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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사회생활도 연애처럼″ 조회수 : 7601

박상진 삼성SDI 사장 특강

“스스로 그린라이트 켜는 열정적인 젊은이가 돼라”

10월 31일 부산 벡스코서 ‘열정락서 : 2014 아웃리치’ 연사로 나서


10월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열정락서 : 2014아웃리치에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연사로 나서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요즘 젊은 친구들이 ‘썸’을 타는 이유는 ‘내 거’라는 확신이 없을 때 쉽게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청춘입니다. 청춘은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만 있어도 괜찮습니다. 불확실함이 아닌 꿈과 썸 타길 바랍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지난달 31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열정락서 : 2014 아웃리치’의 연사로 나서 젊은이들에게 꿈에 대해 소개했다.

 

박 사장은 ‘젊은이에겐 열정이 중요하다’며 한 번 더 연애에 빗댔다. 그는 “요즘 연애할 때 쓰는 ‘그린라이트’는 원래 야구에서 발 빠른 주자가 주루코치 사인 없이 스스로 도루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며 “이 그린라이트를 다른 사람이 대신 켜주길 바라는 사람이 많은데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선수가 직접 판단하고 달리는 열정이 있어야 그린라이트의 성공확률도 높은 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 입사 후의 열정의 집약체로 박상진 사장은 BMW i8을 꼽았다. 박 사장은 “영화 ‘미션임파서블4’에서 주인공의 차로 등장한 BMW i8의 심장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들어있다”며 “직원들 모두가 열정을 불사른 결과”라고 말했다.


과감한 연애전략이 회사에도 필요해


요즘 친구들이야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지만 저희 때만 해도 좋아한다고 고백하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를 대놓고 못하고 빙빙 돌리느라 별별 문장을 다 동원했다. 저 역시 마음 표현이 서툴러 꽤나 고생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다. 여자친구가 미끄러운 곳에서 중심을 못 잡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초봄에 도봉산으로 데이트 계획을 잡았다. 그 전까지는 여자친구와 손 한번 제대로 못 잡아 봤는데 산이 미끄러우니까 여자친구가 먼저 덥석 손을 잡더라. 


심지어 내려올 때는 힘이 빠진 여자친구를 업고 내려왔다. 이것이 바로 저만의 연애 전략이었다. 자꾸 해달라고 조르기보다는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연애 전략이 기업에도 필요하다. ‘무조건 우리 제품이 최고입니다. 좋습니다. 사주세요’라고 조르기보다는 그 물건이 꼭 필요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제품을 선택하게 만들려면 우선 회사와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요즘이야 삼성이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지만 과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전 세계 공항에서 사용하는 카트에 삼성로고를 붙였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삼성 로고만 보면, ‘아~ 카트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게 됐다. ‘실패가 아니냐’고 묻겠지만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름 기억하기’가 소통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삼성’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이런 브랜드 마케팅에 회의적인 분위기도 있다. 막 삼성전자 마케팅 총괄을 담당했던 시절, 삼성의 슬로건을 ‘Samsung digital everyone’s invited’로 잡았더니 ‘초대하면 다 오는 거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삼성 최초로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그 때 주목한 것은 바로 루이비통과 샤넬이었다. 사람들이 왜 이런 패션 브랜드에 열광할까. 왜 루이비통 가방을, 샤넬 지갑을 그토록 갖고 싶어할까. 바로 희소성 때문이다. 품질 좋은 제품을 비싼 값에 제공하고, 같은 제품을 많이 만들지 않는 것. 이것이 명품 브랜드들의 전략 바로 ‘부띠끄의 원칙’이다.


여기에서 정답을 찾았다. 많이 만들어 많이 팔기에 급급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질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이런 노력들이 쌓여 30년 전에는 이름도 모르던 동양의 작은 나라, 그 안의 작은 기업이던 삼성이 눈부신 도약을 거쳐 지금은 전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이제 삼성은 믿고 쓰는 제품, 자랑스런 제품, 새롭고 특별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의 힘이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된 전략 없이 단순히 물건 팔기에 급급했다면 지금의 글로벌 기업 삼성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두려움을 떨치고 전략을 더하니 더욱 멋진 결과가 나타났다.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뀐 것이다.


삼성전자에서의 글로벌 비즈니스 노하우


여러분에게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매일 먹는 밥’처럼 자연스러운 단어일 것이다. ‘글로벌 인재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 문화를 익혀라’처럼 뉴스에서, 학교에서 매일 듣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실제로 이제는 어디에서나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글로벌이라고 하면 주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을 가리켰다. 하지만 진짜 글로벌은 언어를 넘어 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잘 아시겠지만 지금은 우리 문화가 한류라는 브랜드가 돼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들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 역시도 젊은 시절, 새로운 문화를 배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수출업을 담당했는데 업무 특성상 외국 고객들을 자주 만났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많이 낯설었다. 어떻게 하면 외국 고객들과 비즈니스를 잘 할 수 있을까 수 없이 고민했고 그들과 친구처럼 지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10월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열정락서 : 2014아웃리치에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연사로 나서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물론 이것도 처음에는 어려웠다. 나이 들어서는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은데,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고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다 보면, 신뢰가 쌓여 그들과 친구가 되고 비즈니스도 술술 풀리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저만의 비즈니스 미팅 노하우를 만들어 냈다. 미팅 시작 전 10분간 농담하는 것. 농담도 그냥 나오지는 않았다. 농담을 건네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 때부터 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미를 찾고 고유한 음식과 풍습, 운동을 공부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한식 마니아다. 간식도 누룽지를 끓여먹을 만큼 담백한 한식을 좋아한다. 서양음식은 느끼해서 입에 잘 맞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 나가서 김치에, 고추장에, 비빔밥만 먹을 수 있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식습관도 바꿔야 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덜 느끼한 조개 관자 요리였다. 처음 미국 가서 6개월 내내 관자만 먹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과 어울려야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다 보니 어느덧 그들이 먼저 저를 친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저 역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됐다. 와인의 맛을 알게 되고,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그들의 문화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이해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지고 중요한 비즈니스들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문화에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던 일들이다.


삼성전자 무선전략 마케팅팀장에서 삼성SDI 사장까지


누군가가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부터는 ‘삼성에 있는 한 최고경영자까지 가 보겠다’는 배짱 두둑한 꿈을 꾸며 회사에 다녔다. 지금이야, 정말로 대기업의 사장이 되었으니 이런 말을 해도 우습지 않겠지만,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에게는 사실 막막하고 잡히지 않는 꿈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 앞에 인생의 멘토로 설 수 있는 건 이 하나의 깨달음 덕분이 아닐까 싶다. ‘꿈은 하루 더하기 하루다’. 매일을 잘 사는 것이 꿈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빨리 깨달았다.

 

꿈을 향해 가는 하루하루가 항상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만해도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해서 매 순간이 힘들고 어려웠다. 상사에게 혼나고 좌절하고, 다음 날 또다시 혼나고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모두 제 꿈을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거름이 없으면 튼실한 열매가 열리지 않지 않나.


주저앉고 싶을 만큼 고되고 힘든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엔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일은 괜찮겠지’ ‘모두 내 꿈을 위한 거름이다’라고 말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앞으로 달려갈 힘이 생기더라. 이렇게 꿈을 향해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덧 ‘마케팅 전문가’가 돼 있었다. 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이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고 스스로도 마케팅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무선전략 마케팅팀장이 됐다. 열심히 즐긴 결과 기회가 온 것이다. 팀장이 되니 좀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 전문가지만 마케팅 한 분야만 고집하면 도태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R&D, 제조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경험과 지식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자 했고 미래를 스스로 준비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 결과, 무선사업부 전체를 책임지는 사업부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때 또 한 번 새로운 도전 기회가 왔다. 동남아 총괄 대표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 낯선나라였지만 역량을 집중한 결과, 동남아에서도 삼성이 1등으로 자리매김했다.


한창 업무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붙어 더 많은 일들을 잘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이번엔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로 발령이 났다. 좋은 기회인 걸 알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하지만 최고 경영자가 되겠다는 꿈을 멈출 수 없었기에 갑작스럽게 닥친 도전이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그 결과, 듀얼 화면을 활용한 셀카용 카메라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대세가 된 미러리스 카메라를 만들었다. 


과거의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부단히 노력한 결과 2010년,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 사업부 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사업 경영을 잘 했던 경험이 사장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사원의 작은 꿈이었지만 30년을 넘게 꿈을 향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더니 잡힐 것 같지 않던 꿈이 천천히 다가와 내 것이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꿈이 더 크게 빛날 수 있도록 매 순간 열정을 다했다. 그러다 보니, 저에게 또 다른 도전의 기회가 왔다. 미래 에너지 사업을 선도하는 삼성SDI의 사장이라는 기회가 온 것이다.

 

삼성SDI는 지금까지의 도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큰 도전이었다. 수십 년 동안 일했던 방식을 싹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저와 마찬가지로 삼성SDI 역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며 도전을 하고 있었다. 


과거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 미래지향적인 그린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그 결과, BMW 전기자동차 i3와 i8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삼성SDI가 독점 공급하게 됐고 그 배터리는 현재 양산 통도사 옆에 있는 삼성SDI 사업장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돌아보면 저 박상진은 늘 새로운 꿈을 향한 도전을 즐겨 왔다. 계속해서 도전하고, 꾸준히 노력해 온 덕에 어떠한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니 여러분, 속는 셈치고 한 번 믿어 보라.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만들고, 모래알이 모여 사막을 이루듯 열심히 사는 하루에 하루가 더해져 여러분의 '꿈'을 이룰 것이다.


한 가지 사업에 익숙해져 할만하다 싶으면 새로운 도전이 찾아오고, ‘이 정도면 여기서는 전문가다’라고 생각할 때쯤 또 다른 도전이 찾아와 힘든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고경영자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고 지금 이렇게 삼성SDI의 사장으로써 여러분 앞에 서게 됐다.


삼성SDI도 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클린에너지를 바탕으로 21세기 그린에너지 환경에 기여하고, 국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에너지 분야 세계 1위로 거듭나자는 원대한 꿈이다. 그 꿈이 이뤄질 것을 확신한다.


박상진 사장

소속: 삼성SDI

학력: 서울대학교 무역학 학사

경력: 2011.03 삼성SDI 사내이사

2011 제48회 무역의 날 은탑산업훈장

2010.12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2010.04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사장

2010.01 삼성디지털이미징 대표이사 사장

2009.02 삼성디지털이미징 대표이사 부사장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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