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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014 하반기 SSAT 문제는 [대기업] 조회수 : 6979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른 응시생들이 학교를 빠져 나가고 있다.
신경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삼성 SSAT, 20대에게 삼성을 묻다
첨단기술 및 세계사와 연계된 삼성을 질문

사물인터넷을 의미하는 용어 ‘IoT’,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새로운 스마트폰 OS(운영체제) ‘타이젠(TIZEN)’, 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 브랜드 ‘기어(GEAR)’. 이 모든 용어를 알아야만 문제 하나를 풀 수 있다.

삼성그룹이 12일 실시한 하반기 대졸 공채 2차 관문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의 직무상식 문제에서다. 이번 시험에는 삼성에 관심을 갖지 않고 기출문제만 봐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대거 추가됐다. 그만큼 회사에 관심이 있는 인재를 뽑겠다는 얘기다.

◆삼성관련·역사 문제 비중 늘어
삼성은 이날 서울과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국내 5개 지역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캘리포니아주 LA·캐나다 토론토 등 해외 3개 지역에서 SSAT를 실시했다. 수험생들은 입실후 1시간가량 시험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뒤 오전 9시30분부터 11시50분까지 140분동안 시험을 치렀다.

이번 공채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 25개 계열사가 선발할 인원은 4500~5000명이지만 지원자는 10만명. 최종 채용인원의 2~3배수를 SSAT에서 뽑아 면접전형을 실시하기 때문에 SSAT는 삼성에 취업하려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첫 관문이다. SSAT합격자는 다음주 중순께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SSAT시험이 끝난 9일 후인 10월22일에 발표했었다. 합격자는 최종 선발인원의 2~3배수. 올 상반기엔 7000여명가량이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은 전반적으로 시각적 사고 영역이 이전 시험에 비해 쉬워졌지만, 상식 영역의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특히 삼성 계열사의 신제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가 여럿 출제됐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 노트(괄호)’와 삼성SDI가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괄호)차 전지’, 사자성어 ‘( )고초려’를 보기로 주고 괄호 안의 숫자를 더해 풀어야 하는 식이었다. 또 갤럭시 노트 엣지, 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트(LTE-A) 등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술문제도 있었다. 김모 씨(26)는 “삼성의 여러 계열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아 당황했다”며 “기출 문제만 푼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 말했다.

역사 문제는 올 상반기보다 문항이 더 늘었고, 단순 지식이 아니라 시대별 흐름을 꿰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 조선을 침략한 국가를 차례대로 나열하라는 문제, 조선말기 갑신정변과 갑오개혁을 구분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신라시대를 유추할 수 있는 보기를 보여주며 같은 시대의 시조를 고르는 문제 등 한국사와 인문학을 연계한 문제까지 나왔다. 통섭형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역사 문항을 강화하겠다던 삼성 측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지원자는 “상식시험의 20% 정도는 역사 문제였고, 상대적으로 세계사에 대한 이해를 묻는 질문이 많아 까다로웠다”고 했다.

‘꿩 대신 닭’ ‘바늘 가는 데 실 간다’ 등의 속담을 제시하고, 치맥(치킨+맥주)과 어울리는 속담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도 있었다.

제일기획의 광고직 SSAT에선 ‘딸과 며느리의 차이점을 두컷 그림으로 표현하시오’라든가 ‘빼빼로 데이로 알려진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인데 이를 알릴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주관식으로 묻기도 했다. 특히 광고인을 뽑는 시험임에도 ‘매몰비용’ ‘밴드웨건 효과’등의 경제용어를 묻는 문제도 다수 출제되었다고 응시생들은 밝혔다.

◆“결시율 낮아…기출문제 도움 안됐다”
전국 79개 고사장 중 한 곳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사범대학부속중·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이곳에선 41개 고사실에 30여명씩 총 1200여 명이 시험을 봤다. 이날은 삼성그룹만 인적성시험이 있어서 그런지 응시율은 대체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에 지원했다는 박모 씨(25)는 “한반 30명에 1명만 빈자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지원자도 “상반기보다 결시율은 훨씬 낮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에 대해서는 시중문제집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삼성전자에 지원한 김모 씨(26)는 “삼성의 여러 계열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아 당황했다”며 “기출문제만 푼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했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단순 암기식 문제보다는 곱씹어봐야 하는 문제가 많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삼성전자 연구개발직에 지원한 황씨(26)는 “상식 문제를 풀 때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며 “평소 상식 공부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원자인 노씨(24)는 “삼성 측이 SSAT를 통해 자기 회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서도 머리가 좋은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방 고사장 접수가 마감돼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시험을 치른 수험생도 다수여서 삼성 입사에 대한 치열한 경쟁을 느끼게 했다. 전날 전주에서 서울까지 상경해 시험을 치른 김씨(24)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나처럼 지방에서 올라와 시험을 보는 경우도 많다더라”며 “그만큼 삼성 입사시험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상반기 고사장마다 펜 사용 허용여부가 달라 논란이 되었던 시각적 사고 문제는 펜 사용은 허용하되, 문제지를 돌리거나 바꾸는 행위는 금지하였다.

삼성 측은 과열된 입사시험 분위기를 막기 위해 단순 암기식 문제보다 종합적,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를 많이 출제했다고 밝혔다. 특히 하반기 SSAT에선 삼성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삼성전자에 응시한 강모 씨는 “갤럭시 노트4, 갤럭시 노트 엣지, LTE 등 모바일 기술 관련 문제가 눈에 띄었다”면서 “평소 삼성 블로그를 유심히 봤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최근엔 역사비중을 높인 것도 인적성 시험의 특징이다. 올 상반기 SSAT에선 160문항중 14개가 역사문제였다.

한편, 삼성은 최근 삼성사장단회의에서 “다양한 채용제도 개선안을 검토중”이라고 공식발표하면서 삼성이 발표할 ‘신채용제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은 올초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SSAT로 몰리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자‘총장추천제’ ‘서류전형 부활’ 등 채용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직면하여 발표 14일만에 백지화했다. 새로운 채용제도에는 SSAT 응시자 수를 줄이기 위한 서류전형 부활, 직무역량 검증 등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지은/공태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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