 적는 란이다. 6번째는 취미, 마지막 에세이는 3개 문항에 맞는 답을 적는 곳이다. 자소서 질문은 지원동기, 성장과정 등으로 다른 기업과 큰 차이는 없다.


‘직무 중심 채용’ 앞장서나


지금까지에서 보듯 삼성의 이력서는 비교적 ‘전공역량’과 ‘경험’에 맞춰져 있다. 사실 이 전체 양식 역시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전에도 직무관련 경험을 적도록 했으며 전공 재수강여부까지 꼼꼼히 기입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류전형에서 일부 인원을 걸러야 하는 입장에서 이 전공역량과 경험이라는 두 키워드가 실제 평가 기준이 됐다. 즉 삼성은 이 두 가지 역량을 가져야 서류전형과 적성검사를 거쳐 삼성인이 될 수 있다고 공표한 것이다.


많은 기업이 최근 몇 년간 ‘스펙보다 직무역량’을 외치면서 오디션 등 다양한 별도 프로그램을 마련해 서류전형을 면제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은 아예 지원서 접수 단계에서부터 ‘직무’에 초점을 맞췄다. 면접 역시 2년 전, ‘실무 역량’을 더욱 심도 있게 보겠다며 시간을 두 배로 늘렸고 이번에 창의성면접도 새로 도입했다. 창의성면접이란 직무와 관련된 실제 상황을 던져주고 면접관 앞에서 해결방안을 발표하도록 하는 시험이다.


물론 학교나 전공, 어학성적 등을 적도록 했기 때문에 이러한 정량적 스펙을 평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1차 전형 곳곳에 직무관련 문항을 녹이고 이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매번 10만 명가량(2015년 상반기까지/서류전형이 없었을 때 기준)이 거쳐 가며 남다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삼성의 채용제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삼성은 주장한 대로 ‘직무중심 채용’을 실천하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