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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소기업의 ‘약 빤’ 채용공고 조회수 : 16469
‘약 빤 채용공고’ 해인커뮤니케이션
‘잘 생긴’ 최범우 채용팀장(경영지원부 사업기획팀장) 인터뷰

지원방법 ‘텔레파시’
담당업무 ‘단전호흡, R&B Soul, 이건 Overdose’
우대조건 ‘순대국 좋아하시는 분, 카레도 좋아하면 더 좋음’
살벌한 채용시장에 ‘아이스 브레이킹’ 역할로 호응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해인커뮤니케이션 근처 카페에서 최근 최범우 팀장을 만났다. 왼쪽부터 최범우 팀장과 김지우 기획영업팀 신입사원.
‘입사경쟁률 100대 1’
대기업 채용시즌이 한창인 요즘엔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숫자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쟁률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케팅컨설팅 업체 ‘해인커뮤니케이션’ 이야기다. 직원 수 40명의 중소기업인 이 회사의 최근 3개 채용공고 평균 경쟁률은 100대 1에 육박한다. 놀라긴 아직 이르다. 현재 모집 중인 마케팅 컨설턴트 직무는 공고(공고 바로가기 : twr.kr/4KlT) 게재 3일 만에 300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백 단위에 이른 건 불과 몇 주만의 일이다. 그 전까지 해인커뮤케이션은 일반 대중에게 알려질 일이 없었다. B2B 회사인 만큼 굳이 알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회사의 낮은 인지도가 발목을 잡을 때가 단 한 번 있었다. 바로 인력을 채용할 때였다.

“일주일 동안 지원자가 한 명도 없을 때도 허다했어요.” 직원 채용을 담당하는 경영지원부 사업기획팀의 최범우 팀장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듯 전문 채용사이트의 광고나 헤드헌터의 손을 빌리자니 비용이 아까워 저렴한 방법을 활용하다보니 매번 괜찮은 지원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고 말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빈 채용공고를 앞에 두고 대안을 고민하던 최 팀장은 불현듯 아무생각 없이 칸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평소 말하던 것처럼 유행어도 넣고 재미있는 말장난도 끄적였다. 그런데 그게 통했다.

‘기획팀장이 직접 올리는 기획운영팀 신입부하 모집공고’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우대사항도 참신하다. ‘마케팅 회사 인턴 친구를 두신 분’ ‘PPT 한 번이라도 켜 보신 분’ ‘도곡동 맛집 잘 아시는 분’. 심지어 ‘팀장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지원자’면 더욱 좋다.

채용은 ‘오디션’으로 표현한다. 절차에도 서류전형, 면접전형 외에 ‘슈퍼위크’가 포함된다. 자세한 문의는 ‘잘생긴’ 최범우 팀장에게 하면 된단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커뮤니티 사이트부터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최 팀장의 휴대전화도 각종 문의글로 수시로 벨소리가 울려댔다. 대부분 ‘이렇게 참신한 채용공고는 처음’이라며 ‘꼭 입사하고 싶으니 잘 봐달라’는 문자메시지였다. 그 뒤 회계관리, 마케팅컨설팅 등 잇따라 올린 채용공고는 이른바 ‘약 빤 공고 시리즈’가 됐다.

들어오는 자기소개서도 남달랐다. “지원자들 스스로 틀을 깨기 시작하더라고요. 라임을 맞춘 랩 자소서도 있었고, 예쁜 여성이랑 찍은 사진을 이력서에 첨부한 지원자도 있었죠. 여자친구인가 했는데 자소서 맨 마지막에 ‘개그맨이랑 찍은 건데 자랑하고 싶어서 붙여봤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무조건 웃긴 지원자를 뽑는 것은 아니다. 참신한 틀 안에서 회사가 원하는 직무역량을 캐치해 그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 슈퍼위크 역시 실제 노래나 춤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다. 최 팀장은 “안 그래도 슈퍼위크 관련 문의글이 쏟아지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본인의 끼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경영전략부서 임원이 참여하는 자소서 기반 일반 면접”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조언한 직무역량 강조는 ‘약 빤 채용공고 시리즈’의 첫 타자였던 기획운영 직군에 입사한 김지우 씨의 합격 전략이기도 했다. 김 씨는 독특한 우대사항 사이의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 한 줄을 발견하고 여기에 초점을 맞춘 몇 안 되는 지원자였다.


최 팀장은 “채용공고엔 잘생긴 최범우 팀장이라고 적었는데 기사가 나가고 지원율이 뚝 떨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저 역시 처음엔 막연히 공고가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독특한 점을 어필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어차피 함께 일할 실무 인력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고, 기획운영 업무인 만큼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을 부각했어요. 물론 친구가 걸그룹 댄스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조금 연습하긴 했지만요.”

김씨의 말처럼 입사 2주차인 그의 하루는 다른 회사의 신입사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근하자마자 고객사의 마케팅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맡은 프로젝트와 관련된 실무를 처리한다. “확실히 팀장님 덕에 팀 분위기는 좋아요. 재미있고요. 아직 회사가 도곡동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순대국 먹으러 가지는 못했어요. 맛있는 순대국집을 찾아봐야죠.”

다음 채용공고를 앞두고 밑천이 바닥나 걱정이 많다는 최 팀장은 요즘의 치솟는 인기(?)의 공을 아내에게 돌리고 싶단다. “제 글이 여기저기 번져 나가는 걸 보고 아내가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구직시장이란 게 워낙 차갑고 살 떨리는데, 제 덕에 아이스 브레이킹이 된 것 같다고요. 그런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일조를 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오는 26일까지 지원자를 받는 마케팅 컨설턴트 직군의 입사 팁도 들어봤다. 최 팀장은 “대인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컨설팅 문의가 들어왔을 때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마케팅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이해력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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