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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해설가] “게임이 좋다고? 먼저‘인생리그’에서 승리하자!” 조회수 : 4700

‘게임(방송)해설가’. 한국직업사전 소개에 따르면 ‘중계할 경기에 대한 스케줄을 체크하고, 경기에 쓰일 맵과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직업을 말한다. 또한 ‘게임캐스터와 함께 리허설을 실시하고, 경기 중 상황 및 각종 통계자료를 시청자에게 설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야구나 축구 해설에도 명선수 출신이 각광을 받는 요즘,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LOL) 게임에서 이름깨나 날렸던 선수가 해설가로 돌아왔다. ‘클라우드 템플러’, 일명 ‘클템’으로 더 유명한 이현우 씨다.



이현우 해설가는 최근 결혼식을 올렸다. 그래서 LOL계에서는 그를 ‘승리자’로 부르기도 한단다. 그는 결혼하고 나서 여성팬들이 많이 줄어서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경기장 안팎에는 그를 반가워하는 여성팬들이 적지 않았다. 방송용 수트를 멋지게 차려입고 팬들에게 수줍게 인사하는 그를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만났다.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달변이었어요. 특별히 노력을 한 게 있나요?
게임해설가로 활동하는 지금도 말을 잘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친절하고 꼼꼼히 해설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것뿐이에요. 사실 저는 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어요. 초등학생 때 말을 조금 더듬는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중학교 때부터는 일부러 발표도 나서서 하고, 랩도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러니 말이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 다행이긴 하지만,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늘 노력하고 있어요.


게임의 길로 들어선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좋아했어요. 여섯 살 때부터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바둑을 뒀지요. 침착한 수읽기 싸움이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그 후엔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LOL도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잘 한 것은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뭘 하나 하면, 잠을 자지 않고 몰입하는 경향이 있는데 LOL도 그런 것 중의 하나였어요. 많이 해봐서 잘 하는 케이스라고 할까요? 게임 랭킹 상위에 제 이름이 줄곧 올라 있었는데, 어느 날 제의가 들어왔어요. 프로게이머 해볼 생각 없냐고요. 그때는 한국에 LOL이 들어오기도 전이어서 고민을 좀 했는데, 자신감이 있었어요. 한국에서 성공할 게임이라는 판단도 들었고요. 그래서 뛰어들었죠.


게임해설가라는 직업, 해보니 어떤가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직업만큼 좋은 직업이 없을 거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거잖아요. 하지만 e스포츠 분야가 안정적이라고 할 순 없어요. 잘 해야 살아남는 거죠. 더군다나 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 즉각적이고 직설적인 평가를 받는 게임해설가는 노력의 정도가 눈에 확 띄어요. 조금이라도 노력을 게을리 하면 바로 경고등이 켜질 수 있는 직업군이에요. 그래서 선수 때 못지않게 게임에 많은 시간을 들여요. 하루에 5시간 정도는 게임을 하고, 7시간 정도는 게임을 분석하죠. 게임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보통 ‘올빼미 과’인데 저도 오전 6시쯤 잠들어서 11시에 일어나는 편이에요.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라서 즐거워요.



프로게이머를 거치지 않으면 게임해설가가 되기 힘든가요? 
선수 경력이 있는 게 게임 해설가를 하기에 훨씬 수월하긴 할 거예요. 직접 겪어본 사람이 아무래도 게임을 보는 눈이 깊을 테니까요. 게임에 지고 있을 때 ‘이렇게 하면 이긴다’라는 것을 몸으로 알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어요. 하지만 비선수 출신에게 해설가의 길이 열리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틀에 박힌 경기 운영 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시각으로 경기를 분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게임에 대한 진심어린 열정이겠죠.


프로게이머의 삶과 게임해설가의 그것, 어떻게 다른가요?
선수는 게임이 하기 싫을 때에도 숙소에 있어야 해요. 그게 실력을 향상시켜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죠. 하지만 게임 해설은 온전히 본인의 재량에 달려 있어요. 해설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아도 해설을 할 수는 있어요. 누가 뭐라고도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런 자세는 본인은 물론 게임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치는 행위일 거예요. 자유로운 만큼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요. 게임 해설이 어려운 것은 목표나 목적의식을 스스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e스포츠에 대한 전망과 앞으로의 계획은?
e스포츠 산업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우리나라 LOL리그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리그가 됐어요. 게임 자체도 발전하고 덩달아 관련 산업도 발전하는 것이죠. 문제는 거기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닐까요? 시쳇말로 ‘내가 하는 게임이 망해도 난 내 능력으로 다른 걸 또 잘 할 수 있어!’라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앞으로 LOL 해설계에서 재미와 깊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1인자가 되고 싶어요.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게 제 목표고, 반드시 이룰 거예요.


게임해설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모든 걸 내던지고 게임으로 뛰어드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만큼 게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일단 대학에는 진학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게임에 자신의 노력을 후회 없이 쏟아 붓는 것은 멋있는 일이지만, 게임이 내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 때 혹은 게임에 올인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상황을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말이에요. 게임업계는 참 변수가 많거든요. 어중간하게 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되어선 곤란해요. 하지만 게임해설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근성 있는 자세로 진지하게 임했으면 좋겠어요. 게임을 ‘게임(오락)’으로만 대하면 장기적인 계획이 서지 않고 결국 남들보다 뒤처지게 될 거예요. LOL리그에서 승리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인생리그’에서 승리하길 바라요.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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