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삼성디스플레이 최마로 씨] 빛의 3원색 RGB컨셉으로 쓴 자소서에 면접관들 입이 떡~ 조회수 : 11535

  

▲삼성디스플레이 신입사원으로 올 7월 입사한 최마로 씨가 서울 서초동 삼성홍보관 ‘딜라이트’에서 포즈를 취했다. 색채전문가를 꿈꾸는 최씨는 자기소개서도 빛의 3원색인 ‘RGB 컨셉트’로 작성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Red-열정]끈기를 실험하기 위해 10㎞ 마라톤을 완주했고 자전거로 국토대장정에 올랐습니다. [Green-창의]창의적인 생각을 전공과 접목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Blue-신뢰]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미래를 삼성에서 만들고 싶습니다.”

 빛의 3원색인 RGB 컨셉트(적·녹·청)으로 쓴 자기소개서는 간결하고 명확했다. 실무 전문가로 구성된 채용 회사의 면접관들은 미소를 지었다. '음~ 색채의 기본을 아는 학생이군…. 이런 감각을 지닌 지원자라면 충분히 함께 일할 수 있겠어.'


 최마로 씨(28)는 올 상반기 삼성디스플레이 신입사원 합격자 발표날을 잊지 못한다. “대학교 도서관 복도에서 노트북으로 합격을 확인하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너무 기뻤거든요.” 그는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친구들과 얼싸안으며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재학 중 삼성 인턴 지원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셔야 했기에 그 기쁨은 두 배로 컸다.


 ‘2전 3기’ 끝에 삼성디스플레이에 올 7월 입사한 최씨를 최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서 만났다. 천안 사업장에서 입문교육과 현장실습을 받고 있는 그가 인터뷰를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지난 7월2일 공식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에스엘시디(S-LCD)를 통합해 세워진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이다.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최씨는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때까지 미술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져 그토록 좋아하던 미술학원을 그만뒀다. 이후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선택, 대학(포천 소재 대진대)도 공대(화학과)로 가면서 미술과의 인연은 점차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던 중 ‘색채과학의 전문가’인 박승옥 대진대 교수의 특강은 최씨를 공학과 색채학의 접목인 디스플레이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OLED는 어려운 기술이지만 삼성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고 디스플레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박 교수의 강의는 20대 청년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이후 최씨는 다니던 대진대를 조기졸업한 뒤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OLED 양산을 시작한 삼성디스플레이에 가고 싶었기에 편입생 3명을 뽑는 그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공부했어요.” 

   

 편입학 뒤에 최씨의 관심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였다.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를 어디에 응용할 수 있을까’ 항상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상상하던 최씨는 마침내 평소 관심이 많던 자동차에서 적용 분야를 찾게 됐다. ‘운전자 시야를 가리는 필러(유리창 틀)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대학 4학년 10월. 최씨는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는 전면 유리창의 필러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 운전자의 편의성을 개선한 아이디어로 삼성디스플레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기술활용 부문)을 받았다. 실용성과 시장성 부분에서 모두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취미가 사진찍기라 평소에 포토샵을 공부했어요. 그래서 그래픽도 혼자서 할 수 있었어요.” 공모전 자료 제출 때는 그래픽 디자인이 필요해 미대생과 공대생이 팀으로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최씨는 혼자 단독으로 기획하고 디자인해서 응모한 경우였다.


 함께 자리한 삼성디스플레이 김호정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공모전 입상 팁을 이야기했다. “우선 OLED 기술을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기존 디스플레이와 OLED에 대한 차이가 뭔지를 알아야 하지요. 그 다음 생각할 것은 시장성입니다. 아이디어는 참신한데 시장성이 없어서 수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최씨의 아이디어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데다 전 세계 수십억대 자동차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성도 충분히 있다는 설명이었다.


◆“간결함이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편입학을 한 최씨는 디스플레이학과의 전공 공부를 따라잡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여름방학에도 땀을 흘리면서 보충해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죠” 그래서 그런지 대학 후배들에게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전공과 관련 없는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 합니다. 입사하면 전공을 배울 기회가 많은데 학생 때는 그때 아니면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학점이나 스펙에 구애받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경험을 맘껏 했으면 해요.”


 그토록 바라던 회사에 입사해 좋겠다고 하자 그는 “막상 삼성에 입사를 하게 되니 몇 달 전만 해도 조언을 받던 입장이었는데 이젠 친구들에게 조언해주는 입장이 됐다”고 웃었다. 어떤 조언을 해주냐고 기자가 물었다. “디스플레이는 가능성이 무한해요. 평소 뉴스를 보고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꿈을 키우라고 말합니다.”


 문득 그가 지금까지 ‘색채’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군 제대 후 만난 글귀 ‘Less is more(간결할수록 더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가 제 삶의 모토가 됐어요. 이것저것 하기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집중하자고 생각했죠. 인생 계획을 좀 더 단순하고, 간결하게 세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에게 신입사원 교육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묻자 “신입사원이지만 최고경영자(CEO)처럼 생각하고 고민하라는 말이 가슴에 남았어요. 주인 의식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 결국은 성공한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였죠”라고 답했다. 우선은 맡은 직무를 책임감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기존 평판디스플레이(FPD) 분야를 넘어서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조심스레 포부를 이야기했다. 최씨는 현실에 발을 딛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젊은이였다.


나의 생각 Good B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