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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고스펙자만 뽑았던 데 사회적 책임 느꼈다″ [대기업] 조회수 : 11869

"없는 돈과 시간을 들여서 스펙 쌓았더니 이제 인문학이라고? 기운 빠지시죠? 저라도 짜증날 것 같아요."

지난 달 신세계그룹이 신입사원 채용에 인문학적 인재를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세계의 이 같은 채용방침은 정용진 그룹 부회장이 직접 언급한 이야기여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뿌리가 튼튼한 청년 영웅'을 뽑아 신입사원 채용에 가산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뿌리가 튼튼한 청년 영웅은 무엇일까.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첫 번째 인문학 콘서트 '지식향연'의 첫 강연자로 나서 2000명의 대학생들에게 해답을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우리를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스펙이 좋은 사람이 인재라고 착각해 스펙이 높은 사람만 뽑았다는 사실에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에 신세계가 스펙보다는 인문학적 소양을 보기로 한 것은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싶어서"라고 전했다.


◆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정용진 부회장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한때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인사말로 문을 열었다. 정 부회장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 앞에 서니까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봄 날씨를 누리기는커녕 아르바이트로, 공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은 "이번에 신세계가 '청년 영웅'을 뽑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그가 생각하는 인문학을 정의했다. 그는 인텔의 제네비브 벨 박사의 말을 인용해 "공학적 사고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인문학은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버는지, 성공하는지가 아니라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이 나의 소명인가를 살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입사원 면접 때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로 유명하다. 면접 때마다 그는 어떤 것을 느낄까. 정 부회장은 "요즘 지원자 중 70~80%는 이른바 고스펙자로 놀랄 때가 많다“며 ”하지만 모두 한결 같이 앵무새처럼 같은 대답만 한다. 소신 없이 모범답안만 말하는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인문학적 소양만 갖춘다면 어렵게 쌓은 스펙이 더 빛을 발할 텐데'라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구성원이 의견을 자신있게, 자유롭게 제시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인문학 소양을 기르기 위한 실천방법 ‘세 가지’

정용진 부회장은 평소에 즐겨 읽는 책을 꺼내 들었다. '삶이란 무엇인가(김태길)'. 그는 이 책을 어떤 경영서적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삶의 태도나 회사를 운영할 때도 지침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이 책에 근거해 꼭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 실천방법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1. 고전을 읽을 것

빠르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우리를 인내하게 한다. 다만 줄거리와 결말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등장인물의 감정과 살아가는 과정을 살펴야 한다. 또 여기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레미제라블' 독자들은 대개 장발장의 기구한 스토리에만 집중하지만 스스로 장발장이 돼서 절박함과 죄책감, 사람들간의 갈등을 직접 느껴보는 게 더 중요하다.

2. 살필 것

고은의 '그 꽃'이라는 시가 있다. 이 시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면 놓치는 것이 많다. 젊은 시절에 꽃 같이 아름다운 게 널려 있는데 눈 앞의 현실에만 쫓겨서 당장 필요한 공부에 매진해선 안 된다. 스펙에만 매달리다 보면 소중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게 될 지도 모른다. 인문학을 통해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주변을 살폈으면 좋겠다.

3. 들여다볼 것

또 한 편의 시를 소개한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다. 우리는 보통 대추나무를 보고 대추가 몇 개 달려있나, 맛있겠다와 같은 표면적인 생각을 한다. 그 보단 대추들이 현재의 모습을 갖기까지 거쳐야 했던 고뇌와 외로움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사물의 껍데기만이 아닌 본질을 들여다보는 통찰력을 길렀으면 좋겠다.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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