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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을 알면 기업문화가 보인다 조회수 : 9165
21세기는 기업 CSR의 최대 부흥기 대중들도 많은 관심 가졌으면

“요즘 취준생들이 이른바 ‘족보’라고 하는 기업 정보를 달달 외우더라고요. 사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이야말로 이 정보들의 집약체인데 말이에요. 심지어 CSR 활동을 보면 그 기업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거든요.”


지난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근처의 한 작은 커피숍에서 기업 CSR 컨설팅 전문업체 플랜엠(Plan M)의 김기룡 대표를 만났다. 그는 외부 미팅이 잡힐 때면 일부러 늘 이 곳으로 안내한다고 했다. 바로 맞은편에 외국계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있지만 벤처회사가 운영하는 곳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


2002년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현장에 뛰어들었다가 ‘남을 돕는’ 매력에 단단히 빠졌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대학생들부터 기업 CSR에 주목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의 관심이야말로 기업이 CSR을 추진하는 윤활유라는 것이다.



플랜엠의 김기룡 대표는 “기업의 CSR 활동 안에는 경영자의 마인드부터 기업 분위기까지 모두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허태혁 기자.



“SK그룹이 왜 울산에 1500여억을 들여 대공원을 지었을까요?” 훅 들어온 그의 질문에 순간 ‘SK에너지 공장이 울산에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려던 찰나였다. 


“선대회장 덕이죠.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옛 선경)은 이윤 환원 차 SK의 성장터전인 울산에 환경친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비단 SK뿐 아니에요. 인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교육봉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제가 ‘사회공헌이 기업정보의 집약체’라고 주장했던 이유죠.”


김 대표는 “기업 CSR은 주로 경영자의 지시에 의해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의 방향 역시 오너의 성향과 CSR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그는 “다양한 CSR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경영자의 성향이 혁신적이고 사회공헌활동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CSR’이라는 단어가 부각된 건 몇 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1980년대 IMF의 직격탄을 맞으며 국내의 CSR 산업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버렸다. 하지만 곧 IMF는 CSR을 부흥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기업들 사이에서 IMF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범정부 및 국민적 노력에 대한 보은의지가 생긴 거예요. 여기에 1989년 엑슨 모빌의 기름유출사건 등 기업발(發) 악재가 터지며 국민들도 기업에게 윤리의식을 요구하기 시작했죠. 이런 복합적 요인들이 CSR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게 된 거예요.”


1984년부터 지금까지 대표 사회공헌 슬로건으로 자리매김해 있는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프로젝트가 큰 공감을 얻기 시작한 것도 이 때였다. 그 뒤 교보생명 ‘교보다솜이 사회봉사단(2002년)’, 삼성증권 청소년경제교실(2005년) 등이 바통을 넘겨받으며 현재에 이르렀다.



김기룡 플랜엠 대표. 허태혁 기자.



이러한 CSR 붐은 사회공헌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김기룡 대표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장학금을 주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게 전부다면 최근에는 근본적인 치유에 앞장서고 있어요. 심리 치료가 대표적인 예죠. 특히 얼마 전,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욱 대중화되고 있죠. 저 역시 앞으로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직원모금기금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기업 안에서의 기부문화가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 


“예전에는 소위 ‘끝전 떼기’라고 해서 직원들의 월급 일부를 자동 공제해 의무적으로 기부한 게 다였다면 최근에는 직원 스스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어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직원이 생기다 보니 기부 방법도 다각화되고 있죠.” 


김기룡 대표는 기업의 CSR에 대한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컨설팅펌이 앞장 서 평가지표를 체계화 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한다. 기업들이 CSR 활동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건 결과를 점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얽혀있는 이해 당사자도 많기 때문에 그들의 성과를 모두 계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CSR 성과지표는 복잡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SR의 성과는 주로 현재나 미래의 시장 가치로 판단해요. 소년원의 아동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을 예로 든다면 소년원 출소 후의 평균 재범률을 10%로 놓았을 때 프로그램 실시 결과 줄어든 재범률만큼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죠.”


측정 방식 역시 다양하다. 기업과 실제 수혜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는지, 혹시 수혜자의 인권을 침해했는지 등 정성적인 부분까지 따져야 한다. 최근에는 대행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 기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지금 국내 CSR은 최대 부흥기에 접어들었어요. 기업의 의지와 프로그램의 다양화, 평가의 체계화까지 삼박자가 완전히 맞아떨어지고 있죠. 저 역시 기대하는 바가 커요. 이제 기업에게 CSR은 필수조건이 된 거예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