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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송인찬 서울메트로 동작승무사업소 기관사 “시민들의 편안한 발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조회수 : 12105

한 번의 쉼 없이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누구보다 늦게 하루를 마감하는 직업이 있다. 서울 수도권에 사는 시민들의 든든한 발이자 안전 교통수단인 지하철 기관사. 365일 언제나 빠르고 안전하게 승객들을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지하철 기관사의 직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2014 서울메트로 최우수기관사로 뽑혔는데, 소감은?

기관사를 시작하면서 최우수기관사가 목표였다. 서울메트로에 소속된 기관사가 914명인데, 그 중 최고의 우수기관사로 선정된 건 영광이다. 


-기관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1995년 12월 승무원(차장)으로 서울메트로에 입사했다. 승무원의 역할은 객실 내 방송이나 민원이 발생됐을 때 처리하는 일이다. 14년간 승무원을 해왔고, 5년 전부터  기관사 업무를 맡고 있다. 


-원래 보직변경이 자유롭나? 

서울메트로 기관사가 되기 위해서는 승무원으로 입사해야 한다. 승무원 경력을 쌓은 뒤 기관사가 될 수 있다. 보통 3~5년 이상 승무원 경력이 있어야 기관사 시험 기회가 주어진다. 기관사로 바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흔치 않다.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매년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충원 수요가 필요할 때 채용하기 때문에 일정하지 않다. 

 

-하루 일과는?

일반 직장인들과 조금 차이가 있다. 일반 근무는 오전 6시11분부터 밤 10시10분까지 출근이 55회로 나눠진다.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 출근하고, 9시간 40분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야간 근무도 병행한다.


현재 내가 속해 있는 동작승무사업소는 4호선을 구간별로 운행하고 있고, 보통 전·후반으로 시간 또는 거리로 나눠 근무하게 된다. 보통 하루에 150㎞를 운행하고, 오전에 3~4시간 근무하면 휴식 후 오후에 2~3시간 근무하는 형태다.


-기관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우선 신체가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사고 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판단력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입사 후에 내부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격증(제2종 전기차량운전면허)이 필수다.



-기관사가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기관사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열차의 맨 앞 운전석에서 혼자 근무를 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거나 때로는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혼자서 일하다 보니 남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내가 일의 주체가 되니 책임감도 높아지고 판단력도 빨라진다. 


-지하철 사고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실제로 사고를 겪은 적이 있나?

승무원으로 근무할 당시 사상 사고를 두 번 겪었다. 당시 회현역으로 열차가 들어가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뛰어 내렸다. 열차를 후진해서 사고현장을 보니 뛰어든 사람의 몸이 두 동강 나있더라. 아직도 회현역만 지나가면 그때 생각이 난다. 정신적으로 회복은 됐지만, 종종 사고를 접하고 트라우마로 남게 되면 다른 곳으로 보직변경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기관사들의 우울증을 줄이기 위한 예방책이 있다면?

기관사들은 보통 2~3시간 근무하고 휴식시간을 갖는데 탁구, 독서, 기타 연주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휴식시간에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거나 악기 연주에 집중하다 보면 우울증에 효과도 있고 일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고객들의 민원은 어떤 것들이 많나?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틀어달라거나 겨울철에는 난방을 요청하는 민원이 가장 많다. 대구지하철 사고 이후 승객이 열차 안에서 승무원에게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승객들이 서비스센터로 연락하거나 문자를 주면 30초에서 1분 내로 반영된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도 많을 텐데.

승무원으로 배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고개역에서 장애인 두 명이 탄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 쯤 돼 보이는 정신지체아였는데, 자기 집을 모르겠다고 하더라. 목에 명찰이 걸려있는 걸 보고 집으로 전화했더니 아이 엄마는 맹인이었다.


그래서 대방역까지만 아이를 데려다주면 집을 찾아올 수 있다는 아이 엄마의 말에 관제에 보고하고 서울역에 공익요원을 배치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 아이가 돈도 없다고 해서 택시비를 쥐어줬다. 그날 저녁에 그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너무 고맙다며 몇 번이고 인사를 하더라. 그때 이 일을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에서 가끔 재치 있는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던데.

승무원으로 근무할 땐 다른 승무원들이 안하는 멘트를 하기로 유명했다.(웃음) 예를 들어 비오는 날은 “우산 챙기고 내리십시오”라고 하거나, 눈 오는 날엔 “내리실 때 할머니, 할아버지 팔짱 끼셔도 혼 안내십니다”라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가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재미있다고 사탕을 넣어주시거나 칭찬민원을 넣어주시기도 할 때면 뿌듯하다.


-직업으로서 기관사의 장단점을 꼽자면?

장점은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반면 단점은 조금 외롭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점이 훨씬 많다.


-연봉은?

현재 근무한 지 20년 정도 됐는데, 6000만원 정도다.


-간혹 시민들에게 ‘지옥철’로 불리기도 하는데.

아마 출·퇴근 시간에 이용하는 분들의 말이 아닐까 싶다.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돼 있고, 출·퇴근 시간에 이용 빈도수가 워낙 많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같은 직장인으로서 이해가 된다. 그래도 내가 운전하는 열차에서만큼은 승객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의무를 충실히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하철에 달걀을 놓았을 때 깨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제동으로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관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그릇이 있듯, 자신에게 맞는 꿈을 찾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사회는 자격증이나 기본 스펙을 원하는 곳이 많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글 강홍민 기자(khm@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