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꿀팁

‘인턴+등록금+나이’… 취준생 삼중고 조회수 : 15741

직무역량 중요하대서 인턴했더니 등록금 내라

휴학하고 인턴할랬더니 이번엔 나이가 문제

취업준비생의 삼․중․고



# 2015년 11월 8일 대학 4학년 A씨의 일기


요즘 고민이 많다. 인턴을 계속 해야 할 지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달 전, 한 중소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회사의 규모는 작지만 원하는 직무와 직종이 일치해서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 


마침 복학 시기와 맞물리는 바람에 학교에 이 기간 동안 어떻게 학점을 받을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뜻밖에 ‘알아서 하라’는 반응이었다. 어차피 재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등록금 전액을 내야하고 시험도 똑같이 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형평성 문제가 있으니 학점을 유리하게 달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렵게 구한 인턴에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결국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녁 아르바이트를 추가했다. 학과 공부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처음 맡는 일을 해내랴 밀린 공부까지 하려니 쉽지 않았다. 출석점수가 거의 0점인데다 시험도 꼬박꼬박 참석했지만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다. 이 점수로는 다음 학기 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다.


‘휴학을 하지 그러느냐’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재수를 해 동기보다 한 살이 많은데다 이미 아르바이트나 해외 어학연수로 몇 차례 휴학을 했기 때문에 취업이 늦어질까 두려웠다. 하지만 인턴이 중요하다고 하니 포기할 수도 없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일도, 학업에도 집중을 못했다. 그래서 주변에는 결국 일을 그만두거나 아예 학점을 포기하고 재수강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많다. 인턴 기간은 아직 3개월 더 남아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이 많다. 



직무역량은 공짜로 얻나요


올해 채용시장의 트렌드는 ‘직무적합성’이다. 지원자의 불필요한 스펙보다 직무능력을 우선 하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면접전형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기업들은 프레젠테이션이나 토론면접·상황면접 등 다양한 면접기법을 활용해 지원자의 직무역량을 측정한다. 삼성그룹은 이번 하반기 공채서 면접관이 지원자와 직접 토론해 평가하는 ‘창의성면접’을 도입했다. SK그룹은 인턴십 위주 공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신입사원 공채 대신 하계인턴을 뽑아 실습을 통해 직무능력을 우선 평가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 등 유통기업도 인턴 우선선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직무역량과의 융합을 강조한다. 올 한해 공공기관 채용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NCS로 마찬가지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라는 명칭에서 보듯 직무역량을 중시하는 채용제도다. 특히 NCS의 핵심은 ‘인턴’ 등 관련 경험이다. 서류전형에서부터 직무와 관련된 아르바이트나 인턴 경험 여부를 묻는다. 2017년에는 370개 국내의 모든 공공기관이 NCS를 도입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최근 직무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대표 격인 인턴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토익’처럼 필수 입사 전형이 돼 버렸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6월,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회원 430명을 대상으로 ‘인턴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조금 넘는 55%가 인턴십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인턴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서는 ‘취업에 도움이 될 것(5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올 1월 중순, 같은 기관에서 이번엔 인사담당자 1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5명이 ‘인턴경력이 필요하다’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또 지원자의 서류에서 가장 비중 있게 보는 점에서도 ‘인턴경험’(32.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학생 ‘삼중고’= 인턴+등록금+나이


하지만 인턴을 하겠다는 대학생에게 주어지는 제도적인 지원 장치는 미미하다. 대학생 A씨는 올해 한 대기업의 산학인턴에 합격했다. 공채와 엇비슷한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들어간 것이다. 9월 즉, 개강에 맞춰 시작되기에 등록금이나 시험 관련해서 문의하기 위해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결론은 휴학을 하지 않는 이상 학점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렵게 등록금을 마련해 한 학기를 무사히 다녔다고 해도, 수업 대다수에 참여하지 못한 이상, 높은 학점을 받기란 쉽지 않다. 자연히 다음 학기 장학금을 신청하는 데도 무리가 따른다. 



 지난해, 한 대기업의 인적성검사에 응시해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취업준비생들. 사진=한국경제DB



이쯤 되면 당연히 “휴학하고 인턴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11월, 기업 인사담당자 238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의 나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남성 신입사원의 적정연령은 28세였다. 또 73%는 신입 채용 시 지원자의 나이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취업전문 업체 사람인이 작년 12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511개 기업 중 51.2%가 '다른 조건이 우수해도 나이를 이유로 탈락시킨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시 한 번 앞서 A씨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A씨는 재수 끝에 21세에 대학에 입학했다. 1년을 열심히 학과 생활을 한 뒤, 2학년 1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입대영장에 따라 군대에 다녀왔다. 다녀오니 23세, 하지만 당장 등록금이 없어 6개월 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24세 가을, 그의 대학생활이 다시 시작됐다. 일 년이 지나 25세, 3학년 1학기를 맞이할 무렵, 학과 특성상 어학연수를 다녀와야 취업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1년간 다시 휴학을 택했다. 


1년 후 학교에 돌아왔는데, 다시 등록금이 필요했다. 다시 1년간 휴학계를 내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3학년 1학기, 그의 나이 26세였다. 1년을 돌아 4학년이 된 그의 나이는 27세, A씨에게 또 다시 휴학을 권유할 수 있을까. 



A씨는 결국 도중에 인턴을 포기했고 4학년 1학기, 학점 2.8점(4.5점 만점)을 받았다. 만약 한 번이라도 취업에 실패하면 28세를 넘기게 된다.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마음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 여정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알 수 없다.


“요즘 취업은 단순히 자소서를 쓰고 면접스터디를 준비하는 게 다가 아니에요. 지원자격을 얻기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을 해야 해요. 하다못해 대학 졸업장을 얻기 위해서는 시험공부뿐만 아니라 틈날 때마다 아르바이트도 해야 해요. 경우에 따라 토익점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야하기도 하죠. 기업들이 경험도 많이 요구하는데, 경험을 쌓으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요. 글로벌 인재에게 필요하다는 해외경험을 위해서는 또 아르바이트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고, 인턴을 하려면 역시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죠….”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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