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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언프랩′ 섭외 1순위 래퍼 최삼이 힙합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는 이유 조회수 : 10307




△사진= 이승재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6’가 연일 화제다. 방송에서 공개된 경연곡은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출연한 래퍼들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앞 다퉈 오르내린다. ‘랩 하는 센 언니들의 경쟁’인 ‘언프리티 랩스타’도 마찬가지다. 방송에 출연했던 래퍼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CF 등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타고 수익도 얻게 되면서, 힙합 프로그램은 래퍼들의 ‘방송 등용문’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래퍼 최삼(27)은 다르다. 힙합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팬들과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 늘 언급되고 있는 최삼이지만 여전히 방송 출연은 고사한다. 누군가는 언더그라운드를 지켜야 한다는 고집, 방송에 나가지 않아도 힙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사진=최삼 제공


'디스'로 얼룩진 쇼미더머니… “방송 안 나가도 힙합 할 수 있다”


긴 생머리와 날카로운 눈매에서 ‘시크함’이 풍겨오는 최삼의 목소리는 매우 낮고, 또 중성적이다. 오는 24일 더블 싱글앨범 발매를 앞두고 최근 앨범 작업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최삼의 본명은 최지애. 음악을 하면서 바꾼 이름 ‘최삼’은 고향인 대구의 지역번호 ‘053’에서 따왔다. 스무 살 때 고향인 대구를 떠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했고, 언더그라운드에서 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홍대로 오게 됐다.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언더그라운드 래퍼’라 칭한다. 왜 이번에도 ‘쇼미더머니’에 출연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최삼은 “싫어서”라고 답했다. 


“처음에는 래퍼들끼리 경쟁하는 것 자체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지금은 같이 랩을 하는 사람들끼리 누군가는 평가를 받고 누군가는 심사를 하는 것이 싫어요. 또 그렇게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힙합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힙합 자체를 평가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잖아요. 힙합과 랩을 하는 사람이면 무조건 그 프로그램에 나와야 하고, 그래야 활동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져 가는 것도 이해가 안 가요. 그래서 제가 방송을 하지 않고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볼 생각이에요.”


‘스웩(swag)’과 ‘디스(dis)’로 가득 찬 래퍼들의 음악과 프로그램이 만든 경쟁 구도도 마찬가지다. 스웩이란 힙합 뮤지션 특유의 자부심과 스타일을 뜻하는 말이고, 디스는 특정 상대를 랩으로 비판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는 “‘디스’는 나보다 약한 자의 약점이 아닌 강자의 횡포를 꼬집는 것이고, 다른 이들을 짓밟으면서 만든 자신감은 ‘스웩’이 아니다”라며 “스웩과 디스라는 요소가 힙합 안에 존재하긴 하지만 그게 힙합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TV 프로그램이다 보니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방송에서 시키니까 래퍼들이 서로의 과거를 캐고, 약점을 들춰내며 비웃고 깔아뭉개는 가사로 디스를 하는 것은 예술가의 자유 의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프로그램을 통해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화 되면서 옛날보다 돈도 벌기도 쉽고 편하게 음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래퍼들이 활동하기 쉬워진 거죠. 하지만 저한테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에요. 언더에서만 활동하니 몇몇 사람들은 ‘방송에도 안 나오고, 돈도 못 버는데 부모님이 속상해하지 않으시냐’ 하는데, 저희 부모님은 제가 음악을 하는 것을 반대하시거나 말리셨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사진= 최삼 제공


소리 내어 울고 싶어 시작한 랩… 나만의 이야기를 내뱉으며 행복 찾아


어린 시절 최삼은 불우한 가정 형편 때문에 자신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고, 자신의 삶에 행복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행복이 무엇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던 가정환경 탓에 눈물 흘릴 일이 많았지만 조금만 소리 내어 울어도 목이 메였다. 그래서 그는 힙합 같은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하고 싶은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힙합에 빠져 힙합 음악을 찾아 들으며 가사 내용에 집중하다 보니, 그 속에는 랩을 하는 사람의 인생관이 묻어남을 알게 됐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무작정 내뱉었어요. 랩을 한 건 초등학교 때부터였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실제 비트에 가사를 쓰고 랩을 하면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음에 살면서 처음으로 즐겁다는 생각을 했죠.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전부인 대중가요가 아니라 사람이 왜 태어났고 왜 사는지, 왜 여기 있는지를 고민하고 가사에 담으려 노력했어요. 누가 써준 가사보다 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부를 수 있다는 게 좋았죠.”


다른 친구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할 때, 그는 래퍼라는 꿈 하나만을 생각하며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부터 힙합 전공자 중 여자는 최삼 하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힙합은 남자들의 세계였다. 주변이 온통 남자이다 보니 무시 아닌 무시도 많이 당했다. 여자 래퍼에 대한 관심도 덜 했고, ‘여자 래퍼는 못 한다’는 인식도 팽배했다. 동등한 래퍼로 자신을 보는 게 아닌, 마치 아랫사람 보는 것처럼 대했다. 또 사회에서 여자 래퍼를 보는 눈도 조금은 달랐다. 여자 래퍼를 대변하는 말은 ‘센 여자’ 혹은 ‘강한 여자’ 같은 말이었다. 


“힙합이라는 음악 자체가 솔직한 음악이고, 성별에 상관없이 내가 사회에 가진 불만, 내 이야기, 내 자랑을 하는 것인데, 유독 여자에게만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히려 여자 래퍼이기에 쓸 수 있는 가사, 만들 수 있는 랩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 ‘머리카락’이라는 곡이죠.”


그의 곡인 ‘머리카락’에서 ‘내 머리카락은 그냥 머리카락’, ‘얇고 까만 긴 머리 달라진 건 없어 머리 말고 달라진 게 없어 근데 다 달라져버렸어’ 등의 가사로 여자 래퍼로서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힙합은 남자 음악’이라거나 ‘여성성을 드러내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힙합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요즘 시대는 그런 구분도 사라져가고 있다”며 “내가 여자인데, 나 자체가 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더욱 힙합다운 힙합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최삼 제공


“대중성에서 벗어난 소수를 위한 음악 하고 싶어”


최삼은 새로운 음악 작업을 할 때 ‘이번 앨범의 주제는 무엇’이라고 정해놓기보다, 평소에 하는 생각 중 강렬하게 머리에 남아 있는 것들,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 사람들에게 말하고 함께 생각하고 다뤘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가사를 쓴다. 이건 여느 래퍼와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조금 다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곡이 많고 분노를 표현하거나 억눌러왔던 감정을 드러내는 가사가 많지만, 그만의 감각적인 래핑과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의 음악은 밝고 경쾌하고 트렌디한 곡이 아님에도 위로와 위안, 희망을 준다. 


“대중음악은 대중성이 있어야 하지만, 사실 전 트렌디함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 해요. 정작 나는 살기가 너무 힘든데, 음악들은 사랑과 이별 이야기, 돈과 성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죠. 그런 음악을 통해 시름을 잊고 위안을 얻는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음악들과는 차단되고 동떨어져 오히려 귀를 막고 싶은 사람들도 있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옛날의 제가 그랬듯이 약자를 대변하는 힙합, 사회와 강자에 대한 저항, 영혼 없는 껍데기가 아닌 음악을 통해 대중성에서 벗어난 사람들, 소수자에게 공감을 얻고 싶습니다. 어떤 음악이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는 전부 다르니까요.”


처음에는 주변에서 ‘가사가 너무 심오하고 어렵다’, ‘계속 네 얘기만 할 거면 그냥 혼자 음악해라’라는 비난도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대중성을 쫓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집중했다. 점차 그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게 소수라 해도 그들과 공감과 소통, 유대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최삼은 자신의 음악활동에 전념하며 탄탄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실력파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최삼은 그렇게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여성 래퍼가 됐다.


이번에 발매할 새 앨범에서 그는 ‘F코드(정신질환을 가리키는 국제질병분류기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정신과 진료 기록, F코드의 낙인에 대해서다. 최삼은 “사람은 누구나 살다보면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작은 생채기를 갖기 마련인데,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기록으로 남는 F코드의 낙인 때문에 취업도 안 되고 보험 가입도 안 되고 심지어 그런 문제들 때문에 치료를 미루기까지 한다”며 “사회적 차별 앞에 선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진= 이승재 기자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삶… 아티스트는 예술다운 예술을 해야”


“대중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아티스트들이 달라져야 합니다. 국가가 국민들 대부분에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부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티스트들은 아티스트답게 예술을 말해주고 알려줘야 하는데, 오히려 ‘나는 돈이 많아’라며 부를 자랑하죠. 예전에는 ‘가진 건 없어도 내가 최고야’ 이런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내가 돈이 많고, 내가 제일 잘나가니까 내가 최고야’가 된 거예요. 아티스트들은 여기서 벗어나서 꾸준히 예술다운 예술을 해야 대중이 그들을 선택하고 그들의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그는 이번 인터뷰를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취업 준비생인 팬들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최삼은 “평소 팬들과 유튜브 채널이나 SNS를 통해 꾸준히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다들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취준생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했다면 무엇인가를 하다가 포기하더라도 낙오자나 실패자가 아니다”라며 “기성세대나 사회가 낙오자나 실패자로 몰아간다 할지라도, 스스로가 이를 구분해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냥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적당히 막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저는 사실 오늘만을 살거든요. 진짜 길게 생각해봤자 앞으로 한 달?(웃음) 미래는 전혀 걱정 안해요.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고 적금도 들어야 하고… 남들이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들에 비하면 전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아요. 이런 모습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제가 행복한 이유 같아요. 잠 잘 곳과 음악을 할 수 있는 작업실이 있고,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사 마실 수 있으니 그저 음악을 하는 지금이 즐겁습니다. 어디까지나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언제까지나 음악하면서 저의 행복을 즐기며 살고 싶어요.”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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