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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려면 예배 소감문 써와라” 조회수 : 5341

취준생 장 모씨는 지난주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한 모집공고에 지원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장씨의 눈에 들어 온 곳은 연봉 1800만원에 사무직을 채용한다는 한 웹호스팅업체였다. 괜찮겠다 싶어 이력서 란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던 중 장씨는 돌연 특이한 질문 앞에 멈춰야 했다. 종교를 물었던 것. 


정확히는 ‘기독교인인지’를 기입하도록 했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비기독교인’이라 답하고 나머지 칸을 채운 뒤 이력서를 제출했다.


이틀 뒤, 1차 서류전형 합격 통지와 함께 2차 질문지가 도착했다. 여기에는 간단한 적성검사와 함께 더욱 특이한 질문이 있었다. 신앙관 및 정치색을 물었던 것.


다시 이틀 뒤, 3차 질문지가 왔다. 자사 호스팅에 대한 테스트 및 마케팅 제안서에 이번엔 추가로 QT(성경공부)활동에 대해까지 적도록 했다. 3차 질문까지 받자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장씨는 인터넷에서 이 회사 이름을 검색해봤다. 


곧 장씨와 비슷한 사례자들이 남긴 글이 쏟아졌다. 알고 보니 이 회사는 선교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1차 서류전형에서 비기독교인이라고 응답한 지원자들에게만 2차 연락을 해 전도를 했던 것이다. 사례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4차 서류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듣고 소감문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이 곳은 네트워크 종사자 사이에선 이미 전도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장씨는 사무직 지원자였기에 이 사실을 몰랐던 것. 결국 장씨는 3차 질문에 대한 답은 보내지 않았다.



취업준비생을 금융사기나 종교 전도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료사진



취준생을 이용해 금융사기를 벌이는 현장이 속속 발각된 데 이어 최근 종교 단체까지 취준생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이 같은 취업사기는 주로 구인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업체가 구인사이트에 올린 공고를 본 지원자가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면 업체는 이 지원서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정보를 빼 가거나 장씨의 사례처럼 모객 수단으로 활용한다. 특히 전도 활동의 경우,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금융사기에 전도활동까지 취업준비생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 주요 구인사이트들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이트 관계자들은 대부분 “매일 올라오는 공고가 너무 많다보니 일일이 기업의 내부사정까지 파악해 걸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변한다.



취업준비생을 금융사기나 종교 전도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료사진



반면 일각에서는 일부 사건만으로 기독교 등 종교단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청년 신도들에게 실질적인 취업정보를 주는 교회도 많다는 입장이다.


서울 송파구 소재의 한 교회는 올 중순, 별도로 만든 인터넷선교팀이 교회 청년부 성도들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를 테마로 한 나눔 콘서트를 열었다. 취업컨설턴트와 기업 인사담당자 등을 초청해 취업세미나도 진행했다.


공무원, 교사 등 각종 고시준비생들이 많이 찾는 노량진의 강남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매주 일요일 취업 및 멘토링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담당자 및 벤처 대표들을 초청하는 행사로 14일까지 실시한다.


강남교회 관계자는 “고시생 등 평소에 젊은 층의 성도들이 많은 교회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이번 특강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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