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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무역인턴] ′미생 장그래′ 버금가는 상사 인턴기 조회수 : 5388

4월9일 수요일, 미국 뉴저지에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아메리카 법인, 철강부서 인턴을 시작하였다. 미국에서의 인턴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있었지만, 이런 기분도 잠시뿐이었다. 처음 대면하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또 처음 보는 내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주어도 어딘지 모르게 진지한 모습이 나를 억눌러왔다. ‘아, 이게 사회생활인가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앞날이 막막해 보였지만 인턴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어떻게 회사생활을 해야 할지에 대한 나의 자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도 잠시, 처음부터 내게 주어진 과제는 한반도 위기상황 고조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많은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이번만은 틀렸다.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진 페이지 수를 채워 작성하는 소위, 놀면서 할 수 있는 보고서와는 전혀 달랐다.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는 정확한 정보를 빠르고 신속하게 수집하며, 그 내용을 요약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었다. 처음에 이 보고서 작성에 대한 지시를 받았을 때, 어리둥절하다가 하루를 그냥 보내버렸다. 하루가 지나자 부장님께서 보고서 제출 압박을 주기 시작하시더니 급기야 재촉하기까지 하셨다. 이틀이 지나고 그 다음날 오전 중으로 보고서가 작성이 되어 제출할 수 있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도발이 진행되고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전쟁위기로 변화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우인터내셔널의 고객사인 자동차회사들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철강 공급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 신속하게 작성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대학과 다른 면이 있다면 사회생활은 스피드가 생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보고서 뿐만 아니라, 회사에 근무하면서 미국 철강산업에 대한 지식과 어떻게 미국회사들과의 비즈니스관계를 형성 및 유지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곁눈질로 배울 수 있었다.

첫째, 무역거래는 가격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수요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 공급자 입장에서는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팔고 싶은 것이 자연적인 이치이지만 이러한 공식은 무역거래에 있어서 1순위가 될 수 없었다. 중국을 대표적으로 관계(꽌시)가 중요한 나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처와의 친분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우 인터내셔널에서 철강원자재를 판매할 당시,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가격을 다운시키면서까지 ‘수요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상사의 모습을 봤다. 왜 저렇게 까지 가격을 낮춰서 거래를 진행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분명한 것은 거래라는 것은 단기간에 끝내려고 하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유지되는 관계로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역거래를 할 때, 수요자에게 받을 수 있는 ‘이익’ 돈보다는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처 또는 수요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가고 서로를 알아갈수록 상대방을 조금 더 배려해 줄 수 있는 여유(수익)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 수요가를 찾거나 공급선을 찾을 때,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생각은 한마디로 잘못된 생각이었다. 물건 한번 팔아보기 위해 열심히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냈지만 허사였다. 당연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공장에서 사용되는 철강원자재 수요에 대한 정보를 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전화나 이메일은 거래처와의 미팅을 잡기 위해서 사용될 뿐, 실제 비즈니스는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만날 때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팅을 통해 가격협상, 기술미팅 등 거래처가 사용하는 제품의 스펙과 수요를 알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장기간의 거래처 관계를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일정한 기간 동안 어떤 것을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은 지속적이고 적절한 ‘구애’ 를 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철강 관련 기사를 읽는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경제 단어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많은 회사들의 특정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철강뉴스를 접했을 땐, 너무 생소한 철강용어, 단위, 그리고 회사이름 때문에 흥미가 가지 않았지만 한 회사의 인수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최근 “T” 라는 철강회사가 “S”라는 철강서비스 센터를 인수하였다는 기사에 대해 보고서를 쓰게 되었고 T사가 진출하지 못한 지역을 S사를 통해 진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우리 회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의 철강을 구매하여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시황이 좋지 않은 요즘 구매한 철강을 공급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공급을 원활하게 해줄 수 있는 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즉 앞으로 대우인터내셔널도 T사처럼 공급 및 서비스 회사에 지분투자나 인수를 통해 강력한 공급고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역시, 부장님께서도 많은 부분 공감하고 계셨고 앞으로 그렇게 공급고리를 만들기 위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고 하셨다. 앞으로 더 열심히 철강뉴스를 보며 철강시장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우에서 일을 시작한 지는 한 달 반이 지나갔다. 회사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일을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직,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만한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나에겐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있고 더 공부 열심히 해서 나에게 주어질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즉, 행동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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