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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손가락으로 통화부터 데이터 전송까지… ‘진동’ 기술의 혁신이죠” 조회수 : 2308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Lab)’ 1호 스타트업, 손가락만 귀에 대면 통화가 가능한 ‘손끝 통화’ 기술 개발사 등. 이놈들연구소(Innomdle Lab)에게 지난 4년여 간 따라 붙은 수식어들은 화려하다면 화려했다. 하지만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는 “이제 막 ‘준비운동’을 마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노베이션 메들리(Innovation Medley)’라는 뜻의 기업명처럼, 기술로서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가기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놈들연구소의 ‘손끝 통화’ 기술은 손목에 밴드형 구동장치 ‘시그널(sgnl)’을 차고 손가락을 귀에 대면 통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손가락 끝이 스피커가 되는 셈이다. 블루투스를 통해 이 기기를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하고, 이어폰과 같은 별도의 음향 장비 없이 귀에 손가락만 갖다 대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그널’은 언뜻 보기에는 일반 시곗줄과 다를 바 없지만, ‘인체전도 유닛’이 탑재돼 있어 상대방이 보내는 음성신호를 진동으로 바꿔 증폭시키고, 이를 손목에서 손가락 끝까지 전달한다. 이 진동은 손가락을 귀에 대면 귓속 공기와 만나 소리로 바뀌어 들리게 된다. 핵심 기술은 소리 진동을 손목부터 손가락까지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소리 진동은 사람의 몸을 지나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아지지만, 이놈들연구소의 기술은 소리 진동을 증폭하고 복원해 손가락 끝으로도 들을 수 있게 한다.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스타트업 전시회 ‘비바 테크’에서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혁신상을 수상했고, 그해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국제가전박람회 ‘IFA 2018’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지난달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의 스타트업 경연 대회 ‘피치앳팰리스 코리아(Pitch@Palace Korea) 1.0’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서 독립 후 전 세계의 호응… 제품 개발 과정서 우여곡절도 

최 대표가 창업을 한 건 4년 전이다.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그는 2014년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에서 신체를 통해 음성신호가 전달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 최우수상을 받았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후, 삼성전자가 2015년 9월 최초로 3개의 기업을 스핀오프(분사)하며 이놈들연구소는 ‘손끝 통화’ 기술로 삼성에서 독립했다. 


분사 후 자리를 잡기까지도 삼성전자의 지원이 힘이 됐다. 삼성전자는 첫 투자자가 돼 초기 자금을 지원했고,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실험 장비들도 1년간 무상으로 빌려줬다. 최 대표는 “일반적인 창업이라면 조금 더 망설였을 수 있지만 C-랩이라는 제도를 통해 삼성전자 내부에서 상당기간 기술개발을 진행했고,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내부에서 수차례 사업성 검토를 받았다”며 “무엇보다 함께 연구·개발을 했던 동료와 창업을 할 수 있어서 의지와 믿음을 가지고 창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끝 통화’ 기술은 전 세계에서 통했다.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와 인디고고를 통해 총 1만 5000명이 제품을 선주문 했다. 주문 금액은 220만 달러(약 24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DT캐피털, 촹예방 등 중국의 유명 벤처캐피털(VC)로부터 연달아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파트너사 선정 과정에서 양질의 파트너사를 선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놈들연구소는 2017년 후원자들에게 첫 제품을 보내줄 예정이었는데, 파트너사의 연구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겨 출시일이 계속 해서 늦어졌다.


“창업하면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술이 있으니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하는 것은 금방 할 줄 알았죠. 저희를 믿고 기다려준 후원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하지만 저희에게 기대해주시는 바가 크기 때문에 질타도 해주신다고 생각합니다.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기술 로드맵에 따른 특허 보유… ‘라이프 로깅’과 ‘생체 인식’까지

“이놈들연구소는 진동에 특화된 회사예요. 손가락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1세대 기술이라면, 2세대는 손가락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사물과 연결하는 기술, 3세대는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식을 대신하는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현재 세 가지 모두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요.”


이놈들연구소의 기술은 ‘손끝 통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진동’을 이용한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헬스 케어 분야에도 접목할 수 있다. 소리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진동 형태로 만들어 인체에 전달한 뒤, 인체가 닿는 곳에서 진동을 포착해 다시 데이터 형태로 복원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하루에 냉장고를 몇 번 열고 닫는지, 화장실은 몇 번을 가는지 등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데이터화 한다. 손만 대면, 만지기만 하면 ‘라이프 로깅’이 되는 것이다. 데이터들은 헬스 케어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


‘생체인식’ 기술도 가능하다. 사람마다 골밀도와 혈류량, 피부두께 등 매질(파동을 매개하는 물질)이 달라 진동의 왜곡 정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각 개인은 손가락 끝에서 고유의 주파수를 만든다. 지문이나 홍채처럼 고유의 신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인증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리모컨을 잡으면 사용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등을 구별해 각기 맞는 채널을 추천해 준다든지, 손잡이만 잡으면 누가 주인인지 알아서 자동차 문이 열리고, 지문이나 홍채 인식 없이도 스마트폰을 잠그거나 풀 수 있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특성은 미용 기기에도 접목할 수 있다. 단일 신호로만 사용자의 피부를 케어해주는 제품이 아닌, 각 개인의 피부 특성에 맞는 케어를 통해 경피에 영양분을 최대한 흡수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놈들연구소는 스킨케어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에 출시된 스킨케어 제품에 이 기술을 접목시켜 올해 연말쯤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 ‘피치앳팰리스 코리아 1.0’에서 ‘손끝 통화’ 기술로 1위에 오른 것도 영광이지만, 무엇보다 데이터 통신 사용자 인증기술이나 헬스케어 분야로의 진출 계획 등 앞으로의 저희의 기술 로드맵에 대해 응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 확신을 갖게 됐어요.”





“기술로서 혁신을 창조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

최 대표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창업의 길에 곧바로 나서는 걸 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제품화하고 유통시키는 경험을 미리 쌓아두는 게 좋다”며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은 특정분야의 전문가는 될 수 있어도, 폭넓은 경험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창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경험을 쌓지 않고 바로 창업하면 실패할 확률도 크잖아요. 취업 후 경험을 쌓으며 업무 프로세스 등을 모두 경험해본 후, 자신의 아이템에 확신이 들었을 때 창업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실제로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만나면 늘 강조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이놈들연구소는 앞으로도 ‘이노베이션 메들리’를 추구하며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기술을 만드는 회사’로 성장해나갈 계획이다. 이놈들연구소의 기술 로드맵에 맞춰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손끝 통화’로 기억되는 회사를 넘어, 혁신을 창조해내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놈들연구소가 만들면 역시 뭔가 다르구나’ 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yena@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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