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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사책을 읽고 편지를 쓰고 토론하라” 조회수 : 11660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올해도 "지식향연" 특강 나서


4월 9일 오후 5시,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신세계그룹의 '2015 지식향연'의 첫 행사가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연사로 나서 인문학적 사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인문학적 사고력을 키우고 싶다면, 역사책을 읽고 편지를 쓰고 일상적으로 토론해보세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대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4월 9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세상을 바꾼 영웅 나폴레옹'을 테마로 열린 '2015 지식향연' 특강을 통해서다.


올해 첫 행사인 이번 지식향연에는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이진우 포항공과대학 인문사회학부 이진우 석좌교수, 송동훈 문명탐험가 등이 참여해 청년들과 인문학적으로 사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 참가한 1000여명의 학생들은 연사들과 눈을 맞추며 열심히 집중했다.


본격적인 연사의 강연에 앞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참가 학생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염재호 총장은 “고려대가 일제강점기의 고난을 딛고 건립된 지 올해로 110년을 맞았다. 이렇게 기쁜 날 이곳에서 지식향연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어 기쁘다”며 “청년에게는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진정한 향연을 즐기는 청년영웅이라면 의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질문을 창피해하지마라”고 조언했다.


첫 순서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나섰다. 지난해 연세대에 이어 두 번째로 지식향연을 통해 청년들 앞에 선 정 부회장은 “안녕하셨어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정 부회장은 “교정을 둘러봤는데 확실히 사무실과는 공기가 다르더라. 신입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복학생쯤은 된 것 같다”며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저 때와 다르게 많이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이 지식향연이 정신없이 바쁜 대학생들이 일상을 잠시 멈추고 일상을 돌아보는 휴식시간이 돼주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용진 부회장의 특강 전문을 소개한다.


요즘 시대에 가장 두려운 건? ‘휴대전화 배터리 방전


지난 2014년 첫 지식향연을 10개 대학에서 열고 1만 명의 청년을 만났다. 그리고 인문학 캠프 역시 작년에 처음 열었는데 이때 만난 한 대학생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학생은 “요즘 학교에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얘기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인문학 캠프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모여 있더라.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논의하고 토의하고 글로 정의해보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삶을 의미 있게 채워 나가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듣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우리가 지금은 어떤 시대를 살고 있을까. 정보화 시대? 경제불황의 시대? 각자의 관심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저는 스마트폰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싶다. 요즘 시대에 가장 두려운 것은 ‘배터리 나가는 것’이 아닐까. 전 그야말로 패닉이 된다. 


농담 같이 한 말이지만 잘 생각해보라. 예전에는 약속을 할 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자’를 필수로 나눴다. 그런데 요즘은 일단 뭉뚱그려서 정한 뒤 나중에 통화한다. 예를 들어 ‘강남역에서 만나자’고 말한 뒤 일단 강남역으로 간다. 그런데 만약 강남역으로 가던 중에 배터리가 닳아버린다면? 게다가 애인과의 첫 데이트라면? 


그만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각종 스마트기기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물론 큰 축복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일을 쉽게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된 편리한 이 시대가 어떻게 보면 무섭기도 하다. 물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게 가능해졌지만 여기에 긍정적인 면만 있을까.


‘디지털 치매’란 빨간 경고등에 귀 기울여라


이 시간에는 축복이자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스마트폰 시대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사고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존재가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인간의 사고능력이 갈수록 퇴화되고 있다. 이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만든 스마트폰 때문이다.


2014년, 국립국어원에 의미심장한 단어가 등장했다. 바로 ‘디지털 치매증후군’이다.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해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감퇴되는 것을 말한다. 한 연인의 대화를 소개하겠다. 



A : 제가 오늘 핸드폰이 초기화됐습니다. 죄송하지만 누구시죠?

B : 헐 당신 여자친구요

A : 헐 대박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몇 개 정도 될까? 저도 피처폰을 쓸 때까지만 해도 70~80개는 늘 외우고 다녔다. 심지어 휴대전화 메모리 기능도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제 전화번호도 가끔 기억이 안 난다. 집전화번호도 모른다.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20년 전에 살던 집의 전화번호, 처음 썼던 휴대전화 번호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걸 보면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약해진 것은 아니다. 사람은 시간에 따라 기억력이 진화하기도 퇴화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억력이 쇠퇴되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다. 사람의 생각하는 힘은 기억이라고 부르는 정보의 집합에서 나온다. 따라서 기억이 퇴화됐다는 것은 생각하는 힘도 떨어졌다는 의미다. 더욱 안타까운 건 여러분이 디지털 치매증후군에 가장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치매란 떨어져 나간 기억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빨간 경고등'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결정장애'란 말도 들어봤을 것이다. 올리버 예게스가 오늘날의 20~30대를 분석하며 발표한 표현이다.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한다. 또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이 주어졌을 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 ‘No Thinking just Asking’.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도 검색하고 인터넷에 묻는다. 


요즘 배달앱이 많은데 일부 배달앱에 ‘아무거나’라는 버튼이 있다. 그날 가장 잘 팔리고 인기 있는 메뉴가 배달되는 건데,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선택을 스마트폰에게 맡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정장애가 정보의 과잉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직접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는 우리의 사고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충분히 주어진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 사고력을 가질 수 있다.


요즘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면 고민 없이 답을 내릴 수 있다. 여기에 길들여지면 우리의 사고력은 약화된다. 요즘 특히 우려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사고는 온 데 간 데 없고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간의 단편적 헐뜯기만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판적 사고의 사전적인 의미는 감정 또는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합리적으로 상황을 분석하는 사고과정이다. 즉 명백한 인과관계에 따라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비판적 사고를 해야만 우리는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이슈를 보는 우리의 사고는 고장난 것 같다.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말하기보다는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만을 주장하느라 평행선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또 논리 없이 단편적인 사실만 나열한 경우도 많다. 통계자료도 한 가지 주장을 위해 아전인수 격으로 활용된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데’ 익숙해지면 사고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스마트폰 역시 이런 편파적인 자료를 우리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면서 사고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한다. 어떤 정보의 맥락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렇게 읽는 게 아닌 보는 데 익숙해진 사람은 특정 집단과 개인의 목소리에 비판적 사고 없이 동조한다. 


사실 저도 스마트폰으로 검색도 많이 해봤고, 하고 있고 SNS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고 한다.


정말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SNS를 사용하는 것에는 신중하려고 한다. 짤막한 문장만으로 문장의 앞뒤를 살피는 건 쉽지 않다. 또 정리되지 않는 제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될까 봐도 조심스럽다. 우리 사회에 건강한 문제제기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리가 건강하게 사고해야 한다.


스마트폰 시대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기술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 한계를 극복하도록 돕는 이 시대의 축복을 제대로 누려보고자 드리는 말씀이다. 저 역시 스마트폰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깊이 있게 사고하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이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가 사고하는 능력을 지키고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우리가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몸을 만드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정신근육 역시 훈련을 통해 단련할 수 있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하겠다. 첫째,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글을 읽자. 여러분과 함께 먼저 노래를 들어보겠다. ‘Time to say goodbye’. 세계적인 테너로 손꼽히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다. 보첼리는 맹인이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시력 대신 하늘이 천상의 목소리를 내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장하기 전 그의 직업은 변호사였다. 법학을 전공해서 변호사가 되고 세계적인 성악가로 거듭나게 된 배경에는 타고난 재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부르는 성공의 이면에는 독서가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독서란 보는 것이 아닌 읽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통한 단편적인 정보는 이미지다. 눈으로만 읽는 것으로 보는 정보는 휘발성이 강하다. 이미지로만 남을 뿐 지식체계로 편입되지 않는다. 반면 보첼리의 독서는 '보기'가 아니라 '읽을 독'이다. 점자책을 통해 한자한자 공들여 읽은 법학이 그를 변호사로 만들었고, 고전을 접하면서 갖게 된 풍부한 감성이 그를 성악가로 만들었다고 스스로 말한다.


보첼리가 마음의 눈으로 법과 소리를 읽었듯이 눈이 아닌 집중된 머리로, 또 뜨거운 가슴으로 하는 독서를 하기를 강력히 권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와 문장을 해독하는 데서 나아가 문장의 숨어있는 맥락을 찾아내면서 지식체계를 봐야 한다. 그러면 이 지식체계는 내 지식으로 재구성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뇌가 단련을 받는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힘이 발달된다. 그게 바로 생각의 근육이다. 만약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다면 저는 역사책을 읽으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역사책을 읽어라 


역사책 속에는 문학과 철학이 공존한다. 역사적 인물들의 삶은 문학적이고 드라마틱한 서사로 가득하다. 역사에는 그 시대를 지배하던 철학이 있고 무엇보다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다. 역사의식을 사전에서 찾으면 어떤 사회 현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악할 수 있는 종합적 사고력이라고 말한다. 역사의식을 가지면 맥락을 통해 간단한 논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현실을 직시한다면 우리가 당면해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가 될 것이다.


최근에 저도 노력 중인데, 요즘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나 THAAD(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생소한 단어를 많이 봤을 것이다. 얼핏 보면, 당장 우리의 일상과는 무관한 이슈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러한 이슈 안에는 동북아의 급변하는 국제정세가 들어있다. 이는 우리가 풀어가야 할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숙제를 푸는 힌트는 바로 역사책에 있다.


최근 관심 있게 본 역사책을 소개해드리겠다. 첫째가 ‘병자호란’이라는 책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사대부들로 인해 참혹한 전쟁을 치러야 했던 이야기다. 당시 조선 사대부들은 실속없는 대의명분 때문에 현실적으로 절대 불리한 전쟁을 택했다. 하지만 대비는 전혀 하지 않았고, 그 대가는 정말 참혹했다. 보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60만명 이상이 죽었고 또 60만명 이상이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갔다. 당시 조선시대의 인구가 천만이었으니 인구의 6%가 끌려간 것이다. 굴욕의 역사다.


전쟁 중에만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혹시 환향녀라는 말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가 치욕을 당한 뒤 고향에 돌아오려고 했지만, 그들을 막은 건 청나라 군대가 아닌 조선의 군대였다. 청나라와의 계약관계 때문에 받지 않은 것이다. 또 뚫고 들어왔다고 해도 정조를 뻇겼다는 이유로 죄인취급을 받아야했다.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명분주의가 이 가여운 조선의 여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런데 이런 역사의 한 가운데에 눈에 띄는 인물이 나온다. 쓸데없는 명분으로 전쟁을 주장하는 가운데 홀로 맞선 이조판서 최명길이다.


명분과 겉치레보다는 국가의 존립과 백성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했다. 당시 최명길에 대한 사대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조선의 사대부 사회에서 그는 대의를 저버린 변절자로 통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역사는 그를 조선의 몰락을 막고 조선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한 큰 인물로 평가한다.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 안에는 조선 사대부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당대의 동북아흐름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최명길의 지혜가 녹아들어있다.


또 한 사람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중 북학파의 한 사람인 이희경이다. 국가를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배우자는 사상이다. 이 분이 쓴 책이 설수외사다. 수레, 선박, 농기구 등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선진문물을 소개하고 조선시대의 개혁을 피력한 책인데, 주인공 이희경과 지인이 나눈 재미있는 대화가 나온다.


이희경이 중국 가서 많이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자 그의 지인은 중국에는 도대체 왜 가느냐고 묻는다. 그때 이희경은 "다른 나라(일본)는 서로 교류하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으나 조선은 기술이 있는 장인을 천대시하는 사회 풍조로 몇 안 되는 장인마저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 기술이 낙후된 것이다. 청나라에서 기술을 속히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따른 이 지인의 두 번째 답이 걸작이다. "지금 중국은 명나라가 지배하던 때의 잘나가는 중국이 아니다. 오랑캐가 지배하는 현재의 청나라는 문명이 퇴화된 야만국가이다.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





정말 우스운 것은 이 사람은 중국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조선과 청나라는 왕복 2000km, 3개월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이희경은 이런 청나라는 5번이나 찾아가 기술을 배웠다. 그런데 한 번도 중국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단언하니 얼마나 어이가 없었겠는가.

 

혹시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런 대의명분에 사로잡혀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는 없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역사에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혜가 있다.


두 번째 조언은 글을 한 번 써보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인문학 사고의 과정이기도 하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신입생들에게 혹독한 글쓰기훈련을 필수로 이수하게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인 점은 교수가 글의 문장뿐 아니라 사고를 확장시켜 다시 고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의 관점을 한 번 더 성찰하고 타인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스스로의 논리를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글을 쓰라는 게 아니라 많은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쓰는 글이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다듬어 쓰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글 쓰는 게 어렵다면 우선 편지부터 도전하라. 이메일이 아닌 손 편지를 의미하는데, 저는 가끔 쓴다. 편지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와 감정을 공유한다. 그만큼 생각을 다듬어 쓰는 게 바로 편지이기 때문이다.


좋은 편지글을 소개한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한 청년이 무작정 독일의 시인 릴케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지다. 릴케는 정말 심사숙고해서 답을 했다. 그의 편지에는 비장함이 느껴질 정도로 진심이 담겨있다.



단 한 가지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 들어가 

당신에게 글을 쓰라 명령하는 

근원을 찾아보십시오.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뿌리를 뻗어 나오고 있는지 확인하고 

조용한 밤중에 이렇게 자문해 보십시오. 


글을 쓰기를 그만두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수 있는지

글을 쓰지 않으면 차라리 죽을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다면 

당신의 생애를 그 필연에 따라 만들어 가십시오.



세 번째, 일상적으로 토론하는 연습을 하라. 나와 다른 의견을 나누는 연습을 최대한 자주 해보자.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기에 익숙하지 않다. 토론은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고력 훈련이다. 말을 하면서 우리의 사고도 정교해진다. 말을 듣는 동안 우리의 논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토론을 통해 우리는 상대의 입장을 들으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해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CEO와 함께하는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토론할 기회가 생기는데 내용을 주의 깊게 듣다보면, 상대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잘 설명하는 말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달력이 있기 때문이다. 토론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의 의견도 존중할 때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진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훈련을 키워나가자. 인문학이 조금 낯설고 어렵겠지만, 이 인문학이란 결국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누군가와 교감하고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마무리하겠다. 오늘을 시작으로 해서 신세계그룹의 두 번째 지식향연이 막을 연다. 박수를 쳐 달라. 우리 청년들의 삶의 뿌리를 튼튼히 만들기 위해 기획된 이 지식향연은 전국 10개 대학에서 계속될 것이다.


또 보다 깊이 있게 인문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을 위해 수준 높은 인문학 캠프를 기획 중이다. 이중 2기 청년영웅단을 선발한다. 이들에게는 그랜드투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장차 우리 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들을 지속적으로 응원하고 지원할 생각이다.


이 인문학 중흥을 위한 이 시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값진 기회가 되길 바란다.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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