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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트렌드를 아는 여성 CEO. 김신애 에잇디 그룹 대표 조회수 : 7616


△ 김신애 에잇디 그룹 대표가 삼성동 에잇디 시티카페 매장 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대한민국에서 싱글맘으로 그리고 여성 사업가로 살아간다는 게 쉽진 않아요. 그동안 힘든 일이 너무 많았지만 그 정돈 이겨낼 수 있어요. 전 세 아이의 엄마니까요.”


30대 중반, 대학 자퇴, 여성, 싱글맘··· 김신애(35) 에잇디 크리에이티브 그룹 대표를 나타내는 수식어다. 김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이 수식어들은 사실 사업가로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그녀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대학 자퇴가 준 경험이라는 선물

대학에서 서양학을 전공한 김신애 대표는 대학 시절 광고 촬영 전문 에이전시에서 어시스턴트로 일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내로라하는 사진작가들 밑에서 패션 화보 촬영 보조를 하면서 용돈벌이를 할 때였다.  


“에이전시에서 패션 화보 시안 찾는 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자세히 보니 전부 뉴욕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을 많이 쓰더라고요. 그래서 이 판에서 1등 하려면 뉴욕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한 학기 등록금을 들고 바로 뉴욕으로 떠났죠.”


대학을 자퇴하고 뉴욕행을 선택한 김 대표에게 남은 거라곤 짧은 어시스턴트 경험뿐이었다. 그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한국에서 촬영차 온 스태프의 어시스턴트로, 패션 잡지 뉴욕 통신원으로 일했다. 밤에는 컵케이크 매장에서 알바도 했다.


2005년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온 김 대표는 그때도 일을 쉬지 않았다. 친오빠와의 인연으로 파티기획부터 힙합가수들의 홍보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모델 이소라 씨가 운영하던 회사 ‘어로즈’에 입사한 뒤 미국행을 접었다. 


“당시 슈퍼모델 이소라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입사했는데, 거기서도 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24살 때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뒀죠. 잠깐의 휴식시간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일이 생각나더라고요.(웃음)”


20대, 사업의 맛을 알다

결혼 후 집에만 있던 김 대표는 미국에서 잠시 일한 컵케이크가게가 생각이 났다. 취미삼아 홈 베이킹으로 컵케이크를 만들어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다. 김 대표는 ‘이걸 팔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블로그에 컵케이크를 팔기 시작했다. 주문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탄력을 받은 김 대표는 2008년 압구정 골목에 작은 컵케이크 매장 ‘굿오브닝’을 오픈했다.   


“첫 매장을 오픈하고 장사가 잘 됐어요. 여기저기 매장을 내고, 컵케이크 공장도 세웠죠. 1년 반 만에 17개 매장을 오픈하고 나니 순간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처음엔 컵케이크 만드는 재미에 열심히 했는데, 어느 샌가 직원들 월급 주기 바쁘더라고요.”


김 대표는 2009년 ‘굿오브닝’을 일본 디저트 회사에 매각했다. 당시 20대의 나이에 생각지 못한 돈을 번 그녀는 또다시 사업을 구상했다. 컵케이크가 20대 여성이라는 특정 타깃층을 공략했다면 이번엔 좀 더 대중적인 조각 피자였다.


“새로운 아이템은 조각 피자가게였어요. 오픈하자마자 반응이 좋아 잘 될 줄 알았는데 오래가진 못했죠. 마트에서 판매하는 통 큰 피자에 한번, 치즈 파동으로 또 한번 위기를 맞고 사업을 접었어요. 굿오브닝으로 번 돈과 보유하고 있던 집도 날렸고요. 은행 빚도 어마어마했죠.”


날개를 단 듯 고공행진 하던 김 대표가 한 번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게 된 건 순간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 실패 이후 남편과 이혼을 한 김 대표에게 남은 건 갚아야 할 빚과 세 아이 뿐이었다. 막막했지만 김 대표는 살기 위해 잘하는 일을 찾았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어요. 아이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나마 그동안 제가 했던 일들이 업계에선 많이 알려져 있었어요. 여기저기서 F&B 브랜드 컨설팅 의뢰가 들어왔죠. 스쿨 푸드나 죠스떡볶이 등 브랜딩 컨설팅 작업에 참여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어요. 그러다 모 기업에서 신사업으로 F&B분야를 준비하는데 저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근데 투자 조건이 있었죠.(웃음)”


30대, 재기의 아이콘으로 화려한 복귀 

투자 조건은 당시 투자자가 운영하던 삼성동의 한 카페를 살리는 과제였다. 직장인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삼성동 대로변에 위치한 이 매장은 월세는 비싸고 매출은 낮았다. 김 대표는 매장 주변 상권 분석 후 직장인들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대만 밀크티로 업종을 변경했다. 





“매장 주변을 보니 한 블록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두 세 개씩 있더라고요. 직장인들이 매번 고가의 브랜드 커피를 마실 순 없잖아요. 그래서 가성비 높은 아이템을 찾다가 맛있고 저렴한 대만 밀크티를 공수해 1500원에 팔았죠. 그리고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간식거리도 갖다놨어요. 하루에 50만 원도 못 팔던 매장을 월 매출 2억 원으로 올려놨죠.”



△(위) 에잇디 시티카페 매장 전경, (아래)태국음식점 타따블 매장 외관


   

비효율 매장을 흑자로 돌려놓은 김 대표는 2016년 말 에잇디 크리에이티브 그룹을 설립했다. 현재 대만 밀크티와 총좌빙 등 다양한 해외 식음료를 제공하는 ‘에잇디 시티카페’와 태국 음식점 ‘타따블’ 등 F&B 브랜드를 전개 중인 에잇디는 내년 쯤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워낙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에 니즈를 맞추기가 힘든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한 아이템이 오래가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오래갈 수 있는 해외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는 저처럼 아이 엄마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사회에서 자리 잡고 일을 할 수 있게 어떤 형태로든 도와주고 싶어요.”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