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스페셜

[현장이슈] ′퀵 아저씨′ 월 300만원 벌지만 실수입은 165만원…“‘노동유지비’로 수입 절반 깎여” 조회수 : 4300

△도로 위 오토바이 배달대행 기사들.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 모바일 앱 기반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새해가 되도 여전한 모습이다. 플랫폼 노동자란 모바일 앱 등 서비스 유통망(플랫폼)을 통해 일을 받고, 돈을 버는 사람들로 대리운전, 음식배달, 가사도우미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 법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표준계약, 산재보험, 수수료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플랫폼 노동자를 특수형태고용종사자의 형태와 유사하다고 보는 입장도 많다. 특수형태고용종사자는 독자 사업장이 없으면서 계약 사업주에게 종속된 채, 직접 고객을 창출해 일한 만큼 소득을 얻는 직종의 종사자를 의미한다. 이에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하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법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낮은 단가와 높은 수수료, 노동시간 증가로 인한 위험에 대응해 표준요금제와 출퇴근시간의 산재보험도 요구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 250만원, 실수입은 절반밖에 안 돼… ‘노동유지비’가 더 든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월평균 수입은 약 250~300만원. 그러나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입사업자로 분류되기에 사실상 절반밖에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을 통해 음식 배달대행과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 3가지 분야에 종사하는 플랫폼 이동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맹이 673명(퀵서비스 283명, 대리운전 224명, 배달서비스 143명, 기타 2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한 결과 이들의 월평균 수입은 313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수입은 수입의 절반 수준인 165만2000원이었다. 중개업체를 통해 일하는 노동자들은 오토바이 유지비와 유류비, 수수료와 보험료, 통신비, 벌점 등으로 지출이 많았다. 노동을 유지하기 위해 빠져나가는 돈이 많은 것이다. 보고서는 “월평균 지출이 지나치게 많고, 업체가 가져가는 항목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퀵서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차성은(가명, 32세)씨는 “하루 11시간씩 일하고 월수입은 240만원인데 유류비, 수수료, 보험료, 월세 등으로 다 빠지고 나면 120만원 정도 남는다”라며 “나도 노동자인데 남들보다, 내가 타는 오토바이보다 보호받지 못하는 느낌이다. 하루 종일 일해도 반 밖에 못 버니까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배달의 민족 라이더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 관련 내용이 담긴 표. 지역 및 시간 구간 당 수수료 공지는 업무 전날 밤 9시 라이더들에게 일괄 공지된다.



매일 바뀌는 수수료 및 근무조건, "우리가 실험용 쥐냐?"

과도한 수수료의 문제는 고용정보원의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중개 수수료가 있었다는 응답비율이 71.3%였고, 플랫폼 중개 건당 수수료를 지불했다는 응답이 62.6%였다. 플랫폼 중개 수수료가 있었다는 응답비율은 대리운전(97.1%)과 퀵서비스(91.8%)에서 높았다. 플랫폼 건당 평균 중개 수수료의 액수도 두 직종에서 높게 나타났다. 고용정보원의 FGI 조사에서는 대리운전기사들은 월 평균 50~90만 상당의 수수료를 업체에 지불하고 있었다. 퀵서비스 기사들은 수익의 약 20% 내외를 수수료로 지불했다. 건당 평균 중개 수수료는 대리운전 2600원, 퀵서비스 1800원 정도다.


최근 노동자들은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2일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배답앱 플랫폼 업체인 배달의 민족을 상대로 배달 수수료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민 측이 배달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합리한 근무조건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매일 바뀌는 수수료 등 불합리한 근무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배달 수수료나 렌트비 등 근무 환경을 일방적으로 바꿔 우리가 실험용 쥐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더유니온 측은 요기요·배달의 민족 합병에 따른 배달노동자 보호대책 마련 등을 위한 단체 교섭을 요구하기도 했다.


플랫폼 경제 종사 이유는… “일거리 구하기 쉽고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
처우가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근무환경임에도 플랫폼 경제에 종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용정보원이 택시운전, 대리운전, 음식배달 종사자 등 총 4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사람이 ‘일거리 구하기 쉬워서’(28.9%)라고 응답했다.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28.0%)라는 비율도 높았다. ‘근무시간 선택가능 등 플랫폼경제 특성을 선호해서’라는 비율은 25.6%로 4명 중 1명에 해당했다.

음식배달 일을 하고 있는 장준원(34)씨는 “취업 준비에만 전념했던 적이 있었는데, 취업은 계속 안 되고 생활비는 벌어야 해서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며 "처음엔 배달 알바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벌써 2년 반째하고 있다”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하루 14시간씩 일한다. 밥 챙겨 먹을 시간이 아까워 끼니를 거르다 보니 이제 배고픈지도 모르겠다. 힘들긴 한데, 그래도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 당분간 이 일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min5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