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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타파] “고용디딤돌 통해 취업...나이 많고 스펙 낮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대기업] 조회수 : 38690

협력사 취업한 현대차 고용디딤돌 2기 수료생 박혜은 씨

“당연히 이과일 거라고요? 저 중국어과 졸업했어요~”



이 기사는 현대자동차 고용디딤돌 담당자 인터뷰 “현대차 고용디딤돌 2기, 75%가 정규직 입사제의 받아”로 이어집니다.


‘현대차 1차 협력사 신입사원’이라 하니 당연히 공대남(男)을 떠올렸다. 하지만 편견이었다. 공대도, 심지어 ‘남’도 아니었다. 새한산업 신입사원 박혜은(26) 씨는 중국어학도였지만 3학년 때 공학으로 진로를 급선회했다. 게다가 3수로 대학에 입학해 이미 시작점부터 뒤처진 상태. 하지만 그는 일관되게 “언어보다는 공학이 더 좋다”는 마음의 소리에만 집중했다. 



11월 2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내기리 새한산업에서 현대자동차 고용디딤돌로 취업에 성공한

박혜은 씨를 만났다. 사진=서범세 기자


[PROFILE]

박혜은

1990년생

2015년 8월 삼육대 중국어학과(주전공)/ 카메카트로닉스(복수전공) 졸업

2016년 6월 고용디딤돌 청년인재 선발

2016년 8월 현대차 1차 협력부품사 새한산업 품질관리팀 인턴십 시작

2016년 11월 새한산업 입사 품질관리팀 정규직 입사 


수학과 물리가 좋았던 고등학교 이과생, 배치표의 딜레마로 인한 중국어과 교차 지원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찾은 공대생의 길.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터뷰 전, ‘내심 혹시나 취업난에 떠밀린 것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니었다. 그저 제 자리를 찾은 것뿐이었다.


“물론 취업이 걱정되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현지에서 오래 살다 온 학과동기들을 보니 중국어만으로는 취업 때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죠. 그러다 3학년 때 복수전공을 신청할 기회가 있었고 동기들은 대부분 상경계를 지원했는데 전 제 느낌을 믿어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원래 관심이 많았던 자동차공학을 선택했죠. 많이 늦은 건 아닐지 걱정도 많았는데 공부할수록 적성에도 잘 맞았고 성적도 중국어보다 훨씬 잘 나왔어요. 정말 제 길이었나 봐요.” 


하지만 두 가지 상반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었다. 대외활동은 전혀 못했고 인턴이며 취업스터디는 꿈에도 꾸지 못했다. 학과 동아리 차원으로 중국어 서적을 번역해 출판해본 정도가 전부였다. 졸업 후 자동차 품질관리 직무로 계속 지원서를 냈는데 일 년 간 합격소식은 없었다.


“여성이라 불리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반쪽짜리 전공이란 아쉬움이 크더라고요. 올 3월 상반기 공채까지 계속 고배를 마셨어요. 4월 들어서는 중견·중소기업 공고가 뜨니까 언제나처럼 또 지원했고요. 그러다 현대차 고용디딤돌을 발견했는데 마침 1기를 수료했던 친구가 교육과 인턴십 다 경험해 볼 수 있다고 추천해줬어요.”





자동차 교육경험·중국어 동아리 활동이 주요 면접소재


고용디딤돌은 5개월간 대기업의 직무교육과 인턴실습을 경험하는 고용노동부 차원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정작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5개월의 교육기간은 당장 취업이 시급한 시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박혜은 씨도 같은 고민을 했다. 


“안 그래도 대학 삼수를 해서 이미 많이 늦어있었어요. 취업이 정말 다급했죠. 그런데 애초에 인턴십이나 관련 현장경험이 아예 없다보니 아무리 공채에 지원서를 넣어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취업까지 연계가 안 되더라도 ‘최소한 경험이라도 쌓자’라고 결심하고 지원버튼을 눌렀어요.”


고용디딤돌 채용절차는 서류전형-온라인 인성검사-면접전형 순이었다. 자기소개서에는 ‘인생에서 힘든 것을 극복한 사례’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두 가지 질문이 제시됐는데 박 씨는 ‘그냥 내 이야기를 에세이 쓰듯 풀어 썼다’고 작성 노하우를 전했다. 마침 지난해 3개월 간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자동차 품질관리와 인증규격 등 관련 교육을 받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면접을 위해서는 서울지역 지원자에 한해 장충체육관으로 집결했다. 새한산업 인사담당자와 품질보증팀 차장이 면접관으로 박 씨를 맞았다. 면접관은 ‘인생에서 힘들었던 점’이나 ‘지원동기’ 등을 물었다. 직무 관련해서는 박 씨가 자동차 품질교육 받았던 이력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대학 때의 중국어 번역본 출간경험도 질문 소재였다. 


“면접 전에 동기들과 예상 질문을 뽑아서 문답해봤던 게 도움이 됐어요. 또 지원 회사 제품이나 관련 용어도 공부해 갔어요. 면접 후에는 면접비를 5만원 받았고요.”





인턴 때부터 실무에 투입된 게 ‘자랑’


합격 후, 첫 1주는 단체로 안산중소기업연수원으로 합숙훈련을 떠났다. 문화공연이나 명사특강, 자기라이프 디자인 등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뒤 7주 동안에는 각 지역별 교육장으로 흩어져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직무역량, 취업노하우, 인성교육, 비즈니스스킬 네 과목을 주 5일 동안 배웠다. 


취업노하우로는 면접시뮬레이션이나 이미지메이킹, 인성교육 때는 비즈니스매너나 리더십을 배웠다. 비즈니스스킬은 온라인 강의였고 파워포인트와 엑셀교육을 받았다. 직무역량의 경우 전체의 60~70% 비중을 차지했는데 자동차 생산, 품질, 구매 직무 관련 현직자 강의로 구성됐다. 현업 용어나 노하우를 배웠다. “요즘 다른 부서와 협업할 일이 많은데 이때 관련 업무를 다양하게 배워둔 게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박 씨는 수강 소감을 밝혔다.


8월 8일부터 3개월간은 새한산업 품질보증팀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새한산업은 당시 고용디딤돌 인턴 6명을 모두 공석에 배치해 바로 실무를 책임 지웠다. 덕분에 정규직 전환과정도 자연스러웠다. 특별 시험 대신 부서 팀장의 인턴 평가로 전환이 결정됐다. 





고용디딤돌은 회사가 교육 기간 지원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박혜은 씨는 교육 두 달간 50만원씩, 교육 수료 후에는 200만원 등 총 300만원을 받았다. 교재나 중식비도 추가된다. 인턴 때는 급여가 월 150만원이다. 이 외에 야근수당이나 특근수당 등은 협력사에서 제공하는 구조다. 여기에 정규직 취업이 되면 300만원이 더 나온다. 취업이 안 될 경우는 이보다 적은 200만원이 지원된다.

 

“현재는 인턴 때와 같은 부서인 품질보증팀에서 차 판매 후 발생하는 클레임 처리방법과 원인을 규명하는 일을 합니다. 주로 2~3차 협력사를 관리하는데 전체 10곳 중 5개사를 담당해요. 매월 두 번 점검을 나가서 협력사가 잘 관리되는지 실제 현장을 둘러보고 현대차 품질 검증과정도 참관하고요. 입사 전에 복지가 특히 궁금했는데 근처 기숙사가 제공돼 매월 관리비만 내고 있죠. 급여도 동종업계에 비해선 높지 않지만 중소기업 평균치 보다는 좋고요.”


“처음에는 무조건 자동차 관련 경험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이도 많고, 스펙도 낮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죠. 그런데 막상 마음을 먹고 시작해 보니 전공지식이나 경험이 없어도 가능하겠더라고요. 8주 정규 교육과정 외에 인터넷 강의도 추가로 열어줘서 물류수업을 따로 수강하기도 했거든요. 더 많은 사람이 자신감을 갖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