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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5人]″영어로 구매·판매·AS까지…MD는 ′뭐든 다하는′ 멀티플레이어″ 조회수 : 20792

롯데백화점 5人에게 듣는다…글로벌 전문가 되려면


'바닥 청소~창고 정리' 매장 알바 통해 직무 이해

"MD 하고싶다" 무턱대고 전화걸 수 있는 용기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서 롯데백화점의 글로벌 사업 5인방을 만났다. 왼쪽부터 오혁, 정연진, 정세련, 정숙영, 윤병진 씨.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영어 능통, 영어·중국어 능통, 영어·중국어·태국어 능통….’


인터뷰를 위해 만난 롯데백화점 글로벌사업 담당자들의 프로필이다. 국내파로 영어·중국어·태국어 등 3개국어를 구사하는 정세련 씨(29)는 최근 일본어까지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공채 72기로 세련씨와 입사동기인 오혁 씨(32)는 중국 베이징대 출신으로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한다. 해외패션 CMD(선임머천다이저·상품기획자) 윤병진 씨(44)는 미국에서 마케팅을 배웠다. 병진씨는 3년6개월의 중국주재원 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지금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국내 입점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글로벌패션(GF) 부문 5개 해외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는 정연진 씨(41)는 “MD에게 영어는 소통을 위한 기본도구”라고 강조했다.


GF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과 홍보 기획을 맡고 있는 정숙영 씨(38)는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고 글로벌 패션 트렌드와 각국 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글로벌 사업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이들 ‘5인방’을 최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서 만났다. 이들은 롯데백화점의 해외점포 개발과 지원, 국내 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브랜드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숙영씨는 “정연진 MD팀장이 해외 브랜드를 가지고 오면 윤병진 CMD는 백화점 매장에 입점시키고, 저는 그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프로모션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글로벌 패션 일을 하게 됐나.



▷정세련=대학 3학년 때 백화점 매장 아르바이트를 했다. 매장과 피팅룸 청소부터 창고 정리, 판매까지 매니저가 시키는 대로 일했다. 백화점의 화려함 뒤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공채 입사 후 층별 관리자로 일하면서 매장 아르바이트생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직접 겪어본 일이기에 가능했다.


▷정연진=도서관학과를 나왔지만 패션MD를 하고 싶어 유학을 통해 다시 공부했다. 유학 후 당시 패션잡지에 나온 브랜드 가운데 가고 싶은 곳에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다. 스위스 브랜드 발리에서 MD로 시작했다. 판로를 찾으려고 안면 몰수하고 입점을 위해 신발이 닳도록 뛰었다.


▷정숙영=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 인턴에 지원하면서 마케터의 길을 걸었다. 랑콤 브랜드의 시장·수요 조사, 고객 분석, 론칭, 홍보 등을 보조하면서 업무 이해도를 높였다. 이후 스위스 시계회사인 스와치, 샤넬 등에서 줄곧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오혁=중국 점포 MD업무를 맡고 있다. 국내 중국 고객들의 소비 아이템을 분석해 현지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해외 현지 매장 개점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현재 한국 델리 브랜드인 ‘모찌’ 매장을 중국에 여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백화점 패션MD가 하는 일은 뭔가.


▷연진=패션업계에서 MD는 ‘뭐든지 다 한다’는 말이 있다. 해외상품 구매, 상품입고, 판매까지 상품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책임져야 한다. 트렌드 분석을 통한 바잉(buying)은 물론 입고까지 본사와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입고 후 매장을 열기 전에 직접 상품박스를 풀고 세팅·판매·재고관리와 고객 불만까지 처리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다.


▶많은 여대생이 마케터를 꿈꾼다.


▷숙영=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특정 제품을 대중에게 홍보하는 활동이다. 관심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나 인턴, 파트타임 경험을 통해 직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자신의 흥미를 찾을 수도 있다.


▶일하면서 경험한 에피소드는.


▷연진=첫째를 낳고 한 달 만에 밀라노 출장을 갔다. 당시 수십억원짜리 상품 구매를 주니어MD에게 맡기는 것이 불안해 회사에서 말렸는데도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다행히 구매계약은 순조로웠다. 둘째를 낳을 땐 더 심했다. 전날 야근한 뒤 밤을 새워 분석하고 아침에 낌새가 느껴져 직접 운전해 병원에 갔더니 양수가 터졌다고 하더라. ‘일에 미쳐 살았던 30대’였다.


▷숙영=마케터에겐 ‘아픈 손가락’이 하나씩 있다. 경쟁 브랜드보다 우수했지만 마케팅 전략의 오판으로 제대로 포지셔닝이 되지 않은 경우다. 올해 한 잡화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 이탈리아 본사 및 국내 마케팅 담당자들과 협의해 시즌소개 행사를 기획했는데, 그게 하루 만에 온라인에만 관련 기사가 600개 이상 소개되는 등 홍보 기록을 세웠다.


▶업무를 위한 자기계발은.

 

▷세련=중국 매장에서 일어나는 이슈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임원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여러 가능성을 감안해 사건의 핵심을 꿰뚫는 보고서를 만들려고 한다. 방대한 자료를 목적에 맞게 취사선택해 논리를 세우는 연습을 한다. 중국 비즈니스에 관한 책과 현지 신문을 읽으면서 업무지식을 쌓고 있다.


▷연진=MD에게 외국어는 기본이다. 또한 상품과 고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위해 엑셀 능력도 필요하다. MD는 자료를 가공하고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