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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용 디딤돌? 시간낭비?… 취준생 울리는 ‘취업성공패키지’ 조회수 : 48267

취업용 디딤돌? 시간낭비?

취준생 울리는 ‘취업성공패키지’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취업박람회를 찾아본 구직자라면 한번쯤 ‘취업성공패키지’ 부스를 만나봤을지 모른다. 어쩌면 아예 안내 브로셔를 들고 구직자를 찾아다니는 상담원의 손에 이끌려봤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생각했을 것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뭐지? 돈을 주고 교육도 시켜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데 정말 믿어도 될까?’



지난 6월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 설치된 '취업성공패키지' 홍보부스. 사진=이도희 기자



지난 2009년 1월 1일, 노동부가 취업상담부터 직업훈련, 알선을 묶어 ‘패키지 취업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가 2개월 뒤면 일곱 돌을 맞는다.  


취업성공패키지를 간단히 요약하면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에게 진로 설정부터 실제 취업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부 지원금도 제공한다. 


사실 취업성공패키지 도입 취지는 저소득층의 구직활동을 도와주자는 데 있었다. 그러다 최근 일반 대졸자의 실업문제가 대두되면서 일반 청년구직자(만18세~만34세)를 대상으로 하는 ‘취업성공패키지II’를 추가했다.


두 유형 모두 경로설정, 능력증진, 취업알선 3단계로 구성된다. 경로설정 단계에서는 상담을 통해 진로를 찾아준다. 능력증진 단계에서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마지막 취업알선에서는 상담사가 지원 직무에 맞는 일자리를 소개하고 경우에 따라 현장면접에도 동행한다.


취업성공패키지 신청과 함께 ‘내일배움카드’를 작성하면 평균 200만원 한도 내의 강의료도 제공 받는다. 현재 허가된 학원의 수강료는 1년 과정에 평균 50~60만원대다.


상담원 역량 천차만별… ‘시간 때우기식’이라는 지적도


여기까지는 ‘돈도 주고 공부도 시켜주는’, 혜택뿐인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경험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돈을 떠나, 프로그램의 효용성 자체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하면 프로그램이 끝날 때, 그러니까 취업 전까지의 전 과정 동안 단 한 명의 상담원에게 의지하게 된다. 상담원은 먼저 주 1회 한 시간씩 3주에 걸쳐 직업상담을 해준다. 정규상담이 끝난 뒤에는 자격증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수시로 전화연락을 통해 취업 동향을 체크하고 3단계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면접에도 동행한다. 


이처럼 상담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상담원마다 역량이 천차만별이어서 큰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는 반면 ‘시간낭비’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중순 실제 취업성공패키지를 수강했던 구직자 김미연 씨(가명·29)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직을 앞두고 취업성공패키지를 알게 됐어요. 적지 않은 나이라 빨리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답을 얻고 싶었고 바로 신청했습니다. 첫 날은 한 시간 동안 제 적성에 대한 질문지를 작성했어요. 그리고 어느덧 두 번째 모임이었는데, 전 주에 작성했던 질문지 결과를 그대로 읽기만 하는 거예요. 이건 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화를 냈죠. 그랬더니 그 다음 주는 조금 정보를 알려주더라고요. 


그렇게 3회 모임이 끝나가는 찰나, 문득 상담실 벽에 붙은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어요. ‘집단상담프로그램’이었죠. 무엇인지 물으니 상담사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안내하지 않았다’라고 하더군요. 제가 판단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거예요. 주변에 취업성공패키지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전 아니었어요. 제 상담사는 ‘시간 때우기’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무분별한 ‘땡기기’, 상담원에겐 부담


이 같은 문제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상담사 선발 방식은 크게 고용노동부 주최 공채와 위탁기관의 수시채용 두 가지로 나뉜다. 고용노동부의 공채는 서류전형과 필기, 면접으로 나뉘며 필기시험 등에서 사회, 고용보험법령, 직업상담학 지식 등을 묻는다. 


반면 위탁기관으로 가면 채용전형이 서류와 면접 두 가지로 줄어든다. 2014년도까지는 I유형을 위탁기관, II유형을 고용센터에서 진행했지만 취약계층을 더욱 심도 있게 관리하자는 이유로 현재는 위탁기관에서 II유형을 맡고 있다. 즉 취약계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청년층을 전담하는 상담원은 위탁기관 출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채용절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큰 이유는 한 상담원이 담당하는 구직자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는 위탁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개 이전에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기관을 채택한다. 이전 실적이 자연히 채택 기준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 실적의 주요 기준이 되는 것은 참가자 수다. 그러다 보니 위탁업자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참여자(내담자)를 소위 ‘땡겨야’ 한다. 이 땡기는 역할은 상담원이 직접 도맡는다. 


앞서 취업박람회 등지에서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단가 즉, 위탁기관에게 제공되는 기본금은 고정돼 있기 때문에 상담원은 별다른 임금 상승 없이 계속 구직자를 끌어 모으는 데 열을 올려야 한다. 


위탁업체 소속으로 서울의 한 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원 A씨는 “내담자를 관리하는 게 주 업무이지만 회사의 요구 때문에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내담자를 모으는 방법도 계속 생각해야 한다”며 “그러다보니 정작 상담을 준비하는 데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의료 지원’ 취지는 좋지만 강의 질 관리해야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제공하는 강의의 질 역시 학원별로 통제가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학원 선정기준은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에 근거한다.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조항은 평균훈련생수, 출석률, 취업률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한 학원은 직업능력개발원의 내부 평가와 노동부의 실사 평가를 거쳐 최종 대상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선발 후부터는 대부분의 업무를 각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학원에 따라 커리큘럼이나 강사의 역량이 천차만별이라는 목소리가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직자의 취업을 위해 물심양면 애쓰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실무와는 상관없는 ‘시간 때우기식’ 강의에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수업을 수강했다는 장씨(28)는 “개설강좌 이름과 실제 커리큘럼이 많이 달라 실망스러웠다”며 “실무보다는 취미에 적합한 커리큘럼이 대부분이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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