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꿀팁

많아도 너무 많은 ‘자기PR’ 오디션전형 조회수 : 14153

‘탈스펙’ 취지는 좋지만 너도나도 자기PR 도입

자기PR, 아예 새로운 전형으로 고착화되나

롯데 '스펙태클 오디션' 맞춤 기획서 하루 완성코스 강의도 생겨





‘PR(public relations)’은 자신의 장점이나 역량을 어필하는 시간이다. 


최근 이 PR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쓰이는 곳이 바로 취업시장이다. 취업에서의 자기PR은 면접관 앞에서 입사 지원 동기나 입사 후 포부 등을 어필하는 것을 가리킨다. 시간은 3분에서 길게는 5분.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자신을 보여주는 시험이라 해 ‘오디션 전형’이라고도 불린다. 


자기PR은 특히 학점, 영어성적 등 기본적인 스펙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전형이어서 흔히 ‘탈스펙 전형’의 표본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작은 현대자동차였다. 지난 2012년, 현대자동차가 발표만으로 서류합격자를 선발하는 ‘5분 자기PR’을 첫 도입했다.


자기PR, 최근 2년새 기하급수적 증가


2013년, 새로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의 채용방침에 드라이브를 걸고 본격적으로 탈스펙 전형을 독려하자 다른 기업들 역시 대안으로 이 자기PR, 즉 오디션전형을 택했다.


SK그룹(SK 바이킹 오디션·2013년), KT(달인채용·2012년), 현대모비스(C.E.O형 인재선발 콘테스트·2013년), LG유플러스(캠퍼스캐스팅·2014년) 등이 속속 이 전형을 도입했다. 금융권 중에서도 IBK기업은행이 지난 2014년 ‘4분 자기PR’을 시작했다.


특히 KT는 정규직 공채부터 인턴에까지 이 오디션 전형을 활용하고 있다. 달인 채용 외에도 정규직 공채의 ‘올레스타오디션’에 이어 13일 서류접수를 마감한 하반기 인턴 채용에도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 사이에 ‘스타오디션’을 배치했다. 12일에는 아예 스타오디션을 타이틀로 박은 신입채용공고까지 추가로 올린 상태다. 





현재는 사라졌지만 두산도 2012년부터 두 해간 ‘내가 미래다’라는 자기PR을 운영했고 KT&G도 2012년, ‘상상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를 통해 서류합격자를 일부 선발했다.


올 들어 새롭게 도입한 기업도 있다.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스펙태클전형이라는 이름 아래 발표전형을 추가했다. 서류에서 이름·이메일·주소·연락처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직무 관련에세이만 제출토록 하고 대신 오디션이나 미션수행 같은 새로운 면접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롯데그룹 인사담당자는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과 창의성을 가진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라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이랜드리테일이 ‘E-스토리텔러전형’이라는 3분 오디션을 들고 나왔고 총 480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도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워너비 패셔니스타'라는 이름의 스펙타파 오디션 전형을 새로 추가했다. 학교, 전공, 학점, 어학성적 등 정량적 스펙 대신 에세이를 통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어디나 자기PR…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도


이처럼 갈수록 확대되는 자기PR전형을 바라보는 구직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우선 대다수가 ‘좋으면서도 어려운 전형’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스펙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하지만 ‘발표’라는 부담이 없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 더욱 많은 기업들 사이에서 자기PR이 거의 통용화 되다시피 하면서 더욱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반응이다. 


이번에 KT 인턴에 지원할 예정이라는 한 구직자는 “이번 하반기 인턴부터 새로 뜬 공채까지 모두 오디션전형이 있어 걱정”이라며 “기업들이 갈수록 활발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디션 전형은 취업학원의 새로운 타깃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 취업학원은 회원을 대상으로 '롯데 스펙태클 오디션 맞춤 기획서 하루만에 완성'이라는 제목으로 단체 쪽지를 보내고 강의 내용을 홍보했다. 선착순 모집으로, 실제 제안서 샘플 공부·사례분석을 통한 논리적인 보고서 작성법 강의·작성 팁·피드백 등의 커리큘럼으로 이뤄진 4시간 짜리 강의의 수강료는 5만원이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소위 ‘말발’이나 기술이 아닌 진정성을 본다고 설명한다. A기업 자기PR 현장에서 만난 한 인사팀 차장은 “단순히 말을 잘 하는 것 보다는 스펙이 부족해도 지원 분야에 미친 듯이 파고든 집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평가 기준을 설명했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여전히 독특한 콘텐츠를 짜야한다는 부담이 있다는 입장이다. 취업준비생 안모씨는 “최근 탈스펙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이 비슷하게 자기PR전형으로 대체하면서 자기PR이 아예 새로운 전형으로 추가된 기분”이라며 “진정한 탈스펙전형을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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