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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글러브’ 만든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 로켓처럼 성장한 비결은 조회수 : 5732

[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매년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꼽으면 어김없이 상위권에 ‘삼성전자’가 랭크 된다. 재활의료기기 회사 네오펙트의 반호영 대표도 한때 푸른 피가 흐른다는 삼성맨이었다. 번듯한 대기업이었고 좋은 회사였지만 그가 찾는 행복과 꿈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결국 회사를 나와 한 번의 창업을 했지만 실패했다. 고생을 거듭하며 “다시는 창업하지 말아야지” 주문처럼 다짐했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도전의 기로에서 그는 안전한 길이 아닌 ‘창업’을 선택했고, 지금의 네오펙트를 만들었다.



Profile
반호영 (1977년 생)
학력 KAIST  항공우주학과, 미국 버지니아대 경영 대학원
이력 삼성전자 TV 사업부, 고구려 TV 엔터테인먼트 창업
2010년  네오펙트 창업, 現 네오펙트 대표



네오펙트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환자의 재활훈련이 원격으로도 가능하도록 의료기기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개발하고 판매하는 재활의료기기 회사다. 네오펙트의 대표 제품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어벤져스’ 등 마블의 히어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생김새를 가졌다. 막상 사용해보면 조금 더 재밌다. 장갑을 착용하고 화면을 보면서 오렌지 짜기, 낚시 등을 할 수 있는데 재활 치료가 아니라 게임 같다. 네오펙트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단순한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탓에 ‘지루하다’는 인상을 줬던 기존 재활치료에 대한 편견을 지웠다. 큰아버지와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고생을 하다 돌아가시면서 일찌감치 재활 치료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던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는 “무엇보다 동기부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재밌는 방법을 고안하다가 지금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미국이 먼저 반응하자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진출
‘문재인 글러브’라는 별칭도 얻어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재활의료기기에 대한 반응은 업계가 아닌 환자들에게 먼저 왔다. 특히 큰 땅 덩어리 탓에 병원이 멀고, 의료비 또한 엄청나기로 유명한 미국의 환자들이 저렴하고, 원격진료도 가능한 재활의료기기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스마트 헬스 케어 시장의 화두인 미국에 진출한 반 대표의 판단이 정확했던 것이다. 미국 메이저 병원들과 거래하기 시작하자, 유럽시장에 이어 일본까지 글로벌 시장의 문이 차례로 열렸다. “한국에서  R&D 를 하면서 전 세계에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다만 한국 의사들이 워낙 깐깐한 탓에 눈높이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들다보니 글로벌 공략이 가능한 제품이 만들어진 것 같다.”



△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가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해보았다.



세계 시장의 문을 여는 것이 비교적 쉽게 느껴졌던 것은 한국에서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반 대표는 보수적인 의료기기 업계에서 첫 번째 고객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제품의 효과를 말하면 그대로 믿지 않고 그래서 이걸 어느 병원에서 누가 쓰고 있냐고 묻는다. 누구도 첫 번째 사용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 사례도 없는 제품을 팔려고 하니 더 힘들었다. 정부에서 선정하는 지식경제부 신성장 기술개발 과제 등에 선정되면서 활로가 생겼고 상황이 나아졌다.”

국립재활원 등 국내 큰 병원들과 레퍼런스를 쌓기 시작하면서 기반을 잡은 네오펙트는 2018년 7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발표 당시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하면서 유명세를 탓기 때문이다. 덕분에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문재인 글러브’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어 11월에는 코스닥 상장까지 무사히 마쳤다.

가난해도 버티겠다는 각오로 재창업한 회사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의 창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IPTV 사업을 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회사가 성공하지 못하면서 생각보다 더 고생을 하게 됐고 창업 쪽은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경영 공부에 뜻이 생겨서 버지니아대에서 MBA를 마쳤다. 그쯤 운명처럼 두 가지 기회가 찾아왔다. 금융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할 것을 제안 받은 동시에 스마트 재활의료기기 분야에서 창업을 해보자고 제안을 받은 것이다.



△반 대표는 '2018년 벤처 창업 진흥 유공포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반호영 대표는 선택에 앞서 두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고 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나에게 물었다. 항상 큰 회사 보다는 작은 기업이나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펀드 매니저보단 창업이 맞을 거 같았다. 두 번째 질문은 뼈 아픈 경험에서 나온 거다. 과연 가난하게 살 수 있을까란 질문이었다. 당시에는 아직 결혼도 안 했을 때이고, 원래 씀씀이가 작은 편이라 금방 수긍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물론 어머니는 결혼이라도 하고 창업하면 안 되겠냐고 말리셨다. 결과적으로 보면 창업도 하고 후에 결혼도 했으니 내 선택이 맞았던 거 같다.”

자신은 다시 한 번 창업을 선택했지만, 반 대표는 누군가 창업을 한다면 일단은 말리고 싶다고 한다. “창업을 하는 사람은 원하는 분야에 바로 뛰어들어 일을 벌이기 마련이라 일단은 창업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중국집도 문을 열려면 중국집에 취직해서 그릇 닦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렇듯 그 분야에 경험도 없이 시작하기엔 창업은 너무 위험하다. 창업을 원한다면 반드시 해당 분야 스타트업 등에 취직해서 3~4년 경험을 쌓고 시작해도 늦지 않다.”

moonblue@hankyung.com


사진 =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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