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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채용결산] 삼성, 20년 만의 서류부활… ‘고용디딤돌’ 첫 시행 조회수 : 17284

1월, 대기업 채용서류 반환제 시행

탈스펙 채용은 올해도 계속

인사담당자 갑질은 이제 그만





일부 기업의 최종면접이 마무리되면 올해 공채도 끝이 난다.


‘더 이상 달라질 게 있느냐’ 싶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채용시장에 변화는 있었다. 우선 삼성그룹이 1995년 폐지했던 서류전형을 20년 만에 사실상 부활시켰다. 어느덧 포화상태로 보였던 ‘탈스펙’ 채용기조도 공공기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도입에, 일부 사기업이 스펙을 배제한 오디션 전형인 '자기PR'을 추가로 시행하면서 더욱 확대됐다.


올 말에는 고용노동부가 ‘고용디딤돌’이라는 채용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기업의 협력사에서 일정기간 실습을 한 뒤 해당 회사에 취업하는 제도다.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은 2015년, 일 년간 채용시장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① 정초의 핫이슈 '채용서류 반환제 도입'


해가 막 바뀐 1월부터 새로운 소식이 들렸다. ‘대기업 채용서류 반환제 도입’이다.


고용노동부가 입사 서류 반환을 골자로 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을 올 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 법에 따르면 기업은 구직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14일 이내에 입사지원 서류를 돌려줘야 한다. 해당하는 서류는 대학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토익 성적표 원본 등이다. 대상 기업은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 공공기관, 국가 및 자치단체다.


시행 확정 직후인 올 초부터 삼성 등 대기업은 자사 채용사이트를 통해 이 내용을 안내했다. LG, 현대자동차 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제도를 이용한 구직자는 많지 않았다. 올 5월, 채용전문업체 인크루트가 구직자 및 직장인 97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절반이 안 되는 48%만이 ‘채용서류 반환제’를 알고 있었다.


실효성 역시 아직 물음표 상태다. 인크루트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채용서류 반환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11.4%에 그쳤다. 또 다른 취업포털인 사람인이 6월 기업 65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3.2%가 ‘채용서류 반환 요청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② 삼성, 20년 만의 서류전형 부활


삼성이 지난 9월, 하반기 3급 신입공채서 직무적합성평가를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서류전형의 부활’이라는 말도 나왔다.


직무적합성평가 대상은 주로 이공계열이었다. 삼성은 ‘이수교과목’ 란에서 4년간 수강한 과목 전부의 취득학점과 점수 재수강여부 심지어 수강시기가 정규학기인지 계절학기인지까지 표시하도록 했다.





이 기재란은 실제로 당락을 가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 인사팀은 지원자가 전공 관련 과목을 몇 학점 수강했는지, 기준 점수에 미달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평가했다. 계열사에 따라 직무 관련 자격증 보유 여부도 기준에 넣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인문계열은 가장 마지막 항목인 ‘직무에세이’로 갈랐다. 삼성의 한 계열사 채용담당자는 “1차 서류전형에서는 지원동기, 성장과정, 사회적 이슈 등 총 세 개 항목 중 앞의 두 항목을 위주로 평가했다”며 “사회적 이슈는 면접 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창의성 면접도 처음으로 시행했다. 당초 공지됐던 대로 ‘토론면접’에 가까웠다. 25~30분의 준비시간과 15~20의 문답시간으로 이뤄졌다. 면접을 보고 온 구직자들은 “주제가 전공과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전에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③ 열정만 갖고 오세요… ‘탈스펙 채용’


‘탈스펙 채용’ 기조는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됐다. 올 들어 새롭게 탈스펙 전형을 도입한 기업도 많았다.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스펙태클전형이라는 이름 아래 발표전형을 추가했다. 서류에서 이름·이메일·주소·연락처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직무 관련에세이만 제출토록 하고 대신 오디션이나 미션수행 같은 새로운 면접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이랜드리테일이 ‘E-스토리텔러전형’이라는 3분 오디션을 들고 나왔고 총 480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도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워너비 패셔니스타’라는 이름의 스펙타파 오디션 전형을 새로 추가했다. 학교, 전공, 학점, 어학성적 등 정량적 스펙 대신 에세이를 통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 바람은 공무원 채용에도 불었다. 인사혁신처가 올 초, 공무원 채용에 ‘스펙초월’ 방침을 전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준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 가중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지난 3월, 439명을 대상으로 ‘스펙 초월 채용으로 취업 부담감이 줄어들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10명중 8명에 달하는 79.7%가 ‘오히려 늘어났다’고 답했다. 


④ 착해지는 인사담당자


기업이 ‘슈퍼甲’으로 인식되던 흐름도 바뀌었다. 일부 기업의 채용논란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인사담당자에게 배려심이 중요한 덕목이 됐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은 지난 6월, 신입 S/W개발 최종 합격자에게 축하 선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입사를 포기한 지원자에게까지 선물을 발송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쿠팡 채용담당자는 이 지원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합격자를 위해 준비했던 선물이기 때문에 입사 불가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미리 준비한 선물을 취소하는 것보다 준비했던 마음만은 전달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해서 보내드린다”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채용 각 전형마다 구직자에게 친절히 안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한 채용담당자는 채용설명회 현장이나 취업 커뮤니티 등을 통해 구직자의 질문에 자상한 말투로 답해 큰 호응을 얻었다.


현대차 광고계열사 이노션은 이번 하반기 1차면접 지원자들에게 면접비 5만원과 함께 편지를 건넸다. 이 편지에는 “오늘 보여주신 열정과 의지로 도전한다면 세상 그 어떤 것도 이뤄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많지 않은 면접비지만 친구들과 소주 한 잔,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수그룹도 서류전형 결과를 발표하면서 불합격자에게 200자 원고지 약 세 장 분량의 메시지를 남겼다.


HR팀 채용담당자라고 밝힌 관계자는 “저 또한 취업준비생 시절 수차례 고배를 마셨었다. 당시 탈락문구의 붉은 색깔만으로도 당락을 맞출 수 있었던 정도라 긴 글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아 글을 쓰기 조심스럽다”라며 “보내주신 이야기 하나하나 정말 멋진 것이었다. 직접 뵙고 얘기 나누고 싶었지만 소수를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이해바란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사담당자의 노력에 대해 구직자들은 대체로 “진심으로 신경써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⑤ 인재 조기선발 ‘고용디딤돌’ 시행


정부는 최근 청년 구직자에게 직업 훈련부터 취업까지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고용디딤돌’을 본격 시행했다.


카카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는 SK, 삼성, 현대자동차 등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지원자 모집에 나섰다. 


롯데, KT, GS, 두산, 동부, 현대중공업, LG 등 7개 대기업과 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마사회, JDC, 석유공사, 한전원자력연료 등 7개 공공기관이 이르면 내년 초 추가로 프로그램 대상자를 뽑을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적용이 확정된(10월 30일 기준) 18개 사기업 및 공공기관 외에 추가로 활용 기업을 물색, 올 연말까지 3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단, 근무지는 이들 기업 본사가 아닌 협력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기업 간판만 건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일었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줄 알았던 일부 구직자가 크게 실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15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에 한해 지원할 수 있으며 이들에게는 프로그램 참여 기회와 더불어 월 평균 50만원의 실습비가 제공된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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