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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서촌김씨,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름이 한자인 이유 조회수 : 7981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서울 종로구 서촌마을에 자리 잡은 ‘서촌김씨’. 검정색 바탕에 흰색의 한자로 쓰인 간판 글씨를 보고 있자면 사람들은 한정식집이나 국수집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서촌김씨의 김도형 오너셰프는 모든 음식을 이탈리아 정통 레시피 그대로 지키며 만들어낸다. 요리책에서 배운 그대로의 조리법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음식이란 ‘신선한 재료, 깨끗한 환경, 좋은 마음가짐과 정성’이다. 이러한 그의 고집이 만들어낸 깊은 맛은 ‘오리지널 이탈리아’의 맛을 구현하며 서촌의 미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서촌’에 자리 잡은 ‘김 씨’의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탈리아어나 영어로 된 레스토랑 이름들이 식상하더라고요. ‘서촌’이라는 한국적인 느낌의 마을 이름을 살리고 싶었죠. 그런데 또 ‘서촌’이라는 의미에서 ‘서양’의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서양 음식을 하는 가게이니, 이름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나요?.(웃음).”


종로에 위치한 서촌김씨 리스토란테.



2016년 3월, 1호점 ‘서촌김씨 리스토란테’가 문을 열었다. 1호점 리스토란테는 일반 레스토랑과 구성을 달리했다. 점심에는 코스를, 저녁에는 단품요리만 판매했다. 저녁에만 정찬을 먹으란 법은 없으니 말이다. 점심에는 균형 잡힌 코스로 손님 접대나 여유로운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가까운 사람들과 부담 없이 와인과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6개의 테이블이 꽉 들어차기 시작하며 이어 2호점 ‘서촌김씨 뜨라또리아’를 오픈했다. 이제는 리스토란테에서는 코스 요리를, 뜨라또리아에서는 단품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서촌김씨의 메뉴는 3개월마다 변경된다.



서촌김씨의 메뉴는 3개월마다 변경된다. 계절 단위로, 우리나라의 제철 재료들을 사용해 이탈리아 전 지역의 정통요리를 선보인다. 3월에는 오픈 후 여덟 번째로 메뉴가 변경된다. 계절과 무관하게, 이탈리아 북부 요리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미국산 소고기를 고집하는 이유… 맛과 퀄리티가 뛰어나”


김 셰프는 스테이크를 모두 ‘수비드(저온조리법)’ 방식으로 조리한다. 수비드는 재료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진공상태에 재료를 가두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장시간 수비드한 스테이크는 겉을 기름에 튀기듯 시어링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촉촉하며, 부드럽다.


서촌김씨의 점심 코스 메뉴에 포함된 스테이크에는 미국산 안심이 사용된다. 스테이크에는 초콜릿과 와인으로 만든 달콤 쌉싸름한 소스를 곁들인다. 육류는 키우는 환경과 과정이 중요한데, 미국은 특히 동물 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 체계적인 관리와 시스템 하에서 소와 돼지가 키워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좋은 자연 환경에서 방목되어 길러지고 시기에 알맞은 사료와 영양분을 섭취하며, 철저한 감독하에 도축하는 등의 과정이 그것이다. 



서촌김씨의 스테이크는 고급 미국산 안심을 사용한다.



김 셰프는 “미국산 소고기는 애초에 스테이크용으로 길러지기 때문에 맛과 퀄리티가 매우 뛰어난 고급 식재료”라며 “질 좋은 스테이크를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미국산 소고기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퇴사 후, 오너 셰프가 되기까지


서촌김씨는 오리지널 이탈리아의 맛을 구현하지만, 김도형 셰프는 순수 국내파다. 게다가 늦깎이다. 한때는 기자를 꿈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이 취업 서적을 볼 때 요리책을 봤고, 한식, 양식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래도 삼성그룹 공채 합격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삼성카드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며 2년 반을 보냈는데, 그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퇴사 두 달 만에 겁 없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서른이 넘은 나이였다.


첫 레스토랑은 ‘요리가 있는 바’를 표방했다. 하지만 그 콘셉트는 대중에게 먹히지 않았고, 그래서 제대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레스토랑 영업을 병행하며 ‘일 쿠오코 알마(이탈리아요리 전문학원)’를 수료했다.


청담동에 ‘그리시니’라는 레스토랑이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간 그는 3년을 버텨온 가게를 접고 본격적으로 이탈리안 요리를 시작했다. 오너는 그의 실력을 믿고 수석 셰프의 자리에 그를 앉혔다. 이후 오너를 따라 CJ 계열사에 입사해 5년 간 메뉴개발팀장을 지냈다.


CJ에 근무하며 많은 브랜드를 런칭하고, 메뉴 개발에 참여했다. 그런데 회사가 원하는 요리에 치중하다보니 ‘셰프로서 내 이름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자신의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었고, 그렇게 서촌에 왔다. 또 원칙 그대로의 풍성하고 깊은 맛으로 미식가들을 만족 시키며 2017년과 2018년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됐다.


“국내파 셰프로서 어려운 점이요? 매우 많아요.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제 스스로 느끼는 어려움입니다. 이탈리아 음식을 요리하는 사람이 이탈리아로 유학도 가보지 않았고, 그곳에서 살아본 적도, 일해본 적도 없다는 것에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정통을 지켜 음식을 만들고자 합니다. 일부 재료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의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조리법은 제가 배운 요리책 그대로예요.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도 말이죠. 제가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고,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우지도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과 원칙을 지켜 ‘오리지널 이탈리아’를 실현하다


그가 다양한 쿠킹클래스와 강연 등 외부 활동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도 ‘오리지널 이탈리아 요리’다. 예를 들면, 흔히들 우리나라에 알려진 까르보나라가 생크림과 버섯으로 만드는 파스타가 아닌 계란과 치즈, 그리고 돼지의 뽈살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원래 어느 지방에서 어떻게 탄생한, 어떤 요리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이탈리아 요리를 하는 셰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 그의 생각이자 고집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방송이나 강연 등 다양한 외부활동도 중요해요. 하지만 셰프로서 저는 제 레스토랑을 지킬 생각입니다. 제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찾아주시는 손님들께 제 손으로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김도형 셰프의 신념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언제나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정통을 고수하는 것이 김 셰프의 신념이다. 그는 “정통을 지킨다는 것은 사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쉽게,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이 계속 유혹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 길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요리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셰프가 요리를 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 중 하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스스로가 먹어야 하는 음식을 만들라’는 말이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만든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다면, 돈을 받고 팔아도 된다는 것.


“요리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제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은 이제 2년이니, 저도 아직은 초보 오너 셰프예요. 걸음마 단계죠. 아직 저에게도 유혹이 있고 흔들림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우직하게 저의 길을 걸을 겁니다. 청년들도 유혹과 흔들림에 무너지지 않고 꾸준하길 바라요. 언제나 자신의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