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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오투잡] 대학생 CEO ‘오투잡’ 최병욱 대표 인터뷰 조회수 : 10915

‘재능공유’ 오투잡 최병욱 대표 인터뷰


2015년 트렌드 중 하나로 ‘공유경제’가 떠오르고 있다. 재능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편의도 찾고 나아가 사회 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의미다. 공유경제는 2008년 하버드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단어를 만든 후 유럽 전역에 퍼진 데 이어 올해는 우리나라까지 강타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재능을 사고파는 장이 곳곳에 퍼지고 있다. 오투잡도 그 중 하나다. ‘OH! Two JOB(두번째 일)’이라는 의미의 이 온라인 웹사이트는 한 대학생의 머리에서 나왔다. 당시 27세였던 청년이 손수 일군 홈페이지에는 현재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 대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기업인까지 고객으로 방문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사당동의 오투잡 사무실에서 최병욱 대표(29)를 만났다. 최 대표가 설립한 오투잡의 월 거래액은 현재 1억이 조금 넘는다. 이 중 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20%. 여기에 인건비며 기타 유지비용을 제하더라도 오투잡은 매달 흑자를 기록 중이다.


20대의 끝자락이지만 그는 엄밀히 말하면 아직 대학생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에 적을 두고 졸업을 하지 않은 상태. 대학생인 그가 CEO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창업 초기 단계부터 함께 해 온 오투잡 직원들. 왼쪽 아래가 최병욱 대표. 이도희 기자



우연히 창업했지만 지원금은 두둑


최병욱 대표가 오투잡을 처음 만든 데는 한 온라인 카페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한 친한 형이 소개해 준 이 카페는 현재의 오투잡과 비슷하게 디자인 로고부터, 심부름, 목소리까지 개인의 재능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이 카페를 홈페이지의 형태로 재구성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신뢰성 때문이었어요. 카페에서 돈을 주고받는 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웹사이트를 개설하면서 무엇보다 안전거래에 역점을 두고자 했어요.”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자본도 필요했다. 기초자본은 외부 투자를 통해 충당했다. 우선 정부 지원금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 이 돈 중 일부로 커뮤니티 사이트에 광고를 했는데 광고를 통해 그의 아이디어를 접한 한 IT업체 대표가 추가 지원금까지 선뜻 내놓았다.


“창업에는 자본도 중요한데 우연한 계기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때 받은 지원금은 거의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했죠. 하지만 유가 마케팅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없어서 몇 안 되는 직원들이 그야말로 막노동 홍보에 투입됐어요. 포털사이트 검색에 걸리도록 블로그, 카페, 웹문서 등 형태를 안 가리고 글을 올려댄 거죠. 10%의 가능성이라도 건져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경쟁력


하지만 그가 사이트를 개설한 직후 비슷한 형태의 경쟁사들도 잇달아 생겨났다. 그는 ‘인터페이스’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즉 사용자가 최대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로그인 기록, 잔여 금액 등 필수 버튼을 만드는 단순한 것에서 나아가 카테고리 순서나 세부 버튼 배치도 최대한 쉽게 바꿨다. 그를 포함한 직원들의 계속된 아이디어와 함께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였다. 


최 대표는 현재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매출이 적자도 아니고 지원 받은 투자금 잔고도 넉넉하지만 그가 이렇게 ‘타이트’하게 일하는 이유는 일에서 순수한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런 그가 아직까지 기억하는 뿌듯한 순간이 있다.


“한 유명 연예인 트레이너가 개인 헬스장을 오픈하기 전에 저희 사이트에 방문해서 네이밍부터 홈페이지 제작까지 모두를 의뢰했어요. 이 분은 실제 저희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구매했고 이후에 이 헬스장을 갔더니 인테리어 전부가 저희 판매자의 상품이더라고요. 매우 뿌듯했죠.”


이 외에도 그 자신도 모르는 새에 주변 사람들이 그의 웹사이트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후기를 나중에 듣게 될 때마다 그는 무보수로 일하면서도 행복하다고 했다.


가끔은 취업 생각도… 하지만 창업에서 보람느껴


하지만 어느덧 그의 나이 서른. 취업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이런 의문을 무색케 하듯 그는 한참 인터뷰가 진행되던 테이블 한켠의 화분을 보여줬다. ‘메리크리스마스, 엄마가’. 그의 아이디어와 사업을 지지하는 어머니가 손수 보내주신 격려의 선물이었다.


현재 그의 사업에는 여동생인 최리라 씨도 함께하고 있다. 그만큼 최 대표는 가족들의 힘이 컸다고 말한다. 


“전 원래부터 취업보다는 창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물론 가끔은 안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을 꿈꾸기도 하지만 지금 이 일에 제 적성에 훨씬 잘 맞아요. 다행히 부모님도 격려해주시고요.”


현재 오투잡은 신규 디자이너를 채용 중이다. 그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물론 포트폴리오도 중요하고 저희 서비스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도 봐요. 하지만 무엇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인 만큼 저희와 잘 맞는 분이면 좋겠어요. 직원들 전부 착하고 입사 후에 과자나 컵라면도 무한대로 제공되니 이보다 좋은 복지가 없겠죠. 얼마 전에 구입한 고급 안마 의자도 있답니다.”


다만 한 가지, 오투잡에 입사하려면 만화 원피스의 캐릭터 이름 하나쯤은 필요할지 모른다. 선장 ‘루피’ 최 대표를 시작으로 쵸파, 나미 등 직원들은 다들 본인의 성향에 맞는 캐릭터 이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대기업을 보면 영어 이름처럼 독특한 호칭을 사용하더라고요. 저희는 어떻게 부를까하다가 원피스의 도전정신을 본받자는 의미로 이 만화 캐릭터를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함께 원피스호에 오를 지원자는 언제든 문을 두드려 주세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