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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창업 스타트업]쓰레기에 꽂힌 청년들 “쓰레기통으로 세상을 바꾼다” 조회수 : 4758

희한한 젊은이들이다. 나이는 20대 초반이나 중반이 대부분인데 속칭 요즘 잘나간다는 모바일 사업이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은 쓰레기통에 꽂혀 있다. 이들을 만나보면 더 기가 막히다. 앳돼 보이기까지 한데다 죄다 명문 대학의 전기전자공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이 쓰레기통 사업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쓰레기통만 생각한다는 이들은 이큐브랩이라는 실험실 같은 이름의 회사를 차렸다. 지난 11월 이큐브랩이 만든 쓰레기통이 세상에 나왔다.

길거리에서 무심코 영감을 얻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권순범 대표와 창업 멤버인 이성구(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이승재(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구종현(서울대 경영학과) 씨 등 3명은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 학교가 제각각인 이들이 만난 곳은 소셜 컨설팅 그룹(SCG)이라는 모임에서였다. 무료로 경영 자문을 해 주는 이 단체에서 만난 이들이 친해지게 된 동기가 재미있다.

“모두 취미가 비슷했어요. 맛집을 찾아가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어요. 주로 족발집과 곱창집을 찾아다녔죠.” 창업 멤버인 이성구 팀장의 설명이다. 이야기하다 보니 모두가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창업 아이디어는 권 대표가 냈다. 연세대 학생인 권 대표는 주로 신촌역과 강남역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작년 신촌역에 있는 쓰레기통을 보다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이 넘쳐서 너무 지저분해 보이더라고요.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고민했죠.”

그는 우선 쓰레기통 용량이 작아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했다. 쓰레기통 용량을 갑자기 늘릴 수 없으니 쓰레기 용량을 줄이는 게 해답이다. 여기에 그는 친환경과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를 대입했다.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정보기술(IT) 지식을 적용하니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멤버들의 의견을 물으니 모두가 찬성했다.

그런데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을 고안하고 기술 실현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이미 미국에 비슷한 제품이 나와 있었다. “압축 기술에서 차별점이 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처음 생각했던 대로 밀어붙이기로 했죠.”(권 대표)

작년 연말부터 본격적인 쓰레기통 고안 및 기술 실험을 시작한 이들은 올 7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을 설립할 즈음에 경사가 터졌다. 7월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유럽·코리아 비즈니스 아이디어 경진 대회에서 대상을 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그 뒤 영국문화원의 아시아 7개국 환경 개선 아이디어 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등 경사가 잇따랐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자본금이 1000만 원(대부분 권 대표의 돈)이 고작이었지만 각종 경진 대회 상금, 후원금 등을 합쳐 자본금이 1억 원으로 불었다.

이들이 만들고 있는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의 이름은 ‘스마트 빈’이다. 태양광을 동력으로 쓰레기 부피를 압축해 줄여주고 IT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솔루션을 결합한 제품이다. 쓰레기가 일정량 이상 차면 센서가 작동한다. 이때 쓰레기통 상부에서 400kg의 압력을 가하며 쓰레기 부피를 최대 5분의 1까지 압축하고 더 이상 압축이 안 될 정도로 쓰레기가 차면 빨간 불이 들어온다.

태양광을 동력으로 쓰레기 부피 압축

쓰레기를 5분의 1로 압축하기 때문에 같은 쓰레기통에 기존 용량 대비 쓰레기를 5배 정도 더 담을 수 있다. 각 구청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출동해야 할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 “수거 차량 운행 횟수가 10% 줄어들면 연간 약 1000톤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되며 서울시의 5000여 개 쓰레기통을 압축 쓰레기통으로 바꾸면 20% 이상 운행 횟수가 줄어듭니다. 이는 서울시에 나무 15만 그루를 심은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죠.” 이큐브랩은 현재 완성된 시제품으로 지자체 대상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시범 사업은 강남역에서 우선 시작된다.

태양광의 전력으로 바꾸고 이를 통해 쓰레기를 압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통신 기술이다. 센서가 제대로 작동해 이를 적시에 알려줘 수거 차량이 제때 오게 하는 것이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큐브랩은 KT의 3G 네트워크를 이용한다고 했다. 비용이 저렴한 와이파이 사용을 검토했지만 지역에 따른 차이 문제로 3G를 최종 택했다. 이 제품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특히 눈으로 보이는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하려면 IT 솔루션이 빈틈없이 작동해야 한다.

이 솔루션은 센서로 측정한 쓰레기 잔량과 작동 정보를 3G망을 통해 중앙 관리 서버로 전송한다. 전송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수거 주기와 최단 경로를 알려주는 등 담당자를 위한 종합 관리 솔루션이 제공된다. 담당자는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도 이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빈 한 대 가격은 150만~200만 원 선. 무슨 쓰레기통이 이렇게 비싼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서울 시내에서 쓰고 있는, 아무 기능이 없는 철제 쓰레기통도 대당 50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들이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운영비 절감 등의 효과로 설치 후 3년 내에 초기 비용을 바로 회수할 수 있습니다. 초기 구매 비용이 부담스러운 지자체 등을 위해 리스 등 다양한 구매 옵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이들은 지난해 겨울부터 서울 시내 철공소에서 직접 쓰레기통을 만들어 다양한 기술을 실험해 봤다.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사용하는 다양한 행태에 대한 자체 조사도 시행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인 권형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과 대학원 윤준식 씨 등이 합류해 초기 멤버 6명이 꾸려졌다.

현재 스마트 빈은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공장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추가 자금을 확보해 자체 생산 설비도 갖춰나갈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특허도 신청한 상태다. “우선 지자체와 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하지만 앞으로 아파트 단지 내, 회사 공장, 관광지, 시민공원, 골프장 및 리조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습니다.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효과가 큰데다 태양광을 이용해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많은 지자체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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