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32살 나이도,75번 광탈도,3.0학점도 '취업의 간절함' 막지 못했다 조회수 : 31875

한국남부발전의 신입사원 조권환 씨. 20살 고등학교 졸업후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막일부터 장사까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았다. 삶이 내 마음처럼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27살 뒤늦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공공기관 청년인턴이 한가닥 희망이었다. 2010년 나이 서른에 5개월간 공기업 청년인턴을 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꿈꿨다. 이것도 쉽지 않았다. 이듬해 공기업 청년인턴에 또 도전하였다. 정규직 채용에서 좌절을 맛봤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또 공기업 청년인턴을 했다. 인턴이었지만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10시까지 일하는 성실함을 보였다. 그래서 그는 ‘야근하는 인턴’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인턴,인턴 또 인턴을 거쳐 마침내 지난해말 한국남부발전 정규 신입사원 뱃지를 단 조 씨(33·한국산업기술대 전자공학)의 이야기다. 조 씨는 현재 신인천 남부발전소에서 가스터빈을 담당하고 있다.

취업의 벽 앞에서 일어선 또 다른 청년 김지수씨(32·건국대 경영)의 이야기다. 31살 나이, 75번 입사지원, 3점대 학점…. 스펙이 거의 없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그는 마침내 지난해 하반기 SK건설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9월 SK그룹의 채용설명회 ‘탤런트 페스티벌’에 선배자격으로 나와 특강까지 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숫자 세 개를 강당 앞 커다란 화면에 보여줬다.

“‘31’ SK건설에 지원했을 때 제 나이였어요. ‘75’ 지난해 하반기 제가 썼던 원서 숫자입니다. ‘3’ 저의 학점과 서류합격 숫자에요. 어때요? 저보다 더 무스펙이 있는 분 손들어 보세요?” 절망을 딛고 일어선 김 씨에겐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75번의 자소서를 썼지만 카피복사가 아닌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자소서를 썼다고 조언했다.

“SK 자소서를 쓰는 날 다른 기업의 불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마음속엔 눈물이 흘렀지만 그만 둘 수 없었습니다. 한번 써서 안 되면 또 다시 쓰는 거예요. 합격하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껏 정성껏 써 보는 겁니다. 결국 어떤 한 기업은 분명히 여러분을 알아봐 줄 거예요. SK가 저를 알아본 것처럼요.” 김 씨는 현재 SK건설에서 구매업무를 맡고 있다.




2013년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올 한해 동안 매주 한개 기업씩 순회하면서 110명의 신입사원들을 만났다. 높디높은 한국사회 취업문 앞에서 아픔과 고통을 딛고 일어선 ‘가슴 찡한 취업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각 기업의 대표급 신입사원이었지만 고스펙보다는 ‘취업에 성공할 수 밖에 없는 DNA’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오랜 고시생활로 어학점수도 없고 학점은 3점대 초반밖에 안됐지만 ‘실패를 통해 배운 3가지 지혜’로 면접관을 감동시킨 SK에너지 강다재 씨(31), 대학생활중 취업을 위해 13개의 자격증을 따고 ‘최다 회식 참석 인턴’이란 별명을 얻을만큼 성실을 다한 롯데마트 김인석 씨(27), 50여곳 기업서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의 아픔후 맥도날드서 바닥정신으로 입사 4년만에 점장이 된 배경서 씨(30), 카페베네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뉴욕 1호점 청년인턴의 기회를 잡은 김정훈 바리스타(26), 100번의 입사실패후 찾아온 단 한번의 인턴을 기회로 만든 aT 진태훈 씨(29)….

이밖에도 이루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었다. 20,30대 젊은 친구들이지만 단 한번 찾아온 기회를 붙잡은 간절함, 인턴이었음에도 정직원처럼 일하는 열정과 성실, 수없는 입사탈락에도 좌절하지 않는 끈기가 있었다. 그래서 잡인터뷰를 가는 날이면 항상 기대와 설렘이 있었다. 오늘은 또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 


입사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이들에게 다시 세밑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예상밖으로 업무로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세아상역 입사를 고대하여 스카웃 제의도 거절했다던 김시연 씨는 “너무 바빠 인터뷰에 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짧막하게 답했다.

올 1월 초에 만난 조권환 씨에게 전화를 걸자 “(시끄러운 기계음 너머로) 현장근무 중이라 이따 다시 전화를 드리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몇시간후 다시 전화를 건 그는 “3년전만해도 대기업·공기업은 특별한 사람이 다니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무스펙에 가까운 제가 합격했다면 누구든 취업할 수 있는 곳”이라며 취업준비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효성의 신입사원 이유현 씨는 나중에 이메일로 “저 역시 취업준비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면서 “사실 물리적인 차원에선 회사업무가 더 피곤하고 힘들지만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전했다.

정치학도였던 한화 이승현 씨는 “일을 배우고 때론 야근을 할때도 많다보니 최근 한국사회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조차 없다”면서 “주변 입사 친구들도 비슷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서수덕(코웨이)씨는 “직장생활은 산넘어 산”이라고 표현했다. 서 씨는 “업무와 자기계발 그리고 인간관계의 산이 있었다”면서 “초심이 흔들릴만큼 힘들때도 있었지만 취준생시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새내기 직장인으로 아쉬웠던 점과 소망도 물어봤다. 해외 휴가지에서 카톡을 보낸 우리투자증권 김태욱씨는 “쉼없이 달려왔더니 이런 달콤한 쉼을 얻을 수 있는게 직장”이라면서 “새해는 한국증시가 다시 도약해서 증권사 채용도 확 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화 이승현씨는 “열심히 배운다고 했는데 업무에서 아직도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면서 “선배들이 겪은 시간의 힘은 무시못함을 배운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새해엔 담배를 끊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LIG손해보험에서 법인영업을 하고 있는 김상훈 씨는 “입사전엔 뭐든지 열정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사실 입사해 보니 사람과 네트워크,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 등도 열정 못잖게 중요한 것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은 성실함이 그대로 실적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일요일이었지만 집에서 다음주 업무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서수덕씨는 “주말엔 잠만 자느라 부모님께 좀더 잘 해 드리지 못한게 아쉬웠다”며 “새해는 효도하는 딸이 되고 싶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취업준비생들을 위해선 ‘기죽지 말것’을 당부했다. 진태훈(aT) 씨는 “취업준비기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주변의 기대였다”면서 “그렇지만 친구의 ‘괜찮아, 잘 될거야, 힘내!’라는 격려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진 씨는 “동료 취준생끼리 격려해주고 힘을 주는 말을 자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현(효성)씨도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가 오기에 포기·좌절하지 않으면 꼭 기회는 언제든 올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조혜진(중소기업진흥공단)씨도 “ ‘너가 진정 가고 싶은 길’을 간다면 기업은 알아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생은 끝없는 계단’이란 말처럼 입사에 성공한 이들은 지금 또 다른 문턱을 넘기위해 매일매일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 넘어로 들려온 이들의 한결같은 말은 “아직도 업무에 서툴지만 지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였다.


 올해 4년제 대학 취업률은 55.6%(2013년 6월 1일 기준)다.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생 32만명에 취업재수·삼수생을 포함하면 약 50만명에 가까운 취업준비생중 수십만이 올해도 취업문 앞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내년 새롭게 취업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선배들의 DNA를 가슴에 새기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잡인터뷰 신입사원들이 세밑에 전하는 성공취업 노하우’를 기획했다. 새해에는 부디 ‘제2의 조권환·김지수·김인석·진태훈’이 쏟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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